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우리나라 술의 기원은 제왕운기(帝王韻紀)에 기록된 고구려의 주몽신화에서 시작된다.
제왕운기는 주몽 신화를 통해 후세에 우리나라에서 술 문화가 있었음을 처음 후세에 전하는 문헌이 되는 셈이다.
내용은 이렇다.
천체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세 딸을 초대, 술을 취하도록 마시게 해 모두 놀라 달아났으나 큰 딸 유화가 해모수에게 잡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았다고 전하고 있다.
삼국지 등 옛 기록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상고 때부터 여러 가지 제의를 가지면서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제의엔 제수품으로 제주(祭酒)를 올리는 음복이라는 종교의식을 갖게 되며 제사상에 올린 술과 음식을 마시게 됨으로써 주흥이 일면 종교보다 시(詩)·가(歌)·무(舞)의 예술적 서정에 빠져들면서 집단적으로 즐길 땐 흥취가 더욱 고조된다.
학자들은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 종교적 행사를 술 문화의 한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위지(魏志) 동이전에선 "백성들이 추수 후 모두 모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영고(迎鼓), 동맹(東盟), 무천(舞天) 등의 행사 때 밤낮으로 식음(食飮)했다"며 "술을 빚어(brew rice wine) 즐겼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음(飮)'은 술을 마셨다는 것을 가리킨다.
술은 곡물을 씹어서 빚었으며 이를 마시면 취한다고 했다.
지봉유설(之峰類說)도 삼국 시대에 입 안에서 곡물을 씹어서 만든 술을 가리켜 '미인주(美人酒)'라고 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중국 역사책에서조차 우리나라 삼국 시대엔 술 빚는 기술이 아주 발달했다는 술의 기록이 많아 남아있으며 백제의 수수보리(須須保利)는 일본에 누룩으로 술 빚는 방법을 처음 전해줬다고 기록하고 있다.
술의 흥취는 예로부터 문학이나 음악, 또는 회화 등 여러 가지의 미적 형상화와 연관이 깊다.
고전문학엔 신라 유리왕 9년의 가배(嘉俳) 행사의 주식(酒食)이 마련됐으며 온갖 놀이와 노래와 춤이란 뜻의 백희가무(百戱歌舞)가 성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어느 여인의 입에서 나오던 '회소회소(會蘇會蘇)'라는 한 시적 탄사는 회소곡과 연유가 됐으며 이때 부르던 노래는 술을 마시며 흥겹게 놀던 주흥과 깊이 관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구지가(龜旨歌)'도 3월 몸의 부정을 없애는 제의 계욕제의(禊浴祭儀)에서 부른 것으로 전해져 제주(祭酒)에서 주흥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엿볼 수 있다.
고려 시대 땐 약주, 탁주, 소주의 기본적인 술 세 가지를 모두 만들었다.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술이 독해 쉽게 취하고 빨리 깬다. 서민들은 좋은 술을 얻기 어려워 맛보다 흐리고 빛깔이 짙은 것을 마신다"고 표현했다.
이에 "술은 누룩과 멥쌀로 빚은 청주이며 서민이 마신 것은 탁주인 듯하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누룩과 멥쌀로 빚은 술 제조기술은 고려 때 원나라에서 전해졌으며 몽골군이 주둔했던 개성과 안동·제주도가 소주의 명산지로 유명했다.
이와 함께 고려 시대의 시문에는 이화주, 화주, 파파주, 백주, 방문주, 춘주, 천일주, 천금주, 녹파주 등의 술이 등장한다.
술 이름에서 암시하듯 고려시대이후는 술과 문학을 잇는 청산별곡과 쌍화점, 한림별곡 등 술과 관계된 노래가 많다.
대표적인 음주가로는 고종 때의 한림별곡의 제4연이 있다.
황금주(黃金酒)와 백자주(柏子酒) 등 일곱 가지의 다양하면서 사치스런 술과 앵무잔(鸚鵡盞)·호박배(琥珀杯) 등이 열거돼 있다.
