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갑상선암 특성-새 진단 기준' 마련
순한 암이라도 오진 시 '타 장기전이' 위험
정찬권·배자성 교수, 갑상선암, '종양'으로 통칭
발병빈도 '한국 2% 미만 VS 미국 10~20%'
논문, '북미 병리학회 공식학술지'에 게재
[보건타임즈] 최근 계속돼온 갑상선암의 과다진단과 과잉치료 논란을 끝낼 서양인과 다른 한국인 갑상선암의 특성과 새로운 진단 기준을 마련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4월 미국 국립암연구소 의뢰로 구성된 국제전문가위원회는 갑상선암의 10~20%는 단순 종양 절제로도 완치돼 더 이상 암 대신 종양으로 통칭한다거나 추가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또 이러한 질환을 '갑상선유두암종'이라는 진단명 대신 '유두암종 세포핵을 지닌 비침습갑상선소포종양(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like nuclear features; NIFTP)'이라는 새 병명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개념은 오는 5월 새롭게 개정, 발표될 제4판 WHO 종양 분류법에 게재될 예정이다.
국제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갑상선유두암종의 상당수가 암세포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성질은 달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유두암종은 갑상선 속에 섬유조직 캡슐(주머니)로 둘러싸여 있으며 소포 형태를 이루는 종양일 때 종양 세포의 핵이 마치 유두암종처럼 보이지만, 세포들이 캡슐에서 벗어나거나, 혈관을 침투(침습성)하지 않는 종양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진단명을 앞으로 암이 아닌 종양으로 바꿔 부르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갑상선암 과잉진단에 새로운 논란을 불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만 대상으로 비교적 적은 수의 제한된 환자로부터 얻어진 결과여서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만한 명확한 근거를 가졌다고 하기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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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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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자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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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갑상선암센터 정찬권(병리과)·배자성(유방갑상선외과) 교수팀이 2008년에서 2014년까지 7년간 유두갑상선암종으로 진단받은 내원환자 6,269명을 상대로 국제전문가위원회에서 만든 기준으로 NIFTP를 재분류한 결과, 전체의 2% 105명만 NIFTP에 속했다.
연구팀은 암 발생과 주요 유전자의 돌연변이 분석을 통해 위원회가 제시한 NIFTP 진단 기준에 오류가 있는 것도 발견, 이를 보완한 새 진단기준을 내놨다.
이 기준은 매우 엄격해 NIFTP를 진단하지 않으면 타 장기로 전이 할 수 있는 암을 놓칠 수 있다는 것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이보다 더 엄격한 진단 기준을 적용, 재분류한 NIFTP라 할지라도, 95명의 NIFTP 환자 중 2%는 림프절 전이를 일으켜 NIFTP를 단순히 양성 종양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러나 비록 림프절 전이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경우엔 장기적으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즉 NIFTP는 서구에서 흔하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전체 갑상선암의 2% 미만에서 드물게 발생했으며 종양이 있는 한쪽 엽만 절제하는 수술로도 완치돼 추가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우리나라에선 NIFTP라는 새 용어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갑상선결절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를 치료해와 NIFTP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를 받을 사례가 거의 없어, 서구에서 시작된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갑상선은 갑상연골의 아래쪽, 숨을 쉴 때 공기의 통로가 되는 기도 앞쪽에 위치한 나비모양의 기관이다.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 저장했다가 필요한 기관에 내보내는 기능을 한다.
갑상선에 생긴 암은 총칭해 갑상선암이라고 불러왔다.
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암 발병률 중 1위를 차지하며, 97%정도가 비교적 천천히 자랄 뿐만 아니라 치료가 잘되는 순한 갑상선 유두암종이다.
그간 조기진단이 주목받으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갑상선암 증가세를 보여 논란을 빚었다.
한국의 갑상선암 환자 수는 2011년 약 4만 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81명꼴로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은 과잉진단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암 중에서 갑상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로 지목받았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하는 등 과잉진단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병리과 정찬권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예후가 매우 좋은 갑상선암 환자에게 불필요한 추가 치료를 받게 하거나, 반대로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암을 방치한다든지, 필요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새 진단과 치료기준을 마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며 "대규모 한국인을 상대로 NIFTP의 정확한 질병 특성을 처음 밝혀,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유방갑상선외과 배자성 교수는 "최근 대한갑상선학회 진료 권고안은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갑상샘 결절(혹)이 크기가 1㎝이상이며 추가 검사결과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하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크기가 작거나 위치 등 예후가 좋을 것으로 판단될 때만 선택적으로 환자와 상의, 시간을 갖고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인간유전체 이행연구-중개이행연구)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공동 지원으로 수행했다.
이 연구논문은 'Molecular correlates and rate of lymph node metastasis of 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like nuclear features and invasive follicular variant papillary thyroid carcinoma: the impact of rigid criteria to distinguish 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like nuclear features'이란 제목으로 북미 병리학회의 공식학술지 Modern Pathology (Impact factor = 5.485, 병리학 관련 SCI 저널 전체 78개 중 5위) 정식게재에 앞서 3월 온라인에 먼저 소개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07: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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