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혁 교수 "가이드라인 마련에 기여" 기대
췌장암, 가장 예후 나쁜 암종 '생존율 10%'
조기치료 '생존기간 39.1', 지연치료 '21.1 개월'
무병 생존기간 '18.8 대 10.0 개월'
[보건타임즈] 암은 세포주기가 조절되지 않아 세포분열을 계속하는 질병이다.
정상적으로는 사멸해야 할 비정상 세포들이 과다 증식하게 되면서 주변 조직과 장기에 침입, 이들을 파괴하며 다른 장기로 퍼져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췌장암은 암 중 가장 예후가 나쁜 암종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암종 생존율이 약 70%이며 갑상선 암은 100%, 위암과 대장암은 약 75%인 반면 췌장암은 10%에 불과, 예후가 아주 나쁜 암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등 선진국조차 같다.
췌장암환자의 생존율이 극히 낮은 이유는 암 전 단계의 병변이 뚜렷하지 않아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조기에 진단하기가 어려워 서다.
지금도 의학의 발전이 계속 되지만 과거 수 십 년간 췌장암의 생존율 향상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런 이유에서 2030년엔 췌장암 사망자 수가 폐암 다음으로 많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의학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사진) 연구팀은 췌장암 수술 후 재발율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는 2006년 1월부터 2015년 5월 사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췌장암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총 113명의 환자에게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치료 개시 중간시점 35일을 기준으로 잡아 조기치료그룹(56명)과 지연치료그룹(57명)으로 나눠 조기에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조기에 실시한 후의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이 결과, 조기치료그룹의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수술 날짜부터 사망 날짜까지의 시간)은 39.1개월로 지연치료 그룹 21.1 개월보다 무려 18개월이나 늦춰졌다.
무병 생존기간(Disease-free survival, 수술 날짜부터 재발 또는 사망 날짜까지의 시간)은 조기치료 그룹 18.8 대 지연치료 그룹 10.0개월로 유의하게 길었다.
또 수술 후 합병증이 없는 67명의 환자에서 조기치료 그룹의 전체 생존기간은 42.8 개월로 지연치료 그룹 20.5개월의 거의 2배 이상 연장됐다.
조기치료의 무병 생존기간은 19.6 개월로 지연치료 9.1개월에 비해 모두 훨씬 더 길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췌장암 수술 후 조기에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전체 생존과 재발까지의 생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예정된 항암 스케줄(6차)을 제대로 완수하는 것이 장기생존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췌장암처럼 빨리 자라는 암은 수술 후 조기에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암을 적극 치료하는 차원에선 유리하지만 수술 후 환자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반대로 늦게 하면 암 치료가 지연되는 단점이 생겨 항암을 시작하는 시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연구는 이런 측면에서 환자의 전반적인 신체 상태가 허락된다면 항암화학요법을 조기에 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규명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향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 원칙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 교수는 "최근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선 '수술 후 환자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 정확하게 어느 시점에서 항암을 시작할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 연구를 통해 수술 후 항암요법을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술 후 빠른 회복과 생존율 향상을 위한 항암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 확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췌장암의 경우 워낙 예후가 좋지 않아 오히려 자극 주는 치료를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상당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면역요법을 포함한 새 치료법의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며 분명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이나 주변의 잘못된 정보에 휩쓸려선 안 된다"면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를 거쳐 적극적인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된 바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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