고려의 이규보(李奎報)는 술 없이는 시를 짓지 않았다는 문인으로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그의 동국이상국후집 권11 찬(贊)의 주호명(酒壺銘)에선 "술에 취해 거나해져 몸이 풀리면서 마음이 활달해지며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르나니 모두 네(술 酒)가 시킨 것"이라며 평소 즐겨하던 가무가 주흥에서 비롯됨을 가리켰다.
이규보는 술의 전기로 술에 얽힌 고금의 이야기를 전기식으로 서술한 국선생전(麴先生傳)을 지은 당대 최고의 문인이다.
대개 우리나라의 전통 술을 향토 술 또는 민속주라고 하면 크게 약주, 탁주, 청주, 소주로 나눠 구분해볼 수 있다.
이중 예로부터 맑은 술 청주는 '약주(藥酒)'라고 불러왔으며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약주는 기력을 높여준다고 해 약재를 넣은 약양주(藥釀酒)와는 사용용도에서 다르다.
약주라는 술 이름의 유래는 임원십육지 정조지에 나와 있다.
고려 인조 때 서충숙공(당시 정치가 서성)이 좋은 청주를 빚었으며 그의 집이 약현에 있어 그가 사는 집의 술을 약산춘(藥山春)이라고 했다.
또 조선 중종 때 서해라는 사람은 부모가 장님 처녀와 결혼을 시켰다.
그는 첫날밤에 아내가 장님인 것을 알았지만 천시여기지 않고 더욱 사랑했으며 슬하에 아들 하나를 뒀다.
이후 갑자기 서해가 요절하자 그의 아내는 슬픔에 잠겼지만 남편의 깊은 정과 은혜를 생각해 기울어진 서 씨 집안을 위해 친정에서 돈을 꾸어다가 청주를 빚어 팔았으며 술맛이 좋아 순식간에 장안에 소문이 펴졌다고 한다.
여인이 서울 약현(藥峴)사람이어서 이 술을 '약주'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땐 시조와 가사를 통해 술과 문학을 교차시켰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당시 음주의 낙을 안다는 시가시인이면 으레 술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시인으로 쌍벽을 이뤘던 고산 윤선도(尹善道)와 송강 정철(鄭澈)은 시주객으로 이름나 있다.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 고산은 운치 있는 음주의 낭만과 격이 높은 자연애의 흥치를 잘 표현했다. 송강문학에는 고산보다 술을 찬양하는 시가가 더 많이 나타난다.
정철의 장진주(將進酒)는 주객들에게 널리 회자돼 오던 술을 풍류로 표현한 시조 중 하나다.
우리민족이 술의 풍류를 즐겼던 연회 등 주연을 그려낸 고미술이 많다.
조선시대 대표화가 김홍도(金弘道)의 '만월대계회도(滿月臺契會圖)'엔 개성의 송악산 기슭에 있는 만월대에서 수많은 선비들이 들 잔치에서 주연을 즐기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각자가 주안상 앞에서 반원으로 줄지어 앉아 있는가하면 중앙에 술병을 놓은 삼족상(三足床)앞에서 춤을 추는 두 무희, 젓대를 부는 가하면 현악기를 타며 장구를 치면서 주연의 흥을 돋우는 6명의 악대가 그려져 있다.
주위엔 여섯 선비가 여자의 술잔을 받는 모습에 술에 만취해 엎드러진 선비를 일으키는 동자의 모습 등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16세기말경엔 술의 풍류는 또 주기(酒器)나 술 이름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술 담는 그릇으로 은은한 비색의 고려청자나 목이 길쭉한 순백의 이조백자로 곡선미가 아름다운 술병이 애용됐다.
마시는 술잔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호박배·만호배(璊瑚杯)·옥배(玉杯)·은배(銀杯)·금배(金杯) 등 사치스런 술잔은 물론, 모양에 따라 앵무배 또는 도화배(桃花杯)라고 불렀다.
술잔만큼이나 조선시대엔 증류법이 더욱 발달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여러 고서와 문헌에 따르면 이 시대에 일단 빚은 술을 증류시켜 도수를 높인 소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졌던 시기로 전해지고 있다.
이 당시는 소주를 만드는 방법은 가마솥에 끓이는 것이었다.
