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신간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보건타임즈] 다음 달 이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됨으로써 한국인의 죽음에 자기결정권이 커진다.

그간 의사와 가족이 결정해오던 일 상당 부분이 환자에게 넘어오면서 부담도 커진다.
생사를 결정해야 하는 두렵고 절망스러움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그가 30년간 수많은 환자의 삶과 죽음을 지켜본 경험담을 곁들여 생사에 기로에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겪게 될 일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사진)'이란 책을 출간했다.

죽음이란 누구든 이야기하는 것조차 유쾌하지도 않을 뿐더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국인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리거나 이를 포함한 만성질환으로 한 해 사망자의 약 90%가 죽는다는 것은 이미 통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병원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의술이 어느덧 임종기 환자들에게까지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이어져, 존엄사와 호스피스 제도와 맞물려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게다가 20년간 사회적 협의와 공청회를 거쳐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이 법의 존재를 모르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심지어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조차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법안, 시행령, 시행규칙, 서식까지 합하면 40여 페이지에 달해 복잡한데다 3년까지 실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벌칙조항도 있다.
이 법을 만들어 집행하는 사람들은 시행만 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시범사업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가령 장기간 병고에 시달려온 말기 환자에게 임종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서명을 받는다는 것은 고통만 안겨줘 차마 서류 작성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법에선 이를 감안, 환자 본인의 서명이 없으면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임상 현장에서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지만 법에 따르면 호스피스 신청은 말기를 기준으로, 연명의료결정을 임종기로 정해 혼선이 우려된다.
이와 함께 너무 많은 규제와 벌칙 조항에 상당한 문서작업을 요구하는 등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

이 책은 연명의료결정법에 이토록 산적한 문제를 풀어낼 방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비롯해 연명의료 용어와 개념, 다른 나라 제도와 비교,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생생한 사례와 거기 읽힌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낸다는 점도 눈에 띤다.

저자 허 교수는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화를 위해 1998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창립에 기여했으며, 회장으로 활동해왔으며 의료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져 2005년부터 ‘사회 속의 의료’ 블로그에 다양한 글을 올리고 있다.

이 책엔 삶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겨져 연명의료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들어주는 진심어린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내게 주어진 현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우쳐 줄 것이라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이 책은 허 교수가 '연명의료결정법'시행을 앞둔 우리가 혹시나 경험하게 될 병원에서 임종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그동안 써온 글과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저자 허대석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내과전문의를 취득했다.
그는 진행기 암 환자를 항암제로 치료하는 종양내과학 세부 전문 분야에서 30여 년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 왔다.
그는 말기 암 환자 가족상담 모임을 1990년대 초반에 시작해 '등불모임'이라는 봉사 조직으로 발전시켰으며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서울대병원 호스피스실 실장으로 직무를 수행해온데다 서울대병원 암센터 소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병원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대외학술활동으로 대한종양내과학회 회장,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 2008~2011년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을 맡아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근거중심보건의료 확립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