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한국성인, 자살충동 시 "주변에 도움 요청 안 한다"

정신보건서비스 비 이용률 '노인 5배, 사별자 3배'
함병주 교수팀 "예방정책에 '맞춤형 정신보건복지' 필요"

[보건타임즈] 우리나라 성인 7명 중 1명은 일 년에 1회 이상 자살충동을 느끼지만 겨우 8.2%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저학력,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일수록 정신보건 서비스 이용률이 낮아, 자살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 교수(사진)팀(국군양주병원 한규만, 서울의료원 이해우, 경희대병원 백종우 교수)은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제5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17,869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2,616명(14.1%)이 지난해 심각하게 자살시도를 고려해봄으로써 대한민국 성인 7명 중 1명이 일 년에 한차례 이상 자살충동을 느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1,271명(48.7%)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됐으며, 134명(5.4%)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신질환을 이유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전화 등을 이용한 상담은 전체의 8.2% 193명(8.2%)만 받아 의료기관, 정신보건기관, 상담센터 등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한 사례는 매우 적었다.

무엇보다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이 연령, 학력수준, 결혼상태, 경제활동여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고 연령층, 사별한 성인과 같은 정신질환의 취약 계층에서 정신보건서비스 이용하지 않는 비율은 크게 높았다.

65세 이상 노인층은 자살충동을 느꼈지만 19세~34세의 연령대보다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비율이 무려 4.9배나 이르렀다.
50세~64세도 2.11배로 이용률이 저조했다.
중학교졸업 이상~고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성인은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자에 비해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비율은 1.87배였다.

결혼여부도 자살 생각을 가진 성인의 정신보건서비스 비(非)이용률에 영향을 미쳤다.
부인이나 남편이 사망, 사별한 성인은 현존기혼자과 비교해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비율이 2.75배나 됐다.

경제 활동 인구군의 정신보건서비스 비 이용률은 하지 않은 인구 군에 비해 1.6배, 임금근로자는 실업 상태의 성인보다 1.97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의대 함병주 교수는 "노인, 저학력층, 사별한 성인과 같은 정신질환의 취약 계층에서 오히려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점은 이들이 자살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자살 생각은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충동이 생기거나 생각이 들 땐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 조기에 정신과적 도움을 받는 것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된다"면서 "앞으로 자살예방정책 입안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정신보건복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논문은 '한국 인구의 대표 표본 내에서 자살 생각을 갖는 성인의 정신보건서비스 이용 (Mental health service use in adults with suicidal ideation within a nationally representative sample of the Korean population)'이란 제목으로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