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0일 공개변론 후 몇 주 지나 결과 발표
‘태아성감별금지법’이 시행한지 21년 만에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라 결과가 주목된다.
이 법은 낙태로 인한 남녀 성비의 불균형, 생명경시 현상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21년 전에현행 의료법 제20조 1, 2항에 마련됐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0일 대심 판정에서 태아의 性감별을 위한 의료행위와 고지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 제20조 1, 2항의 위헌 여부를 놓고 공개 변론을 연다.
이번에 헌재의 심판대에 올려지는 현행 의료법(제20조 1항)은 의료인은 태아 성 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행위는 물론 이같은 목적으로 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도 안된다며 태아의 성감별을 위한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같은 조 2항도 의료인은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산모나 가족, 이외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65조는 이를 위반하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제88조는 성감별을 알려준 의사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의 의료법 태아 성감별 금지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의 심판을 요구한 청구인은 이 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OECD 국가 중 출산율을 최하위로 하락시키고, 20년 전과 달리 1가구 1자녀가 대부분인 요즘 어렵게 임신을 한 부부가 딸이라고 낙태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청구인 측은 또 출산을 1~2개월 앞둔 상태에서 낙태를 하는 행위가 거의 없는 기간에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가족의 알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고지 행위를 처벌토록 한 의료법제20조 1, 2항)은 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보건복지가족부 등은 성비의 불균형으로 초래될 수 있는 미래의 사회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한 자녀 가정이 많아졌다고 남아선호 사상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며 “자녀를 한 명만 낳으려는 경향과 아직도 남아있는 남아선호 경향이 더해지면 태아 성감별을 통한 낙태가 더욱 조장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태아의 성감별을 알려주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산모의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출산준비에 편리를 도모하는 수준 뿐이라며 남녀 성비의 불균형으로 발생되는 사회적 위험과 생명경시 현상 등 더 중대한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될 수 있다는 강조한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임신 말기의 낙태는 산모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높다는 인식때문에 낙태의 위험성도 현저히 줄어들게 돼 유아용품 준비 등 사전 정보제공 차원에서 28주 이후부터 태아의 성별을 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헌재 김복기 공보관은 “이 사건은 성별고지 금지 행위가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또 태아를 임신한 임산부와 그 가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날(10일)은 공개변론만 듣고 몇주 뒤 선고 결과를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26명으로 미국(2.10명)과 프랑스(1.96명), 영국(1.84명)은 물론 OECD 평균(1.60명)에도 못 미치는 세계 최저수준에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3 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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