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천·이정은 교수 연구팀, ‘갑상선암 수술 환자 2229명 예후’ 분석
#심한 어지러움 증과 피로감을 느껴 응급실을 찾은 이명자 씨(가명, 70세 여성)는 이틀 전 갑상선암의 후속 치료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앞서 이 씨는 응급실 내원 당시 다른 검사에선 특별한 이상이나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혈액검사 결과 혈중 염분수치가 108mmol/L(정상 농도: 135~145 mmol/L)로 매우 낮게 측정돼 ‘저나트륨혈증’을 진단받았다.
이 씨는 생리식염수 등의 수액 치료를 받았으나 어지러움 증은 계속 지속됐으며 혈중 염분수치가 회복되지 않아 결국 입원하게 됐다.
이후 이틀이 지났으나 혈중 염분수치가 계속 낮아 이에 3%의 고장성 생리식염수(3% NaCL)을 투여 받았다. 다음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하면서 입원한 지 5일째 되던 날 신경학적 증상은 거의 호전됐으며 염분 수치도 135mEq/L로 회복됐다.
이 환자의 경우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중 요오드를 제한한 식이요법을 처방, 저염식이와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고했으나 과도한 저염식이와 수분 섭취를 계속 하면서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이 씨의 증례처럼 갑상선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저나트륨혈증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을 찾아내 치료한 연구 결과(논문 ☞ http://www.bktimes.net/data/board_notice/1428573142-16.pdf)가 발표돼 관심을 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형천·이정은 교수 연구팀은 2009년 7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총 31개월 동안 갑상선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환자 2,229명의 임상 병력과 (방사성요오드) 치료 전후의 전해질 농도를 포함한 생화학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 결과, 전체의 13.8%(307명)에게서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44명)의 환자들은 입원 치료나 응급실 방문이 필요한, 임상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저나트륨혈증을 겪은 것으로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저 나트륨혈증이 나타난 307명의 환자 군에게서 고령(60세 이상), 여성, 고혈압 치료를 위한 이뇨제(thiazide) 복용, 그리고 방사선 치료 시작 당시 낮은 혈중 나트륨 농도 등이 심각한 저나트륨혈증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 공통적으로 발생했던 사실을 찾아냈다.
대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뒤, 환자들은 남아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방사성 요오드 치료(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받는다.
이 치료법은 경구용 캡슐로 만들어진 방사성 요오드를 투약, 세포내 흡수된 방사성 동위원소가 주위 세포로 방사선을 방출, 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다.
갑상선 조직세포의 요오드 흡수를 높이기 위해선 환자의 갑상선 호르몬제 복용을 1~2주간 중단시키는 동시에 치료 1주일 전부터 1주 후까지 총 2주간 요오드를 제한한 식사를 시켜야 한다.
이때 소금까지 환자의 식단에서 제한하는 저염식 식이요법을 시행한다.
저염식이와 갑상선 호르몬 중단에 따른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신장(콩팥)의 수분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몸 속 수분 량이 증가하게 되면서 혈액 속 나트륨량이 135mEq/L이하 상태인 ‘저나트륨혈증’이 발생, 환자는 신경질적인데다 두통, 구토 증상을 겪게 된다.
심한 경우 경련을 동반하는 뇌부종이 생기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같이 최근 갑상선암 수술을 받는 환자수가 늘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저나트륨혈증’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박형천 교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중 저나트륨혈증 증상으로 신장내과를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갑작스레 경련을 일으키거나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오는 환자도 있다”면서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상태가 이 같은 위험 요인에 들어간다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 후 혈중 나트륨 농도를 모니터링 하면서 몸 상태를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하며 고령의 여성일 경우 방사선 치료 전 이뇨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심각한 저나트륨혈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갑상선암은 치료 후에 환자에게 당부할 특별한 주의사항이 없으며 식사지침도 일반적인 식사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질환은 수술을 잘 마친 뒤 처방된 약과 호르몬제를 잘 챙겨 먹는다면 뒤탈 없이 자연 수명을 누릴 수 있는 암이라는 게 갑상선암 전문의들의 지견이다.
하지만 박 교수팀의 연구는 갑상선암 수술 후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례를 통해 시사해 고령, 여성, 그리고 이뇨제를 복용하는 위험 군 환자에게 적지 않은 경각심을 갖게 해준다.
이 연구논문은 지난해 8월 국제적 권위의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PLoS One (IF 3.534)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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