가마솥에 익은 술밑(누룩을 섞어 버무린 지에밥. 술의 원료)을 붓은 뒤 솥 가운데 큰 그릇을 하나 띄어 놓은 후 뚜껑을 거꾸로 덮는다. 불을 지펴 끓기 시작하면 제쳐놓은 뚜껑에 찬물을 부은 뒤엔 술기운이 찬 뚜껑에 닿아 액체가 돼서 꼭지를 타 그릇에 똑똑 떨어지게 된다.
그릇에 모인 것이 바로 소주이다.
조선 시대 증류법은 더욱더 발달, 토고리, 동고리, 쇠고리 같은 소줏고리(소주를 고는 오지그릇)가 생겼으며 조선조 문종이 승하했을 때 단종이 상제 노릇을 하느라 몸이 약해져 소주를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고 기록에 남아 당시 소주를 약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지봉유설에선 "소주를 약으로 쓸 뿐 함부로 먹지는 않았다. 그래서 풍속에 작은 잔을 소줏잔이라고 했다며 근세에 와서 사대부들이 호사스럽게 마음대로 마셨다든가 여름이면 큰 잔으로 잔뜩 취할 때까지 많이 마셔 갑자기 죽은 자가 많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성종 21년'에서는 "세종 때는 사대부 집에서 소주를 사용하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요즘은 보통 연회 때도 소주를 빚어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 금지토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런 문헌을 통해 고려에 이어 조선 중기에 소주가 널리 보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조선 시대의 옛 문헌 중에 주방문, 온주법, 역주방문, 김승지댁 주방문, 술 빚는 법, 술 만드는 법 등의 술 전문서와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등의 농업서나 음식 책에 술에 대한 기록들이 많아 우리민족의 술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임원십육지는 조선시대에 특징이나 특색이 있는 술을 즐겼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문헌 중에 몇 게 남아 있지 않은 민족문화기록서 가운데 하나다.
이 고서엔 조선시대에 가향주, 약용주, 과실주 등을 빚었거나 마셔왔다는 기록들이 문헌에 소개되면서 특색과 특징이 있는 명주의 시초가 되는 좀 더 고급스러운 술들이 등장한다.
가향주(加香酒)는 순곡에 누룩으로 빚어낸 청주에 꽃잎이나 향료를 넘어 빚은 약주다.
임원십육지에선 이 약주를 향양주(香釀酒)로 소개하고 있다.
향양주는 순곡주 재료에다 향이 나는 재료를 넣어서 함께 빚거나, 이미 빚은 곡주에 가향 재료를 침지시켜 만든다.
향양주의 향을 내는 재료로는 진달래, 도화, 송화, 송순, 연잎, 매화, 동백꽃, 국화 등을 썼다.
약용주는 소주에 약재의 성분을 우러나게 해 빚은 술이다.
이같이 소주에 약재를 침지시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약재를 섞은 술밑을 고아서 소주를 얻기도 했다.
평양의 명주로 알려진 감홍로(甘紅露)는 소주를 고아 받는 그릇의 바닥에 꿀을 바르고 지치를 넣으면 달고 연짓빛이 난다고 임원십육지에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술이 이강고(梨薑膏)이며 이 술은 이강주(李薑注)로도 불린다. 이 술은 배와 생강을 넣어 빚었으며 전주와 황해도가가 명산이다.
임원십육지는 기력보강을 위해 후추, 인삼, 구기자, 오가피, 마늘, 솔잎, 대기, 양고기, 뱀 등을 넣어 빚은 약용주, 포도를 즙을 내어 누룩에 버무려 찹쌀로 술을 빚는 법과 포도즙에 누룩가루를 섞어 빚는 과실주를 소개하고 있다.
산림경제에선 껍질을 벗겨낸 잣을 누룩가루와 함께 빚은 송자주를 존재했음을 알리고 있다.
술의 이름엔 술맛을 당기게 하는 낭만적인 표현이 많다.
