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6.25전쟁 당시 북한 피난민 10만 여명의 생명을 구한 故 '현봉학(玄鳳學) 박사(1922~2007)'의 동상(사진) 제막식이 이달 19일(월) 오후 3시, 서울역 연세 세브란스빌딩 앞 광장(옛 모교 터)에서 열린다.
현 박사의 동상은 청동재질로 된 높이 2.5m의 전신상으로 만들어졌다.
이 행사는 '현봉학 선생(사진 우측)'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장,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이 주관, 연세의료원과 국가보훈처, 해병대사령부의 주최로 마련됐다.
이날 제막식엔 해병대 군악대와 의장대의 경건한 의식과 함께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회원과 당시 철수하던 후송선 '메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신생아 5명 중 '손양영ㆍ이경필씨' 2명이 참석, 은인 현봉학(玄鳳學) 박사의 동상 제막식을 축하하며 미국에 거주하는 현 박사의 장녀 '에스더 현(Esther Hyun)'씨가 선친의 공적을 인정하는 정부의 국가유공자 증서와 보국훈장 통일장을 받을 예정이다.
동상은 국가보훈처의 지원에 연세의료원과 ‘현봉학 선생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모은 후원금, 연세의대 졸업생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했으며 조각가 ‘오광섭’씨가 맡아 제작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유대인 천여 명을 구한 ‘쉰들러’와 비견되는 현 박사의 흥남부두 피난민 철수 노력은 더 많은 생명과 자유의 가치를 지켜낸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며 "학창시절과 젊은 의사로서 자신의 꿈을 키웠던 옛 모교의 터에 그의 동상을 세움으로써 주변을 오가는 많은 이들이 지난 시절 민족의 아픔을 되새겨 통일의 소망을 키워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쉰들러로 추앙받는 현봉학 박사는 함경북도 성진 태생이다.
그는 1944년 세브란스의전(現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모교의 병리학 강사로 학생교육과 연구 활동 중 북한 김일성이 일으킨 불법 남침으로 6.25전쟁을 맞았다.
미국 유학파로 영어에 능통했던 현 박사는 해병대 통역관으로 차출돼 미군과 지원업무를 담당했으며 전 부대원이 일 계급 특진을 한 마산 진동리전투를 시작으로 통영상륙작전 등 북한 공산군과 수많은 전투에서 한국 해병대가 이겨, 전과를 올릴 수 있도록 미군으로부터 많은 군수물자와 작전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후 현봉학 박사는 전세가 역전되면서 1950년 9월 28일 서울을 수복 후 총 반격에 나선 한국군과 UN군과 함께 미 제10군단 민사부의 고문관으로 파견돼 북진에 나섰다.
1950년 10월26일 한국군과 UN군은 파죽지세로 한중 국경선인 압록강까지 진격, 한반도 전체 수복을 앞뒀으나 예고 없이 전쟁에 개입한 중공군과 한 치 물러섬 없는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전을 치렀다. 하지만 공산국가였던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리면서 흥남부두철수작전을 단행하게 됐다.
당시 현봉학 박사(사진 625 전쟁 당시 , 맨오른쪽)는 중공군의 포위공세로 월남하는 길이 막혀 흥남부두에 모인 북한 피난민을 군 수송선으로 철수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 박사는 철수지휘관 '알몬드(Edward M. Almond) 사령관'을 상대로 피난민을 안전하게 자유의 품으로 안전하게 보내줌으로써 UN군의 자유수호의 의지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설득, 그로부터 승낙을 받아내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수송선에 적재한 군수품을 버리는 대신, 무려 10만 여명의 피난민을 태워 경남 거제도로 성공적으로 후송했다.
현 박사의 친동생 故 '현시학 제독'은 해군 창군 주역 중 한명으로 6.25당시 상륙지휘관으로 혁혁한 무공을 세웠으며, 이후 해군사관학교장, 함대사령관을 지냈다. 현 제독은 예편 후, 멕시코와 모르코, 이란 주재 한국대사를 지냈다.
현 박사는 6.25전란 속에서 미군 통역관과 보건부 보좌관으로 군사협력, 국제연합(UN)의 구호품과 의약품 지원을 담당했지만 그의 공로는 휴전 전후 혼란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그는 살아생전에 "10만 여명의 피난민 탈출을 도왔지만 결과적으론 100만 명의 이산가족을 만든 장본인"이라며 195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일궈낸 공로를 일생동안 가족에게조차 말 한마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현봉학 박사는 펜실베니아의대에서 의학박사를 받은 뒤 콜럼비아의대와 토마스제퍼슨의대 교수를 지내며 미국내 임상병리학을 이끄는 미국의학회지와 미국병리학회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저명한 재미 한인의학자로서 삶을 살았다.
그는 미국 임상병리학회(ASCP)가 주는 세계적 권위의 ‘이스라엘 데이비슨상’을 수상한 미국 최고의 임상병리학자로 알려지고 있다.
또 뉴저지 뮐렌버그병원은 그의 이러한 업적과 오랫동안 근무하던 공적을 기려 원내 병리학연구실을 '현봉학 임상병리교실'로 부르고 있다.
현봉학 박사는 이산가족의 만남과 통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미국 내 '미중 한인우호협회' 회장과 중국 연변대학 명예교수직을 활용해 통일 운동을 펼쳤으며, 1991년엔 북한을 직접 찾아가 북한 의료계와 협력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중국 연변대 초빙교수로서 활동할 당시 수년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모교 선배 윤동주 시인 묘소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 방치됐던 묘와 주변 환경을 정비한 것을 비롯해 현지 단체와 협력해 윤동주 문학상을 제정함으로써 윤동주 시인의 정신과 글이 오늘까지 전해지도록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 '미국 서재필기념재단'의 초대 이사장과 명예이사직을 30여 년간 맡아 서재필박사의 독립정신 선양에 앞장 서는 등 누구보다 뜨거운 동포애와 민족정신을 펼쳐왔다.
국가보훈처는 이러한 현봉학 박사의 우국정신과 공헌에 2014년 12월 ‘6.25 전쟁영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엔 영화 '국제시장'에서 그의 우국정신과 공헌, 흥남부두철수작전에서 활약성이 소개돼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1: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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