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서울대병원 '한국인 당뇨병 특이 유전자 변이' 찾았다

1만7천여 명 유전자 분석 국내 '최대 규모'
보건복지부 지원받아 '연구 수행'
논문 '당뇨병 최고 권위 학술지' 게재

[보건타임즈]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 'PAX4'·'GLP1R(그림 참조)'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이 유전자 변이는 한국인의 당뇨병 발병과 밀접한 관계(논문)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한국인의 당뇨병 원인과 특성을 규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곽수헌 교수

박경수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곽수헌, 박경수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인을 상대로 당뇨병 환자 7,850명과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9,215명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먼저 연구팀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73만개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으며 이중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변화를 일이키는 변이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단백질은 긴 아미노산 서열 구조로 구성돼 있다.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이 유전자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구조에 일부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정상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생겨 당뇨병, 치매, 암 등 각종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처럼 ▲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 분화에 관여하는 PAX4 (paired box 4) 유전자의 변이와 ▲ 당뇨병 주사 치료제로 사용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수용체인 GLP1R (glucagon-like peptide 1 receptor) 유전자의 변이가 한국인 당뇨병 발병에 중요함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PAX4 유전자의 192번째 단백질 아미노산이 아르기닌에서 히스티딘이나 세린으로 치환된 경우 당뇨병 위험이 약 1.5배 높아졌다.
이 변이는 한국인에서 빈도가 각각 8%(히스티딘)과 4%(세린)였으나, 유럽인에게선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GLP1R 유전자의 131번째 단백질 아미노산이 아르기닌에서 글루타민으로 바뀔 때는 오히려 당뇨병 위험이 0.86배 낮아졌다.
이 변이가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빈도는 21.1%였지만 유럽인에선 나타나지 않았다.

또 한국인 당뇨병 환자 중 PAX4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당뇨병 발병 연령이 낮았다.
GLP1R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땐 심장, 뇌혈관질환이 적게 발생했다.

당뇨병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약 501만 명이 앓는 대표 만성질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당뇨병 사망률이 5번째 높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연구결과에 박 교수는 "한국인 당뇨병 발병에 특이적인 유전자 변이를 발견, 한국인 당뇨병 정복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 연구는 당뇨병 예방과 맞춤 치료를 앞당길 것"이라며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정밀의료 데이터가 실제 임상현장에 적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엔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내분비내과,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한림대 바이오메디컬학과, 삼성융합의과학원, 서울대 통계학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등에서 24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당뇨병 유전체 분석 중 가장 큰 규모(17,000여명 대상)여서 관심을 모았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 사업 인간유전체 이행연구(과제번호 HI15C1595)와 세계선도의생명과학자육성과제(과제번호 HI15C3131)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됐다.

이 논문은 'Nonsynonymous Variants in PAX4 and GLP1R Are Associated With Type 2 Diabetes in an East Asian Population'이란 제목으로 이 분야 최고 권위지 '당뇨병(Diabetes)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