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건보공단-의약단체 내년도 수가협상 '사전 조율' 시선 고정

건보공단 "보장성강화·재정안정화" 강조
의약단체 "각 직종 어려움 배려 적정수가" 요구

사진) 좌부터 성상철 이사장, 의협 추무진 회장, 병협 박상근 회장, 치협 최남섭 회장, 한의협 김필건 회장, 약사회 조찬휘 회장, 간협 김옥수 회장

[보건타임즈] 내년도 건보수가는 몇 % 인상하는 선에서 타결될까(?)
지금으로선 수가인상폭이 내년물가지수와 맞물려 예측이 불가한 상태다.

올해 경기와 물가지수가 안 좋아 내년 경제동향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내년도 수가협상을 전제로 한 첫 건보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 간의 간담회가 10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려 보건의료계의 시선이 쏠렸다.

이날 간담회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내년도 수가협상에 앞서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치러졌지만 인상폭이 직종의 수입과 맞물려 상대의 의도파악에 주력하는 긴장된 분위기로 흘렀다.

간담회엔 건보공단 측에서 성상철 이사장, 급여상임이사, 보험급여실장, 의약단체에선 의협 추무진 회장, 병협 박상근 회장, 치협 최남섭 회장, 약사회 조찬휘 회장, 간협 김옥수 회장, 한의협 김필건 회장 6개 보건의료단체장이 모두 참석, 상견례로 시작을 알렸다.

이후 건보공단 성 이사장은 보장성강화·재정안정화, 이에 각 보건의료단체장들은 각 직종의 어려움과 적정수가의 필요성을 서로 강조, 쉽지 않은 수가협상을 예고했다.

먼저 성 이사장은 "기획재정부의 추계에 따르면 누적적립금은 빨라진 고령화로 노인진료비가 크게 늘어난 반면 생산인구는 급감, 2025년엔 고갈될 우려가 있다. 건보공단은 물론 가입자, 공급자가 함께 정부와 머리를 맞대며 재정안정과 보장성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면서 "올해도 국민건강을 최우선과제로 삼아 원만한 수가협상을 끌어내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의협 추무진 회장은 "적정수가와 환자안전은 직결된다"며 "합리적 수가를 책정토록 건강보험수가체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건보재정에 대한 지속적으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10년간 전체 요양급여비용 증가율이 8.2%인 것에 반해 의원급의료기관은 5.4%에 그쳐 급여비 점유율의 비중마저 26%에서 20%로 떨어졌다. 2014년 진찰 빈도도 전년도대비 2%가 감소, 노동의 강도를 높여 메꾸려하지만 이젠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적정 수가를 고려한 건보정책에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병협 박상근 회장은 "건보재정의 안정화와 보장성강화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건보당국이 무조건 이를 지향하면서 비급여의 급여화로 진료비의 증가율이 높아졌으나 수입은 관행수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병원경영이 크게 위축돼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존본능에 빠져있는 상태"라며 "의료발전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도록 건보수가체계의 대혁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올해 말이면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20조정도 예상되지만, 지금껏 수가협상엔 단 한번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약사회 회원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약국 개국은 오히려 0.6~0.9% 떨어지는가 하면 요즘엔 수시로 처방약을 바꾸는 병의원의 행태가 잦아지면서 크게 늘어난 불용재고량을 부담해야하는 어려움에 놓여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건보공단이 의약단체와 함께 현장에서 실상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단체장은 수가협상에서 늘 뒷전으로 밀려 소외당해왔던 아쉬움을 드러내며 건보당국의 적극적인 직종을 배려해줄 것을 요구했다.

치협 최남섭 회장은 "치과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많은 협조해오면서 늘 희생해왔다. 당연한 듯 관행으로 여겨 수가협상에선 아예 불이익을 받아왔다"면서 "이번만큼은 합리적으로 수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건보공단의 성의를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수가협상에서 아예 소외돼왔다"며 "이번만큼은 한의계가 문제 삼았던 밴딩 폭을 공개, 오픈마인드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합리적 논의구조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간협 김옥수 회장은 "의료인력 중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이지만 간호관리료는 3%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러한 불합리한 수가체계는 곧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강요한 것과 다를 게 없다. 병원으로선 적정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은 지역에선 늘 간호인력 난을 시달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현행 수가체계에서 분리, 현실에 맞는 보상체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조치가 곧 환자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보건의료단체가 양보 없는 조건을 내건 반면 건보공단의 경우 지난해처럼 건강보험재정상황과 병원의 경영수지 등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인상폭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협상의 순조롭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앞으로 수가협상은 건강보험법이 정한 절차대로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