맛을 더하기 위해 가향주(加香酒),이화주(梨花酒)·두견주(杜鵑酒)·송화주(松花酒)·연엽주(蓮葉酒), 술빛이 흰 아지랑이와 같다는 비유에서 붙여진 백하주(白霞酒), 푸른 파도와 같다는 녹파주(綠波酒), 푸르고 향기롭다고 해 지어진 벽향주(碧香酒), 맛이 좋아서 차마 삼켜 마시기 아쉽다고 여긴 석탄주(惜呑酒) 등이 있다.
여기에 '생애는 주일배(酒一杯)'라는 식의 낭만적인 멋을 나타내거나 굽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놓고 주고받는다는 곡수유상(曲水流觴)의 흥취를 즐겼다.
전통 민속주 이름, 지역 유래나 원료서 따 짓는 것이 초시
'문배주, 두견주, 경주 교동 법주'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
우리나라 전통 술은 발상지지역 등 유래나 특수한 재료의 이름을 따 짓는 게 특징이다.
1986년 국가무형문화재로 향토술 문배주, 면천 두견주(杜鵑酒), 경주 교동 법주(法酒) 3가지를 처음으로 지정하면서 각 지역의 유래나 특수한 재료의 이름을 따 술 이름을 짓는 초시가 된다.
이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상지에서 발굴한 특색 있는 술을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 현재 총 20~30종에 이른다.
서울은 지방 무형 문화재로 송절주(松節酒)와 삼해주(三亥酒), 경기도는 1하향주(荷香酒), 부의주(浮蟻注 일명 동동주), 군포의 당정 옥로주(玉露酒), 경기도광주(廣州)의 산성소주(山城燒酒), 충북은 지방 무형 문화재로 중원의 청명주(淸明酒), 보은의 송로주(松路酒), 청원의 신선주(神仙酒), 충남은 한산 소곡주(素麯酒), 계룡 백일주(百日酒), 아산의 연엽주(蓮葉酒), 금산 인삼맥주(人蔘白酒), 대구시는 향온주(香醞酒), 전북은 송절주(松節酒)와 이강주(梨薑酒), 전남은 해남 진양주(眞釀酒), 진도 전통홍주(傳統紅酒), 경북은 김천 과하주와 안동 소주(燒酒), 문경의 호산춘(湖山春), 안동 송화주(松花酒), 제주는 성읍 민속마을 오메기술(濁酒(탁주)), 고소리술을 무형문화재로 각각 지정, 대표 민속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명주로 꼽히는 문배주는 문배를 전혀 넣지 않지만 문배 향기와 특유의 시큼한 맛이 난다고 해 붙여진 술이다. 문배는 배보다 크기가 작은데다 껍질이 거칠며 구수한 향이 나는 꽃을 피운다.
문배주는 찐 좁쌀에 누룩을 섞어 술밑을 만든 뒤 5일 후 수수밥을 지어 술덧을 두 차례에 걸쳐 담근다. 술이 다 되면 소줏고리에 담아 증류한다.
해방 전엔 평양 대동강 유역의 석회암 층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면천 두견주(杜鵑酒)는 술에 진달래꽃을 넣은 가향주다.
보통 약주보다 담황갈색을 띠며 달며 향취가 좋다.
두견주는 예부터 모든 약 중에 제일간다는 뜻의 '백약지장(百藥之長)'이란 별칭이 붙여진 약용주다.
이 술이 백약지장으로 불려온 유래를 찾아보면 후삼국시대에 큰 공을 세워 고려의 개국 공신이 된 복지겸(卜智謙)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면천에서 휴양할 때 열일곱 살 난 딸 영랑이 아미산에 올라가 백일기도 중에 신선으로부터 "아미산에 핀 두견화와 찹쌀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의 물로 빚어 100일이 지난 다음 마시고 은행나무를 심어 정성을 드리면 나을 수 있다"는 예시를 받아 그대로 해 병을 고쳤다고 한다.
경주 교동 법주(法酒)는 영남 일대에서 손꼽히는 대지주 최부잣집에서 수대에 걸쳐 빚어 온 술이다. 최씨 집안이 경주에 정착한 것은 200여 년 전 일로 12대 만석(萬石), 9대 진사(進士)를 대물림했다고 하는 토반(土班)이었다고 한다.
