보건타임즈 : 생산량 늘리려는 장시간 근로, 오히려 '노동생산성' 감소

강모열 교수팀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 관계' 분석
임금근로자 3,890명 대상 '노동생산성 손실' 온라인설문 조사
저소득 기준 52시간 이상, 40시간 군보다 노동생산성 손실 '남 5.8%, 여 10.1%'
강 교수 "적극적인 병가 정책 구축하는 것이 노동생산성 향상에 합리적인 대안 될 것"
논문, 국제학술지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2020년 12월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근로시간이 증가할수록 건강부문의 노동생산성 손실이 점차 커지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논문)

즉 장시간 근로가 '노동생산성'을 감소시킨다는 뜻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사진 교신저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동욱 연구 강사(제1저자) 연구팀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온라인설문 조사를 통해 만 19세 이상 성인 임금근로자 3,890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과 건강부문 노동생산성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임금근로자 3,89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간 건강문제로 생긴 노동생산성 손실의 6개 항목을 10점 척도로 조사했다.
노동생산성 손실은 구체적으로 앱센티즘(Absenteeism)과 프리젠티즘(Presenteeism)으로 구분했다.
앱센티즘은 건강문제로 생긴 결근, 조퇴, 지각 등의 근로시간 손실을 의미한다.
프리젠티즘은 출근했으나 건강문제로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진 상태로 정의했다.

이 결과 조사대상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2.4시간이었으며, 건강문제로 생긴 노동생산성 손실은 평균적으로 26.6%로 나타났다.
건강부문의 노동생산성 손실은 프리젠티즘으로 적용했을 때 96% 정도, 앱센티즘으로 인한 것은 4% 이하였다.

연구팀이 주당 근로시간(4개 그룹, 40시간 미만∙40시간∙41~51시간∙52시간 이상)과 가구 소득수준(3분위), 성별과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52시간 이상 군은 40시간 군보다 건강 관련 노동생산성 손실이 남성 5.1%, 여성 6.6% 더 발생했다.
이를 통해 장시간 노동으로 발생한 건강부문의 노동생산성 손실이 저소득층일수록 더욱 뚜렷한 경향을 보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가장 소득이 낮은 군을 기준으로 52시간 이상 군은 40시간 군보다 건강부문의 노동생산성 손실이 남성 5.8%, 여성 10.1%로 더 컸다.

연구팀은 저소득층의 경우 건강이 좋지 않아도 소득 확보를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할 가능성이 커 생산성 손실과 연관성이 더욱 잘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했다.
이런 행동 양상은 여성에서 더욱 뚜렷한 경향을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장시간 노동에 대한 담론 중엔 소득이 낮은 노동자가 충분히 일해 소득을 가져갈 권리가 있음에 대한 논의도 존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소득층 근로자가 고소득층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하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사회경제적 압력이 있다는 점에 고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게 연구팀의 시각이다.

연구팀은 "노동현장에서 생산량 증가를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지만, 오히려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켜 노동생산성이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비용 측면에서나 생산성 측면에서 경제적인 선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근무시간과 병가 정책을 재구성하는 측면에서 노동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근로자의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적정 근무시간과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충분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병가 정책을 구축하는 것이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연구비 지원사업에 선정돼 수행됐다.
이 연구 결과를 다룬 논문은 'Association of long working hours and health-related productivity loss, and its differential impact by income level: A cross-sectional study of the Korean workers'란 주제로 직업환경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2020년 1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