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표 교수 "기흉 발병 환자, 담배 피우게 되면 20배 더 잘 발생"
재발 심하며 예방법으로는 오직 '금연 뿐'
[보건타임즈] '기흉'이란 말 그대로 해석하면 가슴에 공기가 들어찬 상태를 말한다.
가슴에 있는 폐는 원래 공기가 차있는 장기다.
이 장기의 기능에 따라 폐안에 있는 공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폐 바깥으로 공기가 찬 것이 문제가 된다.
폐는 늑골로 둘러싸인 흉강(胸腔)이라는 공간 안에 있다.
정상상태에선 늑골과 폐가 붙어 있지 않지만 폐에 구멍이 생겨 숨을 쉴 때마다 폐에서 공기가 새어나오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폐는 쪼그라 들거나 새어나온 공기가 점점 폐와 늑골사이 흉강 내에 쌓이면서 폐를 압박하는 상태가 되는 질환이 기흉이다.
기흉은 3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외부 자극 없이 저절로 발생하는 자연 기흉과 늑골 골절이나 자상 등외상을 입은 외상성 기흉, 그리고 의학적 검사 또는 시술 과정에서 주사침 등에 의해 발생하는 의인성 기흉이 있다.
자연 기흉은 다시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뉜다.
일차성 기흉은 폐질환이 없는 주로 10대에서 20대 후반 사이에서 발생하는 기흉이다.
주로 야위거나 키와 체형이 큰 남성에게서 호발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사춘기시기엔 '기포'라고 하는 속이 빈 공기주머니 같은 조직이 폐 상부 표면에 생길 수가 있다.
이 공기 주머니가 터지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된 공기가 폐에서 새어나오게 된다.
'기포'라는 조직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흡연이다.
흡연하는 남성은 비흡연자와 비교해 20배 정도, 흡연여성도 10배정도 기흉 발생 위험이 높다.
기흉으로 입원, 가슴에 흉관을 삽입한 흡연자 환자에게 담배를 피우게 되면 20배 더 기흉이 잘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흉부외과 홍기표 교수(사진)는 "입원 중에 있는 흡연자 환자에게 담배를 피우게 되면 또 가슴에 흉관을 삽입하게 된다고 얘기해주면 금연이 매우 쉬어지게 된다"며 "기흉 발생 환자의 대부분은 남성 환자이며 이들에게서 호발 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최근에 여성 흡연이 증가하면서 여성도 기흉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원인이 왜 이리 많은지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겠으나 사실 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치료를 한다는 것과 병원 근본 원인을 명확하게 안다는 것은 다른 별개 얘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식의 기흉으로는 '월경성 기흉(Catamenial Pneumothorax )'이 있다.
홍 교수는 "매우 드문 기흉으로 여성에게서 발생한다"며 "발생 기전은 자궁내막 조직이 여러 경로를 통해 흉곽내로 들어와 횡격막, 늑막, 폐 등에 착상, 월경 주기에 맞춰 탈상하면서 기흉이 발생, 치료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재발이 잘된다"고 지적했다.
이차성 기흉은 결핵이나 폐기종, 폐암 등 폐 병변이 있으면서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기흉을 말한다.
주로 50대 이후 중장년층에게서 발생률이 증가한다.
기흉의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과 호흡곤란이다.
이 증상들은 대개 증상 발생 후 48시간 정도 지나면 기흉이 회복되지 않았어도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차성 기흉은 일차성 처럼 폐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심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지만 원래 폐질환으로 폐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발생하면 심한 호흡곤란으로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일차성이더라도 좌, 우 양측 폐에 동시에 기흉이 발생했을 땐 호흡곤란이 매우 심하며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할 수 있다.
기흉 중에서 위급한 상황으로 '긴장성 기흉'이라는 것이 있다.
긴장성은 기흉이 매우 심하게 발생, 양측 폐의 가운데 있는 심장이 기흉이 발생한 폐의 반대 측으로 밀리는 상황을 말한다.
증세가 심해지면 혈압이 떨어지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기흉 환자를 위한 응급처치로 주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다.
