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의사 'Burnout 증상' 심각

김나영, 장은선 교수 연구팀 '일과 삶의 불균형 정도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분석'
'정신과적 증상 68.9%, 소화기계 증상 53.6%'
번아웃 증상 '여의사 70.4%, 남성 59.7%보다 높다
'정신과적 증상 유병' 근골격계 통증 심하거나, 내시경 시술 많이 할수록 비례
"의사 건강 문제, 환자까지 위협, 근무 형태 개선과 지원 제도 마련 다급"

[보건타임즈] 국내 소화기내과 의사의 번아웃(소진, Burnout) 증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지속적인 업무와 스트레스로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여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의사들은 진료, 시술, 연구 등을 담당하며 이러한 여러 업무가 연속으로 계속돼 스트레스나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심혈관계와 소화기계 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장은선 교수 연구팀은 소화기내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일과 삶의 불균형 정도,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연구를 했다.

우선 연구팀은 2018년 4월부터 10월까지 국내 44개 의료기관에서 내시경 검사와 진료하는 소화기내과 의사 22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했다.
특히, 설문엔 실제 자신의 업무와 일상생활 등 삶의 패턴을 2주 이상 매일 기입하도록 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2차와 3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국내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평균적으로 주당 71.5시간 동안 업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남녀 간에 큰 차이는 없었다.

가사 및 육아 등 가정과 관련된 일엔 주당 16.6시간을 사용했다.
이중 여성이 20.7시간, 남성 14.3시간보다 가정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많았다.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에선 대상자 중 89.6%가 근골격계 통증을 경험했으며, 소화기계 증상은 53.6%, 우울과 불안과 같은 정신적 증상은 68.9%로 분석됐다.
중요한 점은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거나 내시경 시술을 많이 할수록(주당 60건 이상)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정신적 증상의 유병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다.

222명 중 143명(64.4%)에서는 번아웃 증상이 관찰됐으며. 여성이 70.4%로 남성 59.7%보다 많았다.
30대 여성에게선 심한 번아웃 증상 이인감(depersonalization) 증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이인감은 자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기로부터 분리·소외된 느낌을 겪는 것으로 사회생활 또는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이러한 증상들은 직업만족도의 저하로 이어졌다.
여성 의사들은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의사가 되겠다는 비율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의사가 되더라도 소화기내과를 택하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낮게 나타났다.

김나영 교수(한국여자의사회 학술이사)는 "이 연구가 우리나라에서 소화기내과 의사, 특히 40대 이하 여의사들의 번아웃 증상이 심각하다는 사회적 문제를 밝혀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의사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는 환자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의사들의 근무 형태를 개선하거나 여의사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한국여성과총에서 연구비 지원과 한국여자의사회(회장 이향애) 주관으로 수행됐다.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Digestive Disease an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