이 술은 조선 숙종 때 궁중 음식을 관장하는 사옹원(司饔院) 참봉을 지낸 최국준이 처음 만들었으며 참봉은 종 9품으로 말직이지만 임금의 수라상을 관리하는 실무자로 그가 낙향, 법주를 빚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법주는 지금도 최씨 댁 마당에 있는 우물물을 쓰며 예부터 물맛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다.
찹쌀과 누룩만으로 빚는 순곡주로 부재료나 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는다.
법주 담그기는 9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가 알맞으며 다 된 술은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이 술은 오래될수록 색깔이 곱을뿐더러 술맛이 좋다고 한다.
서울의 송절주(松節酒)는 조선 중엽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성조 때 이정란(李延鸞) 장군의 14대손 이필승의 처 허성산(許城山, 1892~1967)이 전수받았다고 한다.
이 술은 지하수에 송절(松節 소나무 마디) 등을 넣어 끓여 식힌 물로 담그며 싱싱한 소나무 가지의 마디와 희첨(犯芽 진찰득), 당귀, 진달래꽃, 국화, 유자 껍질, 솔잎 등을 써 향기가 좋다고 한다.
부의주(浮蟻酒)는 맑은 술에 삭은 밥알이 동동 떠 마치 개미가 물에 떠 있는 것 같다고 해 붙은 이름으로 '녹의주(綠蟻酒)'라고도 불러왔다. 이 술이 지금의 동동주다.
고려 때 지은 목은집에 소개 돼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술이며 덧술 없이 한 번 담근다는 게 특징다. 고사촬요에선 찹쌀을 쪄 만든 지에밥을 독에 담아 누룩을 물에 담가 찌꺼기를 걸러 낸 누룩물을 부어두면 3일 만에 맑게 익고 개미가 떠있듯 밥알이 뜬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산 소곡주(素麯酒)는 고려 때부터 내려온 토속주로 옛적에 '앉은뱅이술'로 불려왔다.
멥쌀로 무리떡을 쪄 누룩가루를 섞은 뒤 술밑을 빚은 뒤 찐 찹쌀밥과 누룩가루·술밑을 시루떡 안치듯 시루에 채워 백 일 정도 땅속에 묻어 두면 끈끈하면서 걸쭉한 노란색의 술이 된다.
'앉은뱅이술'로 불리는 유래를 보면, 두가 설이 있다. 하나는 며느리가 술맛을 본다고 시루 뚜껑을 열어서 젓가락을 빨다 보면 어느새 취해 버려 일어서지도 못한 채 앉은뱅이처럼 엉금엉금 기어 다닌다고 해 붙여졌다고 한다.
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한산을 지나다가 목을 축이려 주막에 들렀다가 미나리부침을 안주삼아 한잔한 뒤 두 잔째부터 흥취가 돋아 시를 읊으며 달을 즐기다가 과거 날짜가 놓쳐 집으로 되돌아갔다고 해 앉은뱅이술로 불렀다고 한다.
김제 송절주(松節酒)는 조선 선조 때 경주 김씨의 16대 손 김택(金澤)의 부인이 담그기 시작해 널리 퍼졌다고 전해진다. 김택이 병조좌랑으로 있을 때 위장병과 신경통으로 고통을 겪자 부인 완산(完山) 이씨가 선약을 수소문하던 중 송절주가 효험이 있다는 어느 여승의 말을 들은 뒤 이 술을 빚어 장복케 한 결과 건강이 좋아졌다는 일화가 있다.
이 술의 재료는 4~5월경 5~6치 돋아난 송순(松荀, 松節(송절))이다. 찹쌀가루로 죽을 만들어 누룩가루를 넣고 술밑을 만든 뒤 3~4일 후에 송순을 끓는 물에 데쳐 술독에 넣어두면 빛깔과 향이 조화를 이뤄 달면서 맵고 은은한 솔 향을 풍긴다.
이강주(李薑注)는 조선 중엽에 담그던 약용소주로 전라도 전주와 황해도에서 담근 술로 유명하다.
