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 교수 "부작용 없이 치료돼, 혈장치료 시스템 구축 필요"
[보건타임즈] 코로나 19 중증 환자 2명이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받아 모두 완치돼 크게 주목받고 있다. [논문/그림(上) 김씨가 혈장치료를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영상. 혈장치료 후 폐렴 등으로 뿌옇게 보이던 폐가 나아진 상태, 그림(하) 이 씨도 김 씨처럼 혈장치료 후 폐 곳곳에 보이던 폐렴 증상이 개선됐다]
현재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 19에 감염된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점이어서 이 신종감염병 중증 환자를 완치시킨 혈장을 이용한 치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로써 코로나 19 중증 환자를 치료할 혈장 기증자의 효율적 관리와 혈장 확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사진)팀은 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명이 위중한 코로나 19 환자 2명에게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 치료한 결과 증세가 호전돼 모두 완치됐으며, 이들 중 한 명은 67세 여성은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를 다룬 연구논문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국내 코로나 19 확진자는 1만 명(7일 기준)을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환자는 120만 명을 돌파했으며, 사망자만 7만 명 이상에 이른 상태다.
이에 각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통제를 통해 감염확산 방지에 노력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 개발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최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동반된 코로나 19 중증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사용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는 이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에 사용된 바 있다.
2명 중 71세 남성 김00 씨는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코로나 19 확진을 받았다.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착 당시 김 씨의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정상 성인의 경우 20회 이하)으로 흉부 X-ray 검사에서조차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보인 김 씨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염증 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 단백(CRP)은 172.6㎎/L(정상은 8㎎/L 미만)까지 상승했다.
이에 연구팀은 완치 판정을 받은 지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ml를 김 씨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와 함께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했다.
혈장과 스테로이드 치료 후 김 씨의 체온과 CRP가 5.7mg/L로 정상범위로 떨어졌다.
흉부 X-ray 검사상 양쪽 폐도 더는 나빠지지 않았다.
이후도 혈장을 투여받는 동안 특별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김 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상태이며 코로나 19 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와 완치 판정을 받았다.
평소 고혈압 병력이 있는 또 다른 이00(67, 여) 씨는 고열과 근육통으로 코로나 19 진단을 받았다.
진단 3일째가 되던 이 씨는 호흡 곤란으로 산소요구량이 많아지면서 왼쪽 폐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해왔다.
이송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에도 93%(일반 평균 95% 이상)로 확인됐다.
그는 면역결핍(림프구감소증)과 함께 CRP가 314㎎/L까지 상승했으며 심각한 호흡 곤란으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이 씨도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했으며 산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 치료를 시도했으나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이 계속됐다.
이어진 의료진의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 림프구감소증이 지속됐으며 바이러스 농도는 증가했다.
의료진은 이 씨에게도 김 씨처럼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한 후 김 씨의 림프구 수가 회복됐으며 바이러스 농도가 줄었다.
흉부 X-ray 검사에선 폐의 침윤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CRP도 정상 수준을 회복한 이 씨는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아 3월 말 퇴원했다.
최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 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면서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의 염증 반응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려 해도 바이러스 증식엔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 속에 있는 중화 항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함과 동시에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조합이 위중한 코로나 19 환자에게 시도될 수 있다"면서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며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과학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코로나 19의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완치자가 항체를 가지는 기간이 있을 것이다. 완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 이를 바탕으로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서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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