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루, 단순항문질환으로 알았다가 이외 '크론병' 진단
최창환 교수 "치료 미루거나 증상 악화‥근본 원인 찾아 치료"
김정욱 교수 "조기진단과 치료 통해 체내 과도한 면역 반응 억제"
[보건타임즈] # 평소 설사로 고생해오던 직장인 차00(남, 39세, 가명)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혈변과 복통 증상까지 심해졌다. 그는 자신의 증상이 단순 치질일 것이란 판단아래 착각에 빠져 민망함으로 차일피일 진료를 미뤄왔다.
차씨는 항문에 통증이 더욱 심해지면서 고통스러워지자 치질 수술을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한참 뒤에나 병원을 찾았다가 짐작조차 못했던 ‘크론병’이라는 의외의 진단을 받았다.
그가 앓고 있는 크론병은 설사와 복통 등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크론병은 설사나 때로는 피가 섞인 혈변,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이 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대장과 소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크론병 환자는 치루, 항문주위 농양 등과 같은 항문질환이 흔히 동반된다.
이중 치루는 항문 밖으로 고름 등 분비물이 나오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이 항문질환은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 약 30~50%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크론병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 주목을 받고 있다.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크론병 환자는 41%나 급증했으며, 특히 20대가 전체 환자의 28.9%, 30대에선 21.4%로 20~30대 젊은 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차씨의 사례처럼 크론병을 치질로 착각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항문질환 가운데 치질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유독 12~2월 사이 가장 많았다.
건보공단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겨울(12~2월)에 치질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사계절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항문질환자들이 단순 치질로 지례 짐작, 스스로 단정 짓거나 가볍게 여겨 치료를 미룬다든지 단순 수술로 완치가 된 것으로 생각하다가 자신의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또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은 처음 증상이 나타난 시기부터 진단을 받을 때까지 지체되는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뒤늦게 치료를 시작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곤 한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사진)는 "크론병으로 발병한 치루의 경우엔 단순 제거수술을 통해 치료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누치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치료 방법을 시행해야 하며,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며, "근본 원인이 되는 크론병을 정확하게 진단, 치료해야 치루 재발과 다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크론병은 장관 협착, 누공, 천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해 장 절제 수술을 받게 될 수 있으며, 반복되는 장 절제 수술로 단장증후군과 같은 신체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으며, 장 이외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환자의 20~30%가 눈과 입(구내염), 관절, 피부 등에 염증, 통증과 골다공증, 신장결석 등의 다양한 합병증을 겪게 돼 조기 진단과 함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크론병의 발병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 식이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그리고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의 불균형 등으로 자극 받은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중요한 발병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은 서구에 많은 질병이며 우리나라도 생활습관과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최 교수의 시각이다.
실제 영국 런던 세인트 조지 병원 위장병 학자 샐리 미턴(Sally Mitton) 박사는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등을 많이 먹는 사람이 크론병에 걸릴 위험이나 확률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크론병은 원인 모르게 장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면역질환이다.
농촌보다 도시에서 발병할 확률이 높아 일명 ‘부자병’이라고도 불린다.
이 질환은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거나 면역력에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항원에 노출되면서 걸린다는 가설도 제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크론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의 섭취량을 줄이며 주로 채식 위주로 골고루 식사하는 건강한 식습관과 함께, 흡연이 크론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금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욱 교수는 "환자 개인에 따라 크론병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엔 지방이 많은 육식과 유제품, 자극이 강한 향신료, 알코올,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 탄산음료 등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음식들이 항상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어서 무조건 피하는 것 보다는 식사와 증상 발생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증상 악화시키는 특정 음식은 피해야하며 영양부족증이 발생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증성장질환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은 엽산, 비타민 B12, 칼슘, 비타민 D, 철분, 각종 무기질 등이며 인체에 유익한 세균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와 등푸른 생선 등에 많이 함유돼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일부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크론병 치료로선 약물과 수술이 있다.
크론병은 염증으로 유발된 질환으로, 최대한 증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염증으로 발생하는 손상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염증을 억제, 제거할 목적으로 장 혹은 전신에 작용하는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장폐쇄, 장협착, 장천공, 복강 내 농양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을 한다 해도 크론병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질병이 재발하거나 다시 악화돼 재수술을 받게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 치루, 항문주위농양 등 항문질환은 한 번 수술로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여러 번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치의와 긴밀하게 상의를 걸쳐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체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환자에 따라 병변이 생기는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할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이 달라 최신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별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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