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임재웅 교수팀 사례 저명 '혈관수술저널'에 게재
[보건타임즈] #김00(81∙경기도 시흥시) 할머니는 올해 4월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쳐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다.(사진 대동맥궁 스텐트 시술 전(좌)-시술 후(우) CT 영상)
척추 골절 진단을 받은 김 할머니는 수술을 앞서 촬영한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7.3㎝ 크기의 대동맥류가 발견됐다.
대동맥류란 몸속에서 가장 중요한 혈관 대동맥이 풍선처럼 늘어나다가, 결국 터지는 ‘몸속의 시한폭탄’ 같은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대동맥이 터지기 직전까지는 환자가 스스로 특별한 증상을 느낀다든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대부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 할머니는 황급히 순천향대 부천병원 대동맥클리닉을 찾았다.
김 할머니를 진찰한 후 흉부외과 허균 교수(사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할머니는 척추 골절로 당분간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태인데다 1년 전 위암수술까지 받아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고령의 환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동맥 수술을 시행했다가는 오히려 환자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에 있는 대동맥을 그냥 방치하거나 내버려둘 수 없는 노릇이었다.
대개 대동맥류는 가슴을 절개한 뒤 늘어난 대동맥류를 찾아 잘라낸 후 빈 자리에 인조혈관을 이식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최근엔 가슴부위를 절개하지 않고도 늘어난 대동맥류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수술법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치료범위가 제한적이다.
스텐트 시술이 가능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머리나 팔로 가는 혈관에 인조혈관 이식수술을 따로 받아야 하는 불편이 뒤 따른다.
게다가 김 할머니는 대동맥류의 위치가 활처럼 휘어져 있는 대동맥궁에 발생해 일반적인 스텐트로는 치료가 어려웠다.
대동맥궁(弓)에 발생한 '대동맥류' 치료
세계 첫 사례‥'고령 환자' 안전하게 수술
허균·임재웅 교수팀은 가슴을 절개, 대동맥을 수술하다간 81세의 고령의 김 할머니가 견디지 못할 것으로 판단, 혈관 내 시술로 대동맥류를 치료하기로 계획을 잡아 지난 4월 23일 시행에 들어갔다.
허 교수는 "환자의 대동맥 모양과 정확히 일치해 추가적인 인조혈관을 이식할 필요 없는 수술법을 고안, 이에 맞는 스텐트를 따로 제작해 수술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할머니는 4시간여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으며, 현재는 건강하게 퇴원, 외래 진료를 통해 추적 관찰 중이다.
이처럼 수술여건이 안 좋은 고령의 김 할머니에 맞춤형 스텐트 삽입술로 치료에 성공한 사례는 세계 최초다.
전 세계적으로 대동맥궁에 발생한 대동맥류 치료에서 무절개 스텐트 시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외국에서 사용하는 스텐트는 집도의의 숙련된 경험이 필요해 국내에선 아직 사용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맞는 스텐트를 자체 제작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대동맥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연구가 크게 도움이 됐다는 게 허균·임재웅 교수팀의 설명이다.
이번 대동맥류의 성공적인 치료 사례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혈관수술저널(Journal of Vascular Surgery)’에 게재됐다.
2년 전 '환자 맞춤형 대동맥클리닉' 오픈
'3개과 협진·24시간 응급 시스템 가동'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지난 2013년 대동맥클리닉을 오픈, 흉부외과·심장내과·응급의학과 3개 과가 협진을 통해 최상의 치료법을 제시하며 어느 때든 응급 수술이 가능한 진료시스템을 구축,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응급환자를 최대한 빨리 치료하기 위해 허 교수를 비롯해 의료진이 직접 전화를 받는 ‘24시간 응급환자 핫라인(010-4458-1190)’이 가동되고 있다.
허균·임재웅 교수팀은 대동맥클리닉을 오픈한 이후, 대동맥 환자들의 진료에 더욱 매진하며, 환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대동맥류를 좀 더 안전하면서 침습적인 방법으로 수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왔다.
대동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스케일이 큰데다 위험도가 높아 겁부터 낸다.
허 교수는 "이를 걱정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 가장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대동맥클리닉의 운영 목적"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대동맥 환자들이 좀 더 간편하게 안전한 방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와 환자 진료에 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