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덕 교수팀, 4세 뇌사아 숭고한 장기기증 ‘새 생명’ 살려내다
2세 아이 신연호 다장기이식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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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역사의 한 획을 긋는 변형다장기이식이 국내대학병원에 의해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로써 현대의학의 꽃으로 불리는 장기이식분야에서 미국 등 의료 선진국과 같은 수준에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과 위장관재활팀 이명덕 교수를 비롯한 장혜경, 김지일, 김상일, 박재명 교수팀은 위장관 거짓막힘증을 앓고 있던 만 2세남아 신연호(2012년생)에게 4세 뇌사 아의 소화기계 장기 6개를 이식했다.
그간 국내에서 다장기이식을 드물게 시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간을 제외한 변형다장기이식에 성공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게 서울성모병원의 설명이다.
연호는 출생 후 약 70일경에 뚜렷한 원인 없이 갑작스런 장 폐쇄증상이 나타난 후 여러 병원을 찾은 후에야 위장관 거짓막힘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후 공장루을 조성, 먹지 못해 모자라는 부분은 인공영양공급식 재가정맥영양법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위장관거짓막힘증은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병이다.
이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져 장애범위가 전체 위장관으로 확대돼 영양결핍 뿐만 아니라 정체된 창자 속 음식물의 부패와 세균번식, 감염으로 폐혈증 등 합병증이 발생, 연호 같은 경우엔 치명적으로 위험한 병이다.
이 아이가 살 수 있는 길은 제 기능을 못해 망가진 위, 십이지장, 췌장, 비장, 소장, 대장 등 소화기계 장기를 떼어낸 후 정상적인 다른 사람의 장기로 대체 이식하는 수술밖에 없다.
이 아이는 국내 최초 소장이식수술을 성공시킨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에게 이식을 받기 위해 지난 2013년 여름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했다.
검사 결과 이 아이의 간 기능은 아직 정상이어서 변형다장기이식술을 통해 간을 뺀 6개 장기의 이식이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변형다장기이식술이란 간을 그대로 보존 한 채 나머지 장기를 이식하는 것을 가리킨다.
간을 함께 이식하는 이식은 ‘다장기이식술’이라고 부른다.
다장기이식술은 이미 국내에서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변형다장기이식술은 간을 그대로 남겨두게 돼 ‘다장기이식’보다 이식 장기가 1개 적지만 문합하는 혈관 수가 훨씬 더 많아 정밀한 세부과정이나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더욱 높아 가장 어려운 복부수술로 손꼽힌다.
이 교수는 이미 2008년에 변형다장기이식으로 명성을 쌓은 미국 마이애미대학 잭슨 메모리얼병원에서 연수, 기술적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게다가 이 아이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 후 대기해왔다.
이처럼 철저한 준비를 해 온 이 교수팀이었지만 기술적인 면 이외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규정상 각각의 장기를 타 기관과 나눠야하는데다 한 명의 생명을 위해 여러 장기를 이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이 아이가 앓고 있는 질환 자체가 워낙 흔치 않은 병이라는 점과 2세 밖에 되지 않은 복강 크기에 딱 맞춰진 공여자 장기가 나타난다거나 어린이 기증자가 극소수인 국내 사정으로 봐 쉽지 않아 기적에 가까웠다.
2014년 4월 이 아이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뇌사 기증자의 장기 상태가 원만치 못했다.
이와 함께 기회가 왔지만 아이가 갑작스런 고열에 시달려 안타깝게 이식을 포기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정과 막연한 기다림이 계속된 차에 2014년 11월 25일 기적이 다가왔다.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4세의 숭고한 장기 기증자가 나타났으며 이 아이와 신체크기가 맞아 장기를 한 덩어리 채로 옮겨야 하는 다장기이식에 더 없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됐다.
혈관이식외과 김지일 교수는 이식을 위해 기증자의 장기 적출에 들어갔다.
변형다장기이식엔 내장동맥부터 상장간막동맥까지 한꺼번에 대동맥에 붙은 채로 이식하지 않고는 혈류를 유지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간, 소장-췌장, 신장의 혈관 나눔은 매우 예민했다.
여기에 타 기관에서 기증자의 심장, 폐,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해 여간 조심스런 일이 아니었다. (사진 퇴원기념 행사)
다행스럽게 타 기관 의료진들에게 변형다장기이식의 중요성과 어려운 점 등이 제대로 잘 전달돼 최대한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 교수가 나선 수혜자 수술은 간을 보전하면서 기타 소화기관들을 절제해야 했으며 보통 이식보다 복잡, 정밀한 장기이식이 필요해 절단, 문합, 결찰 등이 반복됐다.
당시 총 5군데의 혈관 문합, 담도 연결을 포함한 위장관 부분 5곳 문합, 배설을 위한 장루 2곳 설치, 급식용 장루관 1곳 조성 등 총 13가지의 중요한 독립적 수술과정이 18시간 30분 동안에 진행됐다.
이식 후 혈류가 이식편에 다시 개통돼 이식된 장기들이 살아나기까지 냉각허혈시간은 5시간 30분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이식된 소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최대 허용시한 8 시간보다 훨씬 일찍 완료돼 한 숨 돌릴 수 있었다는 현장을 지켰던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후 이 아이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진균성간농양과 폐렴 등 감염증과 일반 고형 장기이식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식편대숙주반응까지 겪는 등 3가지의 위중한 고비를 넘겼으며 5개월 이상의 병원 생활을 마친 뒤 퇴원을 하게 됐다.
현재 이 아이는 하루 식사 필요량의 2/3 이상을 입으로 섭취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상태가 좋아지면서 퇴원 이후 당분간 소량의 정맥영양제와 수액보조투여를 하고 있지만 곧 종료하게 된다.
함께 이식된 췌장 기능도 좋아 혈당이 안정을 찾았으며 혈중 아밀라제는 줄곧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
1년 후 장루 복원 등의 마무리 수술을 아직은 남겨 뒀지만 무사히 힘든 고비는 다 넘기게 됐다.
이 아이의 모친 정00씨(38세)는 “회복만 바라보며 수술 받을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면서 지냈다. 장기간에 걸쳐 아이를 성심성의껏 진료와 수술을 해준 거나 수술이 기적적으로 일궈낸 이명덕 교수와 병원의 여러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소장 단독이식이나 다장기이식보다 훨씬 복잡한데다 까다로웠으며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아주 높은 수술이어서 매우 긴장했지만 어려운 과정을 모두 잘 극복한 연호와 보호자들에게 감사한다. 이번수술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탠 결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호는 입원생활을 끝낸 뒤 지난 1일 오전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갔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8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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