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살찐 위암환자가 오래 산다"

박재명·송교영· 이한희 교수팀 8년간 1,418명, 수술 후 'BMI-생존율관계' 첫 규명
수술 1년 후 5년 생존율, '과체중(93.6%)>정상(83.6%)>저체중(67.5%)' 順
수술 전 5년 생존율, '과체중(84.7%)> 정상(74.2%)>저체중(69.1%)'
수술 후 '적극적인 영양관리' 필수
논문 '유럽암학회 공식저널'에 게재

[보건타임즈] 대개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론 중환자나 만성질환자가 과체중일 때 정상체중보다 예후가 좋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위암 수술 후 살찐 환자의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위암, 수술 후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와 장기생존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첫 결과여서 관심을 끈다.
이 결과를 들여다보면 위암을 절제한 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환자의 수술 뒤엔 적극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위암 수술 전에 환자의 영양관리에만 집중하고 해왔다.

박재명 교수

송교영 교수

이한희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위암팀 박재명(소화기내과)·송교영(위장관외과)·이한희(소화기내과) 교수팀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위절제술을 한 1,905명의 위암 환자의 체중과 예후의 상관관계를 수술 전과 수술 1년 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수술 전·후 모두 체질량지수 과체중군의 5년 생존율이 저체중 혹은 정상 체중 군보다 높았다.

수술 전 체질량지수에 따른 5년 생존율은 과체중군 84.7%, 정상체중군 74.2%, 저체중 군 69.1% 순이었다.
수술 1년 후 전체 환자 중 체중이 확인된 1,418명의 5년 생존율은 과체중군 93.6%, 정상 체중 군 83.6%, 저체중 군 67.5%로, 수술 후에 체질량지수가 생존율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수술 전 과체중군 환자 수는 23.4%인 445명, 저체중 군은 6.4%인 121명이었으나, 수술 1년 후엔 과체중군이 6.9%인 98명, 저체중 군이 21.4%인 303명에 불과해 위절제술 후에 뚜렷한 체중 감소를 확인했다.

환자의 나이, 성별, 수술종류, 위암 병기 등을 보정 분석한 결과, 수술 1년 후 과체중 환자의 사망률이 정상체중 보다 의미 있게 낮아, 체중이 위암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할 수 있는 독립적인 예후인자인 것이 검증됐다.

수술 1년 후 과체중군은 전체 생존율뿐 아니라 무재발 생존율과 질병 관련 생존율도 정상체중이나 저체중 군보다 높았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체질량지수는 신장(키)과 몸무게를 환산,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수팀은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가 25.0㎏/㎡ 이상이면 과체중, 18.5-24.9㎏/㎡ 사이면 정상체중, 25.0㎏/㎡ 미만을 과체중으로 분류, 연구에 적용했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위암환자 수는 2012년을 기준 잡아 약 3만 명에 이른다.

과거엔 진행성 위암이 대다수여서 '수술 후에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요즘엔 조기에 발견, 예방과 초기 치료함으로써 장기 생존하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암 수술 기법도 상당히 발달해 내시경절제술, 복강경 수술과 같은 최소침습치료로 수술 후의 삶의 질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러나 위암 환자의 대부분이 위를 절반 이상 잘라내는 절제술이 필요해 위 자체의 부피가 2/3 또는 전체가 줄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위는 섭취한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소장으로 내려 보냄으로써 소화와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하한다.
이 때문에, 위절제술을 받으면 예전처럼 많이 먹을 수 없다.
또 소화 흡수가 떨어져 대부분의 환자들은 급격한 체중감소와 영양결핍을 겪게 된다.

송교영 교수는 "흔히 위암 환자는 수술 이후나 항암치료 과정에서 음식을 먹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느낄 수 있다며 "환자의 상태에 맞게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어 섭취하게 해야 하며 짜거나 매운 음식을 피하되 과거 환자가 좋아하던 음식을 평상시와 똑같이 즐겨먹도록 가족들이 함께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위암 환자는 수술 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함에 따라 영양학적인 요구량이 많아 체질량지수가 높은 만큼 생존율도 높은 것으로 보이며, 이 연구결과에 따라 암환자의 수술 전 만 아니라 수술 후 적극적인 영양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명 교수는 "체질량지수가 높으면 특정 호르몬, 효소 등의 발현이 올라가 생존율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임상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러한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기초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위암 수술 후 의료진이 경구로 복용하는 영양보충제나 영양수액 처방하거나 영양팀이 영양요법 식단계획을 제공하는 등 다학제 접근을 통한 영양 중재(nutritional intervention)로 위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유럽암학회 공식저널(European Journal of Cancer 2016;52:129-137, IF 5.417) 2015년 10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