증세가 없거나 정도가 경미한 기흉은 외과 처치 없이 산소만 흡입하면서 폐에서 새어나온 공기가 다시 폐로 자연흡수 되기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크게 불편하거나 기흉의 정도가 심할 때는 가슴에 구멍을 뚫어 흉관이라고 하는 플라스틱 관을 늑골 사이로 삽입시켜 폐를 누르는 공기를 관을 통해 밖으로 빼낸다.
동시에 공기가 더 이상 새어나오지 않을 때까지 절개창에 삽입한 흉관을 유지한다.
국소 마취하에 흉관을 삽입하는 자체가 엄밀하게 따지면 작은 수술이지만 흔히 기흉의 수술 치료는 전신 마취하에 기흉 발생의 원인이 되는 기포를 절제하는 수술을 말한다.
산소를 마시거나 흉관을 통해 폐에서 새어나와 폐를 압박하는 공기를 빼내는 것은 공기가 새는 부위와 샐 가능성이 있는 기포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로 단정하기 힘들며 기포를 절제하는 것이 재발률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술치료여부는 기본적으로 전문의인 주치의 판단에 의하지만 대개의 적응증은 여럿 있다.
첫째는 흉관을 통해 폐를 누르는 공기를 열심히 빼내도 폐에서 새어나오는 공기의 양이 워낙 많아 폐가 다시 펴지지 못하는 경우엔 수술로 공기가 새는 부위를 봉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것도 절제가 가능할 때며 폐에 빈 공간이 많이 생기는 폐기종이 심해 정상적인 폐조직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수술자체를 시도할 수 없다.
둘째, 흉관 삽관 후 5일 이상 공기누출이 멈추지 않았거나 공기 누출이 5일 이상 지속됐을 땐 대개 공기 누출이 쉬 멎지 않아 입원 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술을 하는 쪽으로 치료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영상의학과 검사결과 기포의 크기가 큰데다 수가 많아 재발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될 때는 수술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기포의 크기가 작으면서 수가 적다고 해 재발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넷째, 이전에 기흉이 생겼던 폐에 다시 기흉이 발생했다든지, 이전과 다른 쪽에 기흉이 발병한 경우 수술치료를 한다.
이러한 환자들의 기흉 재발 가능성은 거의 8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비행기 조종사나 승무원, 스쿠버 다이버, 전문 등산가 등 주변압력의 변화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다.
여섯째, 의료의 사각지대인 외딴 지역에 거주, 기흉이 발생해도 응급치료가 어려운 환자 등이다.
비행기 조종사나 승무원, 전문 등산가는 기압이 낮은 상공이나 고산지역에서 기흉 발생 위험성이 높아 사전에 검사 상 기포가 발견되면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스쿠버 다이버도 깊은 바다에서 수면으로 이동시 압력 변화로 인해 폐가 팽창하면서 기흉의 발생 위험도가 급상승해 기포를 절제해주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수술법은 기흉의 원인이 되는 기포를 절제하는 거다.
대부분 비디오 흉강경을 이용, 시행하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개흉술이 필요한 사례도 있다.
기흉을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요령은 없다.
앉아 공부 혹은 운동을 하다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기흉 발생 위험도가 약 20배정도 더 높아 적극적인 예방법으로는 환자 스스로가 금연하는 것뿐이다.
기흉은 재발을 잘하는 질환이며 수술 후 수술 받은 환자의 약 10% 이내에서 재발 가능성이 있다.
수술 후에 기흉이 재발하는 기전은 대개 수술 부위 주변에 또 다른 기포가 생성돼 발생한다. 예방하기 위해 정기 검진을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다면 기흉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 정기 검진은 별 다른 의미가 없다.
일반적인 엑스레이 검사로는 작은 기포의 변화를 알 수가 없을 뿐더러 흉부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해야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영상 검사에서 기흉이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궁금하게 여겨 흉부 컴퓨터 단층 촬영 검사를 한다면 불필요한 검사가 돼 급여삭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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