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 상승 등으로 변형된 사상판, 시신경 손상 촉발 '녹내장 유발'
시신경 이상으로 시력저하와 시야결손 나타나는 녹내장 '치료 시기 놓치면 실명'
사상판 변형 부분 평가 '녹내장 발병 높은 환자 예측, 조기 치료 여부 판단'
김태우 교수팀 "녹내장 발병 낮은 환자, 불필요한 치료 피할 수 있다"
[보건타임즈] 국내대학병원 의료진이 녹내장 환자의 사상판이 변형된 부분과 시신경 섬유가 손상된 부분이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내놨다.
녹내장은 시신경 이상으로 시력저하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망막을 통해 받아들인 시각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시신경에 장애가 생기면서 시야결손이 나타나게 된다.
뚜렷한 초기 자각증상이 없는 탓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급기야 시력을 상실할 수 있는 무서운 안과 질환이다.
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2012년 58만 명에서 2017년 87만 명으로 5년간 약 5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엔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늘면서 녹내장이 의심되는 녹내장의증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다만 이들 중 실제 녹내장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는 일부여서 치료 시작 여부를 판단하는데 종종 어려움이 있어 왔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사진)팀이 세계 최초로 사상판의 변형이 녹내장을 유발하는 중요한 선행요인이며 이를 통해 녹내장 의심환자들의 발생 여부를 예측, 치료를 시작할 시기 판단에 의미 있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녹내장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녹내장 발병의 주요 원인은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의 손상이다.
안압에 의한 스트레스가 시신경 내부의 사상판에 작용하면서 뒤로 휘는 변형을 가져와 시신경 손상을 촉발하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사상판은 시신경을 형성하는 신경 섬유가 눈 뒤쪽으로 빠져나가는 부분에 만들어진 그물 형태의 조직이다.
이 연구는 이를 명확하게 확인된 근거를 보여주는 결과로써 단순히 시신경의 외형 형태만 아니라 시신경 내부의 사상판이 변형된 위치와 시신경이 손상된 위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냈다.
이 연구는, 총 156명의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건강한 눈을 가진 그룹(1군)과 원발개방각녹내장(POAG) 환자 중 상부 시신경이 손상된 그룹(2군), 하부 시신경이 손상된 그룹(3군), 상하부 시신경이 모두 손상된 그룹(4군) 총 4개 군으로 나눠 분석에 들어갔다.
빛간섭 단층촬영 장비를 이용해 얻은 영상으로 사상판 곡률지수와 깊이의 위치 차이를 비교한 결과, 상부 시신경이 손상된 군은 시신경 위쪽의 사상판이 아래쪽보다 더 많이 휜 형태를 띠었다.
하부 시신경이 손상됐을 땐 시신경 아래쪽의 사상판이 위쪽보다 더 많이 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팀의 설명이다.(위 사진 참조)
이에 앞서 김 교수팀은 사상판 곡률이 클수록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사상판의 변형이 녹내장 발생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검증함과 사상판의 변형 부분을 평가함으로써 시신경이 손상될 부분을 미리 예측, 실제 녹내장으로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조기진단과 치료가 녹내장으로부터 실명의 위험을 감소시키지만, 의심되는 단계에선 확실하게 진하기 어려운 탓에 치료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사상판의 변형 위치와 곡률 정도를 미리 확인함으로써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예측할 수 있다면, 집중 관리를 통해 이들의 치료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대로 실제 녹내장으로 진행 가능성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을 통해 녹내장으로 실명의 불안감과 불필요한 치료를 막아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이 연구는 특히 녹내장 의증 환자들의 관리와 치료 시기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환자들은 사상판이 변형된 정도와 시신경 손상 속도에 따른 최적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내장이 가장 무서운 안과 질환이란 것은 극도로 악화돼 말기까지 거의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과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시킬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유일한 예방책은 조기 검진을 통해 빨리 발견, 조기 치료를 받는 것뿐이다.
이에 따라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안압이 높다거나 40세 이상이거나 근시가 심한다는지, 고혈압과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 녹내장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 초기치료가 필요하다.
이 연구논문은 안과 분야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미국 '안과학회지(Ophthalm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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