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5년 산정특례 만료되면 '진료비부담 커 정기검진 거른다'
김희준 교수 "5년 뒤엔 연1회 내원-검사 필수"
[보건타임즈] #10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 6년간 치료에 충실했던 김혜정(여 59세, 가명)씨는 최근 기침이 잦은데다 부쩍 숨이 차는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은 결과 완치된 줄 알았던 암세포 조직이 폐와 간에서 발견됐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깜짝 놀랐다.
김씨가 첫 유방암 판정을 받은 시기는 11년 전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씨의 상태는 유방암 2기였다.
그는 곧바로 유방암 절제수술과 항암화학치료를 받은 후 6년 동안 빠짐없이 정기검사를 받아오며 더 이상 전이나 재발 증상이 보이지 않자 4년 전부터는 매년 한 번씩 받던 검진을 건너뛰곤 하며 관리를 소홀히 했다.
이것이 결국 화근이 돼 그는 재발이란 멍에를 쓰게 됐다.
중앙대병원 유방외과 김민균 교수는 "김 씨가 앓은 유방암은 암의 진행이나 경중상태에 따라 0기에서 4기로 구분한다"며 "그가 처음 진단받은 유방암 2기 이내의 암은 발견 즉시 표준 치료를 받게 되면 생존율이 90%가 넘을 만큼 치료 성적이 좋은 암이지만 뒤늦게 재발도 잦다"면서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치료 후 5년이 지나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정기검사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유방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재발률은 6~20%에 이른다.
이중 대부분이 5년 이내 재발한다.
하지만, 유방암은 10년 뒤 후기에 재발 가능성이 25%에 달해 5년이 지나도 애써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전문의들의 일반적인 관례이며 환자에 권고하는 사항이다.
2013년 영국 란셋(Lancet)지에 발표된 조기유방암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의 경우, 5년간의 호르몬 치료를 마친 후 10년째에 14%, 15년째에 25%에게서 재발,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김민균 교수는 "유방암은 표적치료, 항호르몬 치료 등으로 치료기간이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며 꾸준한 재발률을 보여 유방암 수술 후 5년이 지나더라도 지속적으로 검진을 해야 한다"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의 경우 항호르몬제 복용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야 재발률을 낮추는 동시에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유방암 환자는 수술과 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를 마친 후 정기적으로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유방암 생존자라면 수술한 유방과 림프절의 국소 재발, 뇌, 뼈, 폐, 간 등으로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검진과 관리에 소홀해선 안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또 반대편 유방 등에 발생하는 2차적인 추가 암이 발병할 위험이 정상인보다 높아 유전자 변이(BRCA1,2, PTEN등)에 의해 발병한 유방암이라면 반대편 유방과 난소의 예방적 절제를 고려하기도 한다.
이를 감안해 미국암학회(ACS)에선 유방암 생존자에게 치료 후 5년간 4~6개월에 한 번, 5년이 지난 후에는 매년 한 번 주치의를 찾아 상담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도 치료 후 10년이 지나 폐암, 육종암(근육, 지방조직에 생기는 암)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 암 예방을 위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정기검진을 빠짐없이 받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는 "대개 암 치료 초기엔 환자들이 완치하겠다는 의지와 목표가 강해 정기검사는 물론 환자 스스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을 하지만, 5년~10년 정도 지나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환자 스스로 '완치'라고 판단, 게을리 하면서 적어도 1년에 한번 받아야 하는 검사까지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방암 치료 직후엔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료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다가 별다른 증상 없이 5년 정도 지나면 병원을 찾아 받아야 할 정기검사를 지나쳐버리는 환자가 많다.
게다가 암환자로 등록, 치료를 받고 5년이 지난 뒤엔 중증질환 산정특례 혜택(특례기간 동안 병원비, 약제비 등 모든 급여항목의 본인부담률 5%만 지불)마저 만료돼 진료비부담이 예전보다 커져 내원과 정기검진을 늦춘다든지 지나쳐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 교수는 "유방암의 특성상 암 치료를 마치더라도 추적검사를 평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고 위험 군으로 분류되는 유방암 환자라면 반드시 주치의와 항호르몬 치료의 연장요법을 상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방암 생존자 재발-전이 예방 권고 사항>
- 유방암 치료를 마친 후 5년간은 4~6개월에 한 번 유방촬영검사를 받는다.
- 치료 후 5년이 지나면 일 년에 한 번 정도 반드시 주치의를 방문하고,
필요에 따라 유방촬영 등 관련 검사를 받는다.
- 폐경 후 호르몬 약제(타목시펜, 토레미펜 등)를 복용하고 자궁이 있는 경우,
매년 골밀도 검사를 시행하고 필요시 칼슘, 비타민 D를 섭취한다.
- 폐경 후 비정상적인 월경 출혈이 있을 경우 즉시 주치의에게 알린다.
- 담배를 피우지 않고, 간접흡연도 피한다.
- 소량의 음주도 피한다.
-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을 충분히 먹고 균형잡힌 식사를 한다.
- 자신의 체격에 맞는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상시킨다.
(약하거나 보통 강도의 운동으로 150분/1주 또는 격렬한 운동으로 75분/1주)
- 우울감, 지나친 피로, 인지장애가 있는 경우 주치의와 상의하여 정신과 상담을 결정한다. |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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