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하 교수 "치료 시기 놓치면 대인관계, 학습, 사회생활 등에 문제 계속 발생"
[보건타임즈] # 직장인 김00 씨는 지난 3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자녀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됐다는 감격도 잠시, 얼마 전 학교에서 상담 요청 전화가 왔다.(사진 이미지/ 고대안산병원 제공)
담임 교사는 "허락 없이 자리에 일어나 교실을 뛰어다니는 등 충동적인 행동을 할 때가 많은데 다 학급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며 조심스레 "ADHD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김씨는 단지 증상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과연 정신과에 데려가야 하는 등 생각이 많아졌다.
ADHD는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어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말한다.
이 증상은 주로 아동기에 많이 발생한다.
지속적인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한 데다 충동적이며 과잉활동을 보이는 상태를 보인다.
김씨의 사례처럼 사실 자녀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의심돼 검사를 받아야 한다거나 진단을 받았다면 태연할 수 없지만 ADHD는 뇌의 회로가 조금 다르게 작동할 뿐 치명적인 뇌의 구조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병이 아니어서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다.
지난 2016년 'How to ADHD'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미국 영화배우 제시카 맥카베(Jessica Mccabe)는 12세에 ADHD 진단을 받았던 과거를 회상하며 "모든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다든지, 충동적이면서 집중하지 못할 수 있지만 내가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힘들어했다는 걸 알아준 엄마에게 고맙다. ADHD는 뇌가 다르게 발달하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면서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면서 스스로 포기한 적 없었던 것도 엄마와 매달 병원에 가 치료를 받은 덕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 바 있다.
올림픽 메달 28개로 올림픽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가진 세계적인 수영 스타 마이클 펠프스 도 9세 때 ADHD 진단을 받았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꾸준한 치료 덕에 잘 성장해 세계 최고의 수영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이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종하 교수는 "우리나라 많은 부모는 ‘설마 우리 아이에게?’라는 생각으로 진단과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면서 "ADHD는 조기에 치료하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나 자가 치료는 절대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치료 없이는 나아지기 힘들기 때문에 ADHD 의심 증상이 관찰될 시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서둘러 치료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ADHD 아동은 '실행 기능 저하'에서 오는 주로 주의력 부족, 충동성, 과다행동을 주로 보인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ADHD는 충동을 조절하며 반응을 억제하는 실행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이상과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ADHD의 모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부모의 훈육방식 같은 환경적 요인보다 생물학적 요인이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기저핵의 발달 지연,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비정상적 활동, 생후 1년간의 뇌 손상, 납중독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현재 ADHD를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물요법이다.
이 교수는 "많은 부모가 어린 나이부터 약물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우려하지만 ADHD 치료제의 효능은 약 80%에 이르는 등 효과가 매우 좋다"면서 "집중력, 학습능력 등이 좋아지며 산만함, 과잉 행동과 충동성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나 중독 등의 문제는 규칙적인 외래 방문과 약물 조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심리치료를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ADHD 아동들은 충동적이면서 행동이 산만해 야단이나 꾸중과 같은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감이 떨어져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할뿐더러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우울한 감정이 화로 표출되기도 한다.
ADHD 치료가 지연돼 마음의 상처와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에게는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ADHD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통해 아이의 문제 행동 조절을 도울 수 있도록 부모 교육 훈련이나 집중력과 자기통제 능력을 향상시키는 인지행동 치료,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학습치료,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사회성 증진 그룹 치료 등 아동 필요에 맞는 다양한 치료가 병행되는 것도 좋다.
이 교수는 "부모가 ADHD 아동을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 치료 효과가 많이 달라져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대개 의지의 문제가 아닌 병으로 못한 것들이 있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때문에 과제를 한 번에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혼내는 것만으로 행동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꾸준한 치료와 반복 교육, 그리고 사소한 것이라도 잘한 것은 즉각 칭찬해 긍정적인 행동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하 교수는 초기 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교수는 "ADHD는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다. 초기에 상담을 받는 것조차 주저하는 부모들이 많다"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주의력결핍이나 충동적인 행동이 지속돼 대인관계, 학습, 사회생활 등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게 돼 성인이 돼서 영향을 받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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