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국민 56.7%, '연명의료 중단할 의향'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겠다 '일반인 46.2%, 암환자 59.1%, 가족 58.0%, 의사 63.6%'
질병 경과 예측할 수 있거나, 악화될수록 '작성할 필요' 더 있다
윤영호 교수 "홍보뿐만 아니라 죽음 이야기, 자연스레 꺼낼 문화 조성 다급"

[보건타임즈] 우리나라 국민 56.7%, 절반 이상이 임종 단계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는 것(논문/사전연명의료의향서)으로 나타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겠다는 비율은, 일반인 46.2%, 암환자 59.1%, 가족 58.0%, 의사 63.6%로 평균 56.7%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향후 임종 과정에 들어가는 것에 대비해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에 대한 자신의 의향을 미리 정해두는 법률적 증빙서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사진),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윤 교수는 국립암센터 김영애(암생존자지원과)박사 연구팀과 함께 '사전의료계획'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을 조사한 이 같은 연구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2016년 2월 제정된 이후,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초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임종 기간에 있는 환자에게 불필요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등 연명의료를 중단토록 요구하는 이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현재 성인이면 누구든 임종기 연명의료를 어떻게 할지 미리 상의, 문서로 남길 수 있다.
올해 1월 3일을 기준으로 따져 지금까지 접수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수는 10만 명 이상에 달한다.

이번 조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 2016년 당시 7~10월까지, 전국지역 일반인(1,241명), 암 환자(1,001명), 이들의 가족(1,006명), 의사(928명)의 네 집단 (총 4,17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결과 자신의 질병 경과가 악화되거나 생존 기간 예측이 가능한 말기 진단을 받았을 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의향은 일반인 68.3%, 암 환자 74.4%, 환자 가족 77.0%, 의사 97.1%까지로 크게 높아졌다.(아래 표 참조)

연명 치료받던 병원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권유하기 적절한 시점으로는 ▲ 사망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시술이나 처치 시행 전 ▲ 특정 중증질환 환자의 입원/응급실 방문 시 ▲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등을 가장 많이 꼽혔다.(아래 표 참조)

'사전의료계획'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으론 ▲ 대대적인 홍보와 교육, ▲가까운 곳에 등록기관 설치 ▲ 쉽게 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 마련 ▲ 사전의료계획에 관한 보험수가 마련 등을 제시됐다.(아래 표 참조)

의사의 경우 ▲ 죽음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가능한 문화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른 집단보다 중요하다고(19.1%, 3순위) 여겼다.

이와 달리, '사전연명계획'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 건강이 악화됐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편하다 ▲ 사전에 결정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의견이 바뀔 것 같다 ▲ 문서를 작성하더라도 내 뜻대로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박혜윤 교수는 “대상자 상당수가 적절한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사전의료계획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일반인과 환자 눈높이에 맞는 제도가 설계된다면, 많은 이들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를 이끈 책임자 윤영호 교수는 "대대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가장 먼저 죽음을 꺼내 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며 "건강할 때, 중증질환 진단 시, 말기 진단 시 3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혹은 사전의료계획 작성에 대한 수가를 인정하는 것도 의료진들을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 논문은 'Attitudes of the General Public, Cancer Patients, Family Caregivers, and Physicians toward Advance Care Planning: A Nationwide Survey Prior to the Enforcement of the Life-Sustaining Treatment Decision-Making Act'이란 제목으로 해외 학술지 '통증과 증상 치료(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 1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