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안전하면서 건강하게 즐기는 '겨울철 등산'

동상과 저체온증, 상태 악화 전 가까운 '응급센터' 후송

[보건타임즈] 요즘 영하권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몸과 마음을 웅크리기 쉽지만 겨울 산행의 매력에 빠져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심폐와 혈액 순환능력을 향상시켜 체력증진에 도움이 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산에 오르다가 뜻밖의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엔 우리 몸의 활동량이 줄어드는 데다 관절과 근육, 인대 등의 유연성이 떨어져 부상 당할 위험이 더 높아진다.

겨울철 건강하게 등산을 즐길 수 방법을 대전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종엽 교수, 정형외과 양대석 교수, 응급의학과 서상원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세하게 알아봤다.

겨울철 등산, 준비운동은 '필수'

산에 오르기 전 관절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온이 낮은 영하권의 겨울철엔 몸이 풀릴 때까지 충분히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추운 날씨로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져 운동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등산 전 15~30분 동안 스트레칭과 걷기, 제자리 뛰기 등을 통해 체온을 상승시키며 특히 허리와 허벅지 뒤쪽을 충분히 스트레칭해 줘야 한다.
등산할 때 바르게 걷는 자세도 중요하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거나 뒷짐을 지거나 무릎을 짚은 반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호흡이나 관절에 모두 좋지 않다. 가슴과 무릎, 발끝이 일직선이 되도록 서야 하며 허리를 약간 편 상태에서 평지보다 좁은 보폭으로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는다는 기분으로 산에 오른다.

대전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종엽 교수는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무릎과 발목에 더 큰 하중이 실려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터벅터벅 걷지 않고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힌 채 양팔을 가볍게 흔들며 무릎을 살짝 굽혀 보폭을 줄이는 것이 무릎과 발목 충격을 줄여 준다"고 조언했다.

발목염좌·십자인대파열 등 방치하다간 '퇴행성관절염'으로 악화

겨울철 산행은 빙판이나 눈길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등산하다 발목이 삐었을 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목의 인대가 약해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반복적으로 충돌을 일으켜 손상을 입은 연골은 점차 닳아 없어지거나 변형이 돼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초기에는 보조기를 이용해 일정 기간 발목을 고정시켜 부종과 통증을 줄여줘야 하며 관절운동과 근육 강화 운동을 통해 늘어난 인대를 복구시켜 발 관절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치료과정을 거쳐야 한다.
십자인대 파열은 산을 오를 때 빙판길에서 미끄러지거나 돌을 잘못 디뎌 무릎이 꺾이거나 뒤틀릴 때, 경사로에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다 주로 발생하기 쉽다.
십자인대는 양쪽 다리의 무릎관절 안에서 무릎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켜 정강 뼈의 돌림을 제한하는 기능을 하며 전방십자인대와 후방십자인대로 나뉜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뚝'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오는 것은 물론 걷기 등의 운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되며 관절 속에 출혈이 발생, 손상 부위가 붓고 관절이 불안정해진다.
활동성이 적은 사람들은 재활치료나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지만 젊고 활동적인 사람들은 완전파열로 진행되거나 무릎 기능의 저하로 활동성이 떨어지게 되는 사례가 많아 수술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병원 정형외과 양대석 교수는 "십자인대파열을 장기간 방치하다간 무릎관절이 불안정해져 관절 사이에 있는 연골이나 연골판이 손상된다"며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관절염 등 이차적 무릎관절 손상으로 악화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상주의, 증상 발생 시 '초기 대처' 중요

동상이란 피부가 심한 추위에 직접 노출되면서 조직 안의 수분이 얼어 세포막을 파괴해 손상을 입는 상태를 말한다.
오랜 시간 산행을 해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증상이 악화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손, 발, 귀, 코 등 신체 끝부분에 잘 발생한다.
동상 초기에는 피부가 차가워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이때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면 쉽게 완화되지만 심해지면 피부가 부어오르거나 통증이 심해지며 수포, 물집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동상은 무엇보다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동상 증상을 보이면 환자를 즉시 따뜻한 장소로 옮겨 동상 부위를 40℃ 정도의 물에 20~30분간 담가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갑자기 불을 쬐거나 뜨거운 물에 담그면 얼었던 부위가 급작스럽게 녹으며 혈관 벽을 손상시켜 주의해야 한다.
우선 젖은 옷이나 신발을 벗겨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의 습기를 제거한 후 동상 부위를 높게 올려 통증과 부종을 최소화한다. 증상을 완화하려 동상 부위를 주무를 땐 얼음 결정에 의해 오히려 피부조직이 손상돼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

저체온증, 오한으로 시작 심해지면 '사지 마비'까지 올 수 있다

산을 오르는 중 저체온증이 발생했을 땐 몸 안의 열을 더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바깥에서 열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35℃ 아래로 떨어졌을 때 우리 몸에 일어날 수 있는 증상들을 일컫는다. 저체온증에 걸리면 체내를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말초혈관 저항이 높아지며 혈액의 점도도 높아져 혈액순환이 어려워진다.
이때 심장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져 심 박동수와 심박출량이 줄어 부정맥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켜 따뜻한 장소로 이동해 체온을 올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계속 섭취하게 하며, 사지를 주물러주거나 여러 사람이 감싸주면서 체온이 오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응급의학과 서상원 교수는 "저체온증은 피부 체온보다 몸의 중심체온이 떨어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어서 피부만 감싼다고 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오히려 급격한 온도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해 몸을 천천히 녹여줘야 하며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가까운 응급 의료 센터로 후송,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