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연명치료결정법' 이달 임시국회 본회의서 처리

9일 보건복지부 질본 차관급 격상하는 '정부조직법안' 통과

[보건타임즈] 2018년부터는 임종을 앞뒀거나 사실상 회복이 전혀 불가능한 환자의 연명을 위해 임시의료조치로 달아놓은 인공호흡기를 자신이나 가족의 결정만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18대 국회부터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연명 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웰다잉법'이 9일 국회 첫 관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함으로써 이달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입법을 눈앞에 두게 됐다.
연명의료결정이란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임종과정 기간만 연장하려는 의학적 시술을 보류 또는 중단하는 결정을 말한다.

‘연명 치료결정법’은 지금 국회나 정치권의 상황으로 봐 큰 문제나 이변이 없는 한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로써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연명 치료'와 '존엄사'의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날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26명 가운데 찬성 219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가결 처리돼 본격적으로 조직개편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중 '연명 치료결정법'은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로 처음 추진됐지만 당시 종교계, 정치권내의 반대와 여야의 시각차, 이를 의식한 국회가 수년째 방치해오다가 올해 또 다시 발의됐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현안이 끊이질 않아 법안 심사조차 착수하지 못해왔다.

이에 따라 ‘연명 치료결정법’은 국회 법사위원회의 추가심사를 거쳐 하기 때문에 빨라야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여 진다.
이 법은 공포 2년 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연명 치료결정법 안'엔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연명 치료 대신 통증 완화·상담 치료를 우선 하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환자 개인과 가족들의 연명의료 중단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호스피스란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그리고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통증, 증상 완화 등의 신체적 치료와 함께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는 의료행위를 가리킨다.

이 법안의 초점은 임종을 앞둔 환자의 '존엄사'를 막는 연명 치료를 합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에 있다.
이 부분이 의료계의 관심을 끄는 핵심이다.

법안은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연명의료결정과 호스피스에 대한 요구를 직접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국립연명의료 관리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제출한 사전 의사가 확인되면 환자의 요구대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기록자체를 찾지 못했을 땐 가족과 전문의의 결정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게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주치의가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질병 상태와 예후, 호스피스, 연명의료 등을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의 요구대로 담당의사가 환자의 연명의료결정과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 작성하는 문서다.

국민 '호스피스, 연명의료법 제정'에 공감
10명 중 8명 이상, '연명의료결정' 찬성‥9명 이상 '호스피스 필요'

최근의 여론도 환자 자신이 연명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에 쏠리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윤영호 교수(사진)팀이 여론조사기관(월드리서치, 마켓링크)과 함께, 전국(제주 포함)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에서 69세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연명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호스피스, 연명의료법 제정’에 공감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뇌졸중, 치매 등 말기암환자의 통증 완화와 환자,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호스피스 의료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10명 중 8명 이상은 증상 호전 없이 임종기간만 연장하려는 의학적 시술보다 환자나 가족들의 연명의료결정에 찬성, 우리 사회에 호스피스와 연명의료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96.1%는 뇌졸중, 치매 등 암 이외의 질환자가 말기 상태일 경우 호스피스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여겼다.

72.5%는 호스피스 대상에 치매가 포함되길 희망했다.
다음으로는 파킨슨병(64.1%), 뇌졸중(61.6%), 만성 폐질환(21.9%), 근위축성 측삭경화증(20.9%), 만성 신부전(19.4%), 후천성 면역결핍증(18.5%), 만성 간경화(17.4%) 등의 순이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가가 주도로 중앙호스피스센터와 권역별호스피스센터를 지정, 운영하는 방안에 95.8%가 찬성, 반대 4.2%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영국, 대만, 일본 등의 국가처럼 호스피스 재단을 설립해 필요한 기금을 모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도 94.1%가 찬성했다. 반대는 5.9%였다.

92.0%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사용에 찬성했다. 반대는 8.0%에 그쳤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결정과 호스피스에 대한 의사를 직접 문서화한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해선 90.0%가 찬성했으며 10.0%는 반대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주치의가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질병 상태와 예후, 호스피스, 연명의료 등을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의 연명의료결정과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 작성하는 문서다.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입원 시 의료기관이 환자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것엔 88.7%가 찬성했으며 반대는 11.3%에 그쳤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했어도 의사 2명(담당의사 1인과 환자의 질병 전문 의사 1명)의 의학적 판단 하에,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이행하게 하는 것에 87.6%는 찬성, 12.4%는 반대했다.

