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자살 유가족들 ‘심혈관질환-당뇨병 입원 위험’ 높다

김창수 교수 “예방만큼 자살 이후 ‘가족 구성원 사후 관리’ 중요”

[보건타임즈] 자살 유가족은 일반 가족 구성원보다 새로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으로 입원할 위험이 현저히 높은 것(논문 ☞ http://www.bktimes.net/data/board_notice/1442916387-10.pdf)으로 밝혀졌다.

정신과질환으로 입원할 위험도 역시 높았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당뇨병, 정신과질환 과거력을 가진 자살자 가정 유가족들은 가족 자살이후 의료기관을 찾는 진료횟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자신의 질환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야 할 의료기관 방문도 저조했다.
이를 통해 조기발견의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사망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자살 유가족에 대한 연구는 주로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인구집단의 정신 건강 측면에 집중됐으나 40세 이상 성인의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같은 신체건강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창수 교수(사진)는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조재림 교수,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정상혁 교수,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예방의학과 Kathryn Rexrode 교수와 공동연구팀을 구성, 자살 유가족들의 병원 입원비율과 의료기관 이용횟수를 조사했다.

가장 먼저 연구팀은 지난 2002~2003년 동안 자살자가 있었던 대한민국 가정의 40세 이상 구성원 4,253명과 일반가정 40세 이상 구성원 9,467명을 대상으로 가족 자살 전과 자살 후 각 1년 동안의 의료기관 이용 행태를 자세하게 살폈다.

이 결과, 자살 유가족이 일반 가족 구성원보다 새로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으로 입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1년간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정신과질환으로 병의원 방문을 한 적이 없는 군에서 뚜렷했다.

자살 유가족의 입원 율은 일반 가족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경우 남자에서 1.34배, 여자에서 1.24배가 높았다.
당뇨병은 남자에게서 2.24배, 여자에게선 1.79배나 각각 높았다.(표1)

표1

구분

남성

여성

심혈관질환(고혈압,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1.343 (1.001-1.800) 1.240 (1.025-1.500)

당뇨병 2.238 (1.379-3.632 1.786 (1.263-2.527)

정신과질환 2.135 (1.425-3.198) 1.607 (1.229-2.101)

자살 유가족 중 과거력이 없는 군에서의 가족 자살에 따른 심혈관질환, 당뇨병, 정신과질환 입원 위험비(Hazard ratio)와 95% 신뢰구간. 나이, 거주지역, 사회경제적 상태를 보정함.

의료기관을 이용한 행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 과거 병력이 없는 군에선 자살 1년 전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자살한 이후 1년간의 병의원 진료 횟수(의료이용도)가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일반 가족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주목할 결과로는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정신과질환의 과거 병력이 있는 대상군은 가족 자살 이후 오히려 병의원 진료 횟수가 감소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표2)
표2

심혈관질환, 당뇨병
정신과질환의 과거력이 없는 군 심혈관질환, 당뇨병
정신과질환의 과거력이 있는 군

가족 자살 전 가족 자살 후 가족 자살 전 가족 자살 후

남성

전체 1.0 (0.0-2.0) 2.0 (0.0-6.0) 6.0 (4.0-12.0) 3.0 (0.0-9.0)

40-49세 1.0 (0.0-2.0) 1.0 (0.0-4.0) 5.0 (3.0-8.0) 1.0 (0.0-7.0)

50-64세 1.0 (0.0-1.0) 2.0 (0.0-7.0) 6.0 (3.0-10.0) 3.0 (0.0-8.0)

65세 이상 1.0 (0.0-2.0) 4.0 (0.0-9.0) 9.0 (4.5-19.5) 3.0 (0.0-11.5)

여성

전체 1.0 (0.0-2.0) 3.0 (0.0-9.0) 6.0 (3.0-10.0) 5.0 (0.0-11.0)

40-49세) 1.0 (0.0-2.0) 3.0 (0.0-7.0) 5.0 (2.0-6.0) 6.5 (1.5-10.5)

50-64세 1.0 (0.0-2.0) 4.0 (0.0-10.0)) 6.0 (3.0-8.0) 6.0 (1.0-13.0)

65세 이상 1.0 (0.0-2.0) 4.0 (0.0-9.0) 7.0 (3.0-13.0) 4.0 (0.0-10.0)

자살 유가족의 가족 자살 전후의 의료이용도 변화. 의료이용도는 가족 자살 전후 각 1년간의 총 의료이용 횟수를 중위수 (25percentile-75percentile)로 표기함.

가족 구성원의 자살로 생기는 사회심리학적 스트레스는 카테콜아민이나 코티솔과 같은 신체의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높여 심혈관질환이나 대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흡연이나 음주와 같은 생활습관 변화도 심혈관질환과 대사 질환의 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김 교수는“자살 유가족이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일반인보다 병의원을 찾지 않아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됨으로써 결국 증상이 악화된 이후에 입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병력을 가진 자살 유가족이 가족의 자살 이후 오히려 의료이용 횟수가 감소한다든가, 추적 검사를 받아야 하는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자가 정기검진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질병 악화로 사망과 같은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을 안게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자살이라는 사회 문제를 바라볼 때, 자살 자체의 예방(prevention)뿐 아니라 자살 이후의 유가족 구성원에 대한 사후 관리(postvention)도 중요하다. 정신건강 측면만 아니라 심혈관과 대사건강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논문은 유럽심장학회 공식학회지 ‘European Heart Journal (인용지수 = 15.203)’에 「Suicide loss, changes in medical care utilization, and hospitalization for cardiovascular disease and diabetes mellitus (자살 유가족의 의료이용 변화와 심혈관 질환 및 당뇨병 입원 위험)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