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을지병원, '원위부 담도암 국제병기체계 개선' 필요

손병관 교수 "AJCC 평가항목에 종양 인접장기 침윤 여부에 포함" 강조
논문 'SCI 국제학술지 7월' 게재

[보건타임즈] 최근 원위부 담도암의 국제 병기체계가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 예측에 한계가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논문)가 국제 SCI학술지에 실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 인체 중앙에서 먼 쪽에 보이는 담도(담관, 쓸개관)암(적색 파선): A) 인접장기에 침범하지 않은 상태에서 좁고 사방이 막힌 담관벽에 기생한 종양. 담관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이 샘창자(십이지장)로 보내지는 통로다 B) 단 하나의 이자(췌장)에 침윤한 종양, 이자는 위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다 C) 이자와 십이지장(샘창자), 장기 두 곳에 침윤한 종양. 샘창자(duodenum)는 위의 유문에서 회장(回腸)까지 이르는 부위로 C자형 또는 말발굽 모양하고 있다. 십이지장이란 이름은 손가락 12개를 옆으로 늘어놓은 길이란 뜻이다. 하지만 실제는 약 25㎝정도로 손가락 12개의 폭보다 길다./ 논문서 발췌]

담도(쓸개관)암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보내지는 통로 담도(담관)에 발생하는 암이다.
담도암은 간 내와 간 외로 나눠진다.
원위부 담도암은 간외 담도암으로 전체 담도암중 20~30%를 차지한다.

을지대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손병관 교수(사진)는 이번에 발표한 'Dual-organ invasion is associated with a lower survival rate than single-organ invasion in distal bile duct cancer: A multicenter study'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미국암연합위원회(AJCC)가 개정 8판에서 제시한 원위부 담도암 병기체계가 인접 장기(담낭, 췌장, 십이지장 등) 침윤 여부의 중요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논문은 SCI 학술지 'Scientific Reports' 7월호에 게재됐다.

이 연구결과는 원위부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다기관 임상결과다.
이 연구엔 성균관의대 김동훈 교수, 한양의대 민경환 교수 등 이 분야의 전문 연구진들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AJCC의 담도암 병기체계에 따르면 담도암의 병기를 결정할 때 암의 침윤깊이(T), 임파선의 전이(N), 다른 원격 장기로 전이(M)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TNM 분류법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8차 AJCC 원위부 담도암의 TNM 병기는 암의 침윤깊이에 따라 이중 T는 T1(침윤깊이 < 5㎜), T2(침윤깊이 5~12㎜), T3(침윤깊이 >12㎜)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N병기는 암세포의 임파선 침습에 따라 N0(임파절 전이 없음), N1(전이성 림프절 1~3개), N2(전이성 림프절 3개 이상), 그리고 M병기는 원격 장기전이 여부에 따라 M0(전이 없음)와 M1 (전이 있음)로 나눈다.

손 교수팀은 이미 World Journal of Surgery (SCI저널) 2017년 1월호에 'Invasion depth measured in millimeters is a predictor of survival in patients with distal bile duct cancer: decision tree approach'라는 연구논문을 게재, 원위부 담도암의 병기설정에서 암의 침윤깊이에 따른 예후판정의 중요성을 입증해 보인 바 있다.

앞서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7차 AJCC 병기체계에서 모호했던 T병기 설정에 ㎜단위 수준의 침윤깊이에 따라 객관적인 설정 값에 근거한 T병기 재분류의 필요성을 확인했었다.

손 교수에 따르면 8차 AJCC 원위부 담도암의 T병기 설정에서 암 침윤깊이에 따라 T1, T2, T3으로 분류, 개정됐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인접장기 침범 여부에 대한 설정을 빠뜨렸다고 한다.

이에 손 교수는 "원위부 담도는 췌장 등 주요장기와 바로 맞닿아 있는데다 길고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기에 암의 침윤깊이가 비슷해도 암의 위치에 따른 인접 장기의 침윤 여부 또는 침윤 장기의 갯수에 따라 예후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8차 AJCC 원위부 담도암 병기는 이런 중요한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원위부 담도암 환자 37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결과 8차 AJCC T2와 T3병기 분류에 따른 생존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위 사진, 캡션 참조)

반면 암 침윤깊이와 무관하게 인접장기의 침윤 여부와 침윤 장기의 수에 따라 무재발 생존율(relapse free survival)과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평균 추적 관찰기간만 44개월이 걸린 무재발 생존율에서 종양이 단일 인접장기에 침윤한 환자의 66.4%가 재발했다.
더욱이 2개 인접장기에 종양이 침윤한 환자는 75%가 재발했다.

이와 유사한 결과가 전체 생존율에서도 나왔다.
종양이 단일 인접장기를 침윤한 환자는 73%, 2개 인접장기를 침윤한 환자는 84.6%가 사망했다 이를 추적 관찰기간은 평균 48개월이 걸렸다.

이런 결과는 현재의 침윤깊이 분류에 따른 T분류가 정확한 예후 판정에 미흡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보다 정확한 예후 판정을 위해 침윤깊이 간격의 재조정과 함께 인접장기 침윤여부, 침윤장기 수에 대한 평가 항목이 T병기 분류에 추가 설정돼야 할 필요성을 검증해냈다.

손 교수는 "이번 연구는 AJCC의 원위부 담도암 병기의 한계점을 지목, 명확한 예후 판정을 위해 병기 설정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추가 연구들이 이어져 원위부 담도암 병기체계의 개정 필요성이 탄력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