임원십육지에선 "이강주를 담글 때는 아그배의 껍질을 벗긴 후 기왓돌 위에서 갈은 과육을 비단 자루에 담아 걸러내 즙, 또는 같은 방법으로 내 생강즙을 꿀과 잘 섞어서 소줏고리에 담아 중탕한다"며 "이를 죽력고(竹瀝膏)법과 같다"고 소개하고 있다.
안동 소주(燒酒)는 고려 시대에 담그던 순 곡주다.
예부터 은은한 향취와 감칠맛으로 이름이 났으며 일제 강점기땐 만주까지 인기가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안동 소주는 1920년 당시 참사를 지낸 권대연이라는 사람이 남문동에 제비원 석불안을 상표로 해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서 제비원소주라고도 부르게 됐다고 한다.
현재 안동 소주는 지방문화재 기능보유자 조옥화(趙玉花)가 전수하고 있다.
제조법은 멥쌀로 고두밥을 지어 누룩가루와 물로 빚은 술밑을 소줏고리에 담아 증류한다.
민족의 '술 문화와 세시풍속'
우린 어떻게 계승해야 할까(?)
후세로선 우리민족이 술 문화 전통 중에서 가무를 즐기며 시조와 가사, 그림으로 남긴 좋은 점은 계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술 문화는 떨궈 버리되 지금까지 이어진 훌륭한 음주문화는 일상생활에 맞춰 좀 더 개선시켜 후세에 물려줘야한다고 본다.
하지만 한산 소곡주가 옛적에 '앉은뱅이술'로 불린 유래는 아예 없어져할 술 문화라고 판단한다.
며느리가 술맛을 본다고 시루 뚜껑을 열어 재껴 젓가락을 빨다 보면 어느새 취해 일어서지도 못한 채 앉은뱅이처럼 엉금엉금 기어 다닌다거나 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한산을 지나다가 목을 축이려 주막에 들렀다가 미나리부침을 안주삼아 한잔한 뒤 두 잔째부터 흥취가 돋아 시를 읊으며 달을 즐기다가 과거시험 날짜를 놓쳐 집으로 되돌아갔다는 것 등은 당시 즐겼던 해악을 전해질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반면 약주에 얽힌 조선 중종 때 서해라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아내의 곧은 일념은 본받을 정신이 깃들여있다.
장가를 든 후 첫날밤에 아내가 장님인 것을 알았지만 천시여기지 않고 장님의 아내를 더욱 사랑했던 조선 중종 때 서해의 따뜻한 마음씨와 그가 요절하자 슬픔에 잠겼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의 깊은 정과 은혜를 생각해 기울어진 서 씨 집안을 위해 친정에서 돈을 꾸어다가 청주를 빚어 팔아 집안을 일으키는 투철한 정신은 지금도 고령사회에 들어선 현대인들의 귀감이 될듯하다.
또 과감하게 버려야 할 전통 술 문화가 또 하나 있다.
조선시대 대표화가 김홍도(金弘道)의 '만월대계회도(滿月臺契會圖)'에 투영돼 있는 만월대에서 수많은 선비들이 들 잔치에서 주연을 즐기는 모습들은 지금은 점차 없어졌지만 관광버스에서 고성에 가무를 즐기는 현대인들을 보는 듯하다.
그림 속에 여섯 선비가 여자의 술잔을 받는다든가 술에 만취해 엎드러진 선비를 일으키는 동자의 모습 등은 지금의 룸싸롱을 떠올리게 하며 길가에 만취돼 쓰러져 있는 현대인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지봉유설에서 저자 이수광이 사대부들이 술을 호사스럽게 마음대로 마셨다든가 여름이면 큰 잔으로 잔뜩 취할 때까지 많이 마셔 갑자기 죽은 자가 많다"고 지적한 것은 현대인에게 자신의 주량을 생각해 적당하게 마시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
예술가는 마치 술과 놀기를 좋아해야 불후의 명작을 창작한다거나 마시것이 인생이라듯 찬양하는 술의 예찬론은 없어져야 할 술상 문화처럼 보인다.
이제는 세월이 지난만큼 현실에 맞는 세시풍속이 만들어질 것으로 봐서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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