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에크모·호흡기 두루 갖춘 중환자 구급차로 '춘천서 평촌' 이송
한림대성심병원, 국내 유일 '중환자실 구급차' 운영
[보건타임즈] 응급 에크모·호흡기 응급장비를 두루 갖춘 중환자실 구급차가 물놀이 중 빠져 생사의 갈림길에 놓은 여중생을 춘천에서 평촌까지 긴급 이송한 덕분에 살려내 화제다.(사진 국내 유일 중환자실 구급차/일반 구급차와 크기 비교)
구급차는 한림대성심병원이 운영하는 중환자용이다.
한림대성심병원에 따르면 이 사고는 지난 7월 31일 오전, 13세 여중생 김양(거주지 경기 부천시)이 방학을 맞아 가족과 강원도 홍천 부근 계곡에 물놀이를 하러 갔다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당시 김양이 물 밖에서 보면 바닥이 훤히 드러난 얕은 곳에서 언니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다가 나무 그늘에 숨겨진 움푹 파인 곳을 실수로 발을 헛딛게 되면서 그대로 빠지면서 일어났다.
이 아이가 빠진 구역은 수심이 깊은데다 어두워 안 보인 탓에 가족들은 사고가 터진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와 중에 우연히 근처 높은 지대에서 놀던 동네 어린이들이 물에 빠진 김양을 발견했으며 김양은 곧 구조됐다.
하지만 이 아이는 너무 많이 먹은 물이 이미 폐에 가득 차 온몸의 피가 역류하고 있었으며 폐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제 기능을 못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가족들의 구조요청으로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이날 오후 4시 56분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산소마스크를 낀 이 아이는 숨을 제대로 못 쉬는 급성 호흡부전이 온 상태였으며 기침할 때마다 연신 물과 피를 쏟아내는 등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는데다 산소포화도까지 계속 떨어져 69%에 이르렀다.
산소포화도 80% 이하는 매우 저산소증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김양의 부모는 생명만큼 살려줄 것을 애원했으며 의료진은 김양에게 기도삽관을 하면서 인공호흡기를 달아 산소를 주입했으나 산소포화도가 나아지지 않자, 폐 기능을 대신할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를 삽입했다.
동시에 집중 호흡기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한림대의료원 내 연계 네트워크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센터에 전원을 의뢰했다.
하지만 김양의 상태가 에크모 치료를 멈춰선 안 되는데다 환자가 생사를 남나드는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전원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일반 구급차의 규모가 작아 에크모 같은 중환자 전문 장비를 김양에게 단 채 탈 수 없는 것은 물론 차 안에서 이 장비를 작동시킬 충분한 동력까지 없으며 의료진이 좁은 차 안에서 전문적으로 치료하기가 어려워 서다.
다급함에 의료진은 한림대성심병원이 지난해 1월부터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중환자실 구급차(Hallym Mobile ICU)’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중환자실 구급차는 중환자가 생명 유지와 회복 치료를 지속하면서 병원 등 장소를 옮길 수 있도록, 증상 발생 후 30분 이내에 진단·처치를 받을 수 있게 만든 중증 응급환자 전용 이송수단이다.(사진 일반구급차(왼쪽)와 중환자실구급차(오른쪽) 내부 비교 )
중환자실 구급차는 일반 구급차보다 규모가 1.5배 정도 크며 내부에 에크모 장비·인공호흡기·응급환자 상태를 체크하는 모니터링 장비·약물주입장비 등 중환자실과 같은 치료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에크모·인공호흡기 등 여러 장비를 동시 가동하기 위해 내부 전력을 일반 구급차 대비 2~3배 더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산소통도 일반 구급차 대비 4배 정도 실을 수 있어 에크모와 인공호흡기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응급환자를 장거리 이송할 수 있다.
이 구급차를 이용하면 김양은 에크모를 착용한 채 구급차 안에서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차안에선 24시간 대기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의료진 3~4명이 한 팀으로 움직여 중환자실처럼 곧바로 전문적인 처치를 할 수 있다.
이 중환자실 구급차는 월평균 1회 가동 되며, 이를 통해 생명을 구한 이송환자의 생존율이 85%에 달한다.
연락을 즉시 출발한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 팀은 저녁 9시 29분 경 한림대춘천성심병원에 도착했으며 김양의 에크모를 중환자실 구급차에 맞게 이동식으로 바꾼 뒤 여러 장치를 교체한 후 곧장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이를 광경을 지켜봤던 김양의 부친은 "건강했던 막내딸이 물에 빠져 반나절 만에 의식을 잃게 되는 거짓말 같은 위급상황이 벌여져 난감했다"면서 "모든 장비가 갖춰진 트랜스포머 같은 큰 구급차가 눈앞에 나타나 한 줄기 희망이 잡히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중환자실 구급차 안에선 의료진이 끊임없이 에크모를 돌리며 폐 치료를 계속 시행했으며 일행은 8월 1일 자정 한림대성심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한림대성심병원 의료진은 김양의 폐 속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폐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 재생치료를 시행하면서 에크모 치료를 지속한 지 4일 만인 8월 5일, 산소포화도가 100%에 이르러 이 장비를 떼어냈다.
다음으로 의료진은 김양이 호흡하는 데 적응토록 위해 인공호흡기를 달았다가, 8월 6일 이마저 제거했다.
이후 회복한 김양의 부모는 "아이가 '난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왜 이런 무서운 곳에 누워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의아스러운 듯 말했다"며 "딸이 다시 살아난 것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양의 부모는 딸의 상태가 매우 불안해 하루 40분씩 면회를 갈 때마다 아이의 발밑에 담당 주치의 김형수 교수(흉부외과)가 앉아 대기하는 것을 보며 안심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8월 7일엔 김양은 상태가 거의 정상에 가까워져 정상적으로 식사를 했다.
최근 김양은 기력을 완전히 되찾아 최근 퇴원했다.
김양의 부모는 "하늘이 딸의 새 생명을 위해 한림대의료원으로 인도하신 듯하다"면서 "세상의 모든 것과 모든 순간에 감사하며, 딸아이의 사라진 8일의 기억과 새 삶이라는 선물을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는 말을 전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6: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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