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사진 판결문)이 나왔다.
뇌파계는 뇌파(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압파)를 검출해 증폭·기록하는 의료기기다. 더 기능이 확보된 기기는 뇌종양·간질 등을 진단하거나 뇌 연구에 주로 사용된다.
이에 한의 계는 한의사들이 진단용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고법 행정2부(이균용 부장판사)는 한의사 A씨가 지난 19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판결과와 행정당국의 면허정지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한의사 A씨 면허자격정지처분이 합당한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한의협에 따르면 이 사건은 A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서초구의 한의원에서 2010년 9∼12월 사이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복지부로부터 2012년 4월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게 되면서 비롯됐다.
이 지역 관할보건소장은 2011년 1월 21일 A씨가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3개월과 경고 처분을 했다.
의료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이라도 면허로 허용된 의료기기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66조 1항에 따라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법에선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 전자 혈압계나 귀 적외선 체온계와 같은 수준의 위해도가 낮은 2등급으로 분류돼 이를 둘러싼 논쟁이 식지 않았다.
A씨는 "뇌파계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로서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위해도 2등급'"이라며 "일반인도 쓸 수 있는 다기능 전자 혈압계나 귀 적외선 체온계와 같은 수준"이라면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결신청을 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면허정지 기간을 절반으로 감경해주면서 뇌파계 사용이 면허정지 대상이라는 복지부의 주장과 기존 판단을 고수했으며 이에 A씨는 2013년 3월 결국, 행정소송을 냈다.
당시 이 사건은 뇌파계 사용이 한의사 면허정지 대상 의료행위'에 맞춰져 한의 계와 의료계간의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첫 재판에 들거간 1심은 "뇌파계를 파킨슨병이나 치매 진단에 사용한 것은 한방 의료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봤다.
하지만 항소심의 다른 판단을 내놨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 국가시험에서 뇌파검사 능력 평가는 필기시험만 이뤄질 뿐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는 것을 고려할 때 한의사가 환자 상태 파악에 중요한 지표로 충분히 뇌파계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의료기기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 뇌의 전기적인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다 사용한다고 해 인체에 미치는 위험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기기법에선 어느 직군을 특정 짖는다거나 사용할 대상을 의사로만 제한하지 않는다"면서 "의료기기가 계속 발전하는 만큼 사용자가 보편화하는 추세인데다 용도·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된 의료기기의 경우한의학에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의사협회는 "이 사건의 서울고법 판결은 앞으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중요한 법적근거가 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법부의 입장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판단된다"면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적법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만큼 복지부는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 편의성을 높이도록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규제를 서둘러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7 15: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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