윤 교수는 “최근 들어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결정의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며 “증상의 호전 없이 매년 우리 국민의 27만 명이 죽음을 맞이하고 130만 명의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국가는 암 이외의 다른 질환으로 호스피스 지원을 확대해야하는 것은 물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가족과 병원이 치료에 최선을 다한 뒤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서는 삶을 인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 '웰다잉법'의 취지"라며 "이를 위해선 병원도 이에 맞게 변해야 한다"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제도화해 이를 국민에게 널리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 차관급 격상 정부조직법 국회통과
컨트롤타워, '실장급 본부장→차관급' 격상

질병관리본부가 현행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돼 설치 근거가 대통령령(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서 법률(정부조직법)로 높아졌으며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게 됐다.

질본의 조직개편은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이에 따라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방역을 총지휘하게 되며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부, 국가안전처는 지원역할을 한다.

신종 감염병 '24시간 긴급상황실' 가동
대형병원 '음압병실 의무화'‥2020년까지 1500개 증설

또 이를 근거로 질병관리본부 내에 '24시간 긴급 상황실'을 개설, 365일 감염병 감시 체계가 마련된다.

정부는 지난 9월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자료 ☞ http://www.bktimes.net/data/board_notice/1441161375-1.pdf)을 확정, 발표했다.

이 개편안의 주 골자는 방역당국의 전문성과 권한을 키워 감염병 발생 시 초기에 제압할 수 있도록 초동 방역체계를 강화에 맞춰졌다.

개편안에 따르면, '24시간 긴급 상황실'에 핫라인을 설치, 24시간 감염병 의심 신고를 받도록 했다.

감염병 환자 발생 땐 상황실에서 곧장 '즉각 대응팀'을 현장에 파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메르스 사태 땐 감염병이 한창 퍼진 뒤에야 대응팀이 꾸려져 초동방역체계의 큰 문제로 지적됐었다.

이를 개선한 개편안은 대응팀의 구성원부터 바꿨다.
즉각 대응팀을 질병관리본부 방역관, 민간 분야 감염내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토록 했다.
이들은 현장에 나가 지자체 공무원, 보건소, 경찰, 소방 등으로 구성된 방역본부를 지휘하게 되며 병원 폐쇄나 교통 통제 등 전결권을 가지고 방역 조치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인포그래픽)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지금껏 대응 팀은 타 부처에 일일이 공문을 보내 협조를 받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와 함께 위기관리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위기(risk) 커뮤니케이션 전담 부서를 신설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엔 환자발생 병원이나 전파경로 등 정보조차 파악이 안 됐거나 숨겨 의료기관간의 소통이 막혀 병원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메르스 감염자를 받아 입원환자 간, 환자와 의료진간의 감염통로가 됐다.

방역당국 종사자의 전문성도 높인다.
이를 위해 방역 행정을 전담하는 방역 직을 신설하며 지금까지 군 복무를 대신하는 단기 공중보건의사로 채워진 역학조사관을 미국 CDC 역학전문요원(EIS Epidemic Intelligence Service)과정에 위탁교육을 받게 하는 등 정규직 전문가로 양성하거나 대처할 방침이다.

역학조사관은 현재 32명에서 64명, 이들의 훈련기간은 한 달 정도 교육만 받고 방역 현장에 투입되던 방식에서 EIS를 벤치마킹한 ‘방역수습사무관제도’를 도입,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하는 현장 훈련을 2년간 받도록 교육기간을 늘렸다.

감염병 분류체계도 새로 바뀐다.(표)

감염병 분류개편방향(안)

위험도 구분

예시

현장 방역조치

신종감염병
(미지의 위험) 에볼라, 메르스, 신종플루 등
중앙정부
(질병관리본부)

고위험군 결핵, 홍역, 생물테러 등

중증도 위험군 콜레라, 이질, 볼거리 등
시도

경도 위험군 말라리아, 쯔쯔가무시 등
시군구

국제 공조는 한층 더 강화된다.
WHO·CDC 등 해외전문기관과 인적교류를 통해 국제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역학조사관을 신종 감염병 발생국 현장에 보내 신종 감염병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 감염병 진료부터 연구와 교육까지 전담하게 된다.
'권역별 전문치료 병원'도 국립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3~5곳을 선별, 지정할 예정이다.

음압병실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500개인 1인 음압격리병실을 2020년까지 1500개로 늘린다.
대형병원을 비롯해 300병상 이상 병원은 일정 수의 음압병실을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발열 증세를 보여 감염병이 의심되는 응급 환자가 내원하려 할 땐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따로 선별 진료를 해 일반 환자와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응급실에서 입원 대기하며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환자가 많은 병원에게는 여러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매김으로써 정부의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할 예정이다.

이밖에 메르스 당시 감염의 경로가 됐던 간병·병문안 문화 등 의료 환경도 개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