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전국대학 교수 95명 '낙태죄 폐지 반대'

'산모 출산-양육권 보장대책' 선(先)수립, 지원 강조

[보건타임즈] 대학 교수 95명이 헌재에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탄원서의 골자는 어린 생명의 보호와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낙태죄 폐지 주장이 중단돼야 한다는 거다.

탄원서는 전국대학교수를 대표로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구인회 교수 등 3명이 8일 오전 11시 수신자를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으로 접수했다.

이 탄원서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95명이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법률 심판 중에 있는 '사건번호 2017 헌바 127 사건명 형법 제269조 1항, 제270조 1항' 등 위헌소원에 이 법률조항 폐지를 반대하며 이보다 이전에 국가가 어린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산모의 출산권과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 탄원서는 재판부에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하는 생명의 가치 기준이 무엇인가를 숙고, 결정해야 할 것과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미명아래 산모를 낙태로 내모는 낙태죄 폐지 주장을 중단해야 하며 국가는 산모의 출산 권과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책임 있는 대책을 수립, 지원해야 한다면서 낙태죄 규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낙태죄 폐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이를 찬성하는 23만 명 이상의 청원이 청와대에 접수되면서 비롯됐다.
이에 맞서 같은 해 말 당시 천주교를 중심으로 한 100만 명 이상이 낙태죄 폐지에 반대함으로써 지난해 말부터 국민들 간의 뜨거운 관심대상이 됐다.
이후 낙태죄의 위헌여부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중에 있다.

이 탄원서에 따르면 일각에선 현행 형법에서 낙태를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사회에 광범위하게 행해지는데다 처벌도 거의 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에 놓여 있는 낙태죄를 존속시켜 놓음으로써 오히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이 제한을 받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탄원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라는 미명아래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신성한 생명을 해치는 동시에 여성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파괴시켜, 결국 우리 사회에 생명을 경시하는 죽음의 풍조를 키울 수 있다고 봐 3가지 이유를 내세워 반대했다.

첫째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수정란은 초기의 인간 생명이라고 주장했다.

이 탄원서는 인간의 생명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유일한 세포 수정란으로부터 시작되며 생명체로 성장, 발달하는 과정을 낙태로 제거한다는 것은 있어선 안 된다며 헌재조차 2012년 8월 '태아가 모와 별개의 생명체 일뿐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판결함으로써 태아가 독립된 생명체임을 확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임신중절이란 용어로 어린 생명의 죽음을 감춰선 안 된다는 것이다.

탄원서는 그간 국가적 이익이라는 명분과 '임신중절'이나 '가족계획'이라는 완곡한 용어를 사용, 위법성을 감춘 채 낙태를 권장함으로써, 생명의 초기 단계인 태아를 살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즉 임신중절이나 가족계획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 정부가 산아제한정책을 합법화하기 위해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봤다.

탄원서는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1953년 형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면서 "이후 1960년 11월 당시 정부는 '급증하는 인구를 조절, 국가의 경제 발전을 기여하는 동시에 모자보건의 증진과 국민생활 향상을 도모한다'는 그럴듯한 미명아래 인공유산(낙태), 단종법 또는 여러 피임법을 사용, 인구조절정책으로 채택했으며 나아가 1973년 모자보건법을 제정, 낙태를 합법화한 뒤 1980년대 중반까지 낙태를 포함하는 산아제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열거했다.

세 번째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출산 권 보장을 요구했다.

탄원서는 일각에서 낙태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여성)의 선택권(자기결정권) 사이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태아의 생명과 부모의 복지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에 달렸다면서 이 세상의 어떠한 것도 인간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녀를 임신, 출산, 양육하면서 주어지는 부담의 대부분을 산모 개인에게 짐을 지우는 현재의 상황에서 대안 없이 태아의 존엄 또는 생명권만 내세워 산모의 낙태 선택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 탄원서는 "위험에 처한 태아의 생명을 구하려는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어려운 여건에서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한다는 임산부의 두려움과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마련, 산모들에게 '출산의 행복(출산권)'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낙태죄 폐지를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