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서울성모병원, 생리불순 여성, '치주질환 걸릴 위험 1.8배'

박준범 교수팀, '19세 이상 폐경 전 여성 1,553명' 분석
논문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에 게재

[보건타임즈] 폐경 전 여성의 생리불순이 치주질환의 위험을 1.8배나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간 여성의 생리불순과 당뇨, 유방암, 심장질환 등 전신질환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선행연구가 있었지만 치주질환과 상관관계를 직접 밝힌 연구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박준범 교수

고영경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박준범, 고영경 교수팀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9세 이상 폐경 전 여성 1,553명을 치주염 치료가 필요한 정도와 생리주기의 규칙적인 정도를 연관지어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정상적인 생리주기의 여성은 8%, 생리불순이 3달에 한 번은 17.9%, 3달 이상 지속되는 여성은 18.6%였다.
이를 통해 생리불순이 심한 여성일수록 치주염환자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

또 생리불순 여성은 나이, 체질량지수, 흡연, 음주, 운동, 대사증후군, 칫솔질 횟수, 호르몬 치료 여부 등 교란변수(confounding factor)를 보정 후에도 치주질환에 걸릴 위험이 1.76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연구팀은 생리불순이 폐경 전 여성의 치주염에 걸릴 잠재적 위험지표(risk indicator)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박준범 교수는 "생리불순이 지속되면 염증반응을 심화시키는 남성호르몬 안드로젠이 증가해 치주염이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폐경 전 여성의 생리불순이 치주염의 잠재적인 위험지표로 밝혀진 만큼, 생리불순과 치주질환을 동시에 앓는 젊은 여성이라면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 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주염은 치아 주변의 잇몸, 치주인대, 치조골 등에 병이 생기는 치과질환이다.
이 질환은 치아 주위의 조직에 바람든 것처럼 붓거나 피가 난다고 해 풍치로도 불린다.

발병의 주원인은 치아의 치석 주변에 딱딱하게 붙어 있는 치석 전 단계의 치태 때문이다.
치태(齒苔 Dental plaque)는 칫솔질해도 제거되지 않은 음식물찌꺼기가 치아와 잇몸사이 치아표면에 남아 형성된 세균 막, 플라크를 말한다.
치아 표면에 들러붙은 치태 속에 있는 세균은 잇몸을 상하게 하는 독소와 유리산소를 만들어 내 치아를 둘러싼 조직을 파괴함으로써 잇몸 증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빨갛게 되면서 쉽게 붓거나 자주 피와 고름이 나게 된다.
심해지면 잇몸 뼈를 녹여 치아를 망가뜨린다.

치주질환의 가장 좋은 치료 비결은 조기 발견이다.
염증이 심해지기 전에 치과를 내원, 상태에 따라 치석제거술(스케일링)이나 간단한 잇몸치료를 받으면 쉽게 좋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가볍게 여겨 잇몸 뼈까지 녹은 후 치아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치과를 찾는다.

박 교수는 "치아건강을 위해 올바른 칫솔질을 다시 한 번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며, 일단 형성된 치석은 칫솔질만으론 제거하기가 어려워 최소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전문적인 스케일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생리불순은 대개 불규칙한 월경을 일컫는 용어다.
최근 불규칙해졌다거나 2~3개월 이상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 생리주기와 생리기간이 너무 짧거나 길 때, 부정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등을 가리킨다.

가임기 여성은 대개 4주(28일)에 한 번 생리를 하지만, 이 생리주기가 21일 미만이거나 35일 이상으로 불규칙하면 생리불순으로 봐야 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여성 100명당 3.8명꼴로 생리불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불순은 호르몬의 불균형, 임신, 피임약 복용과 같이 일상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이유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갑상선질환, 자궁근종, 자궁용종, 자궁선근증 등과 같이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거나 다낭성난소증후군과 같은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배란은 여러 개 중 딱 한 개의 난소만 성숙해야 제대로 이뤄진다.
여러 개의 난포가 동시에 자라면서 배란이 안 돼 생리불순이 생긴다.
이 경우는 초음파나 혈액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
초음파 검사 상 난소에 2~9㎜직경의 난포가 10여개 이상 염주 모양으로 보이거나 난소의 부피가 10㎤ 이상 커졌다면 생리불순을 의심할 수 있다.

산부인과 최세경 교수는 "최근 서구화된 식단과 과도한 다이어트 등으로 젊은 여성의 생리불순이 증가하고 있다. 정상적인 배란과 규칙적인 생리주기는 여성 건강의 중요한 지표"라면서 "생리불순의 원인 중 하나 다낭성난소증후군과 같은 배란장애가 만성화되면 불임이나 난임의 원인이 돼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이라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