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구자원 교수팀 “청력 정도, 어지럼증 빈도에 따라 단계적 치료”
국내최초 발표. 논문 국제 권위지 ‘Laryngoscope’ 최신호에 발표
평소에 멀쩡하던 귀가 갑자기 잘 들리지 않으면서 심하게 어지러운 증상이 수차례 반복되면 ‘메니에르병(Ménière's disease)’을 의심해 볼만하다.
프랑스 의사 메니에르(Ménière)에 의해 기록된 ‘메니에르병’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근 들어 발병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현기증, 난청, 이명(귀울림 현상)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 질환은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귀 속의 달팽이관과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사이를 돌아다니는 내림프액의 순환 장애로 귀의 가장 안쪽에 있는 내이(內耳)에 부종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메니에르병은 잔존 청력의 정도와 어지럼증의 빈도에 따라 단계적인 치료를 시행해야 청력을 보존하면서 어지럼증을 치료할 수 있다.
대개 가장 먼저 시행되는 치료법은 생활 습관 조절과 이뇨제 등을 통한 약물 치료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겐타마이신(gentamycin)이라는 항생제를 고막 안쪽에 주사기로 주입하는 ‘고실(고막 안쪽) 내 겐타마이신 주입술’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시술을 한다.(위 그림 참조)
대부분의 메니에르병 환자들은 이 정도의 시술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여전히 어지럼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재발하는 환자들은 두개골을 열고 접근하는 고난이도의 ‘전정신경절단술’이나 전정 미로를 제거하는 ‘미로절제술’과 같은 비교적 큰 수술을 한다.
이외에 더 이상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 치료법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새롭게 제시된 치료법이 ‘고실 개방술을 통한 겐타마이신 주입술’이다.
이 치료법은 난청 혹은 중이염(中耳炎)이 있는 환자의 질환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해 자주 시행되는 ‘시험적 고실 개방술’을 메니에르병 치료에 적용한 것이다.
이 치료법은 고막 안쪽에 약물 전달을 방해하는 이상 소견이 있는지 확인한 뒤 이를 교정한 후 달팽이관 입구에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구자원 교수(사진)팀은 국내 최초로 ‘고실 개방술을 통한 겐타마이신 주입술’의 성공적인 적용 사례를 발표해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구 교수팀은 이를 통해 내원한 난치성 메니에르병 환자 780명을 대상으로 청력 정도와 어지럼증 빈도에 따른 단계적 치료를 시행, 2년~7.5년 동안 추적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치료 단계에 따라 ‘생활습관 조절, 약물 치료’와 ‘고실 내 겐타마이신 주입술’을 했지만 호전되지 않은 환자에게 ‘고실 개방술을 통한 겐타마이신 주입술’을 시도한 결과 71.4%에게서 어지럼증이 개선되는 등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이 치료법은 큰 수술을 부담스러워하던 환자들의 걱정을 크게 줄임으로써 효과를 거뒀다는 게 연구팀의 평가다.
구 교수는 “침습적 수술은 환자를 위해 최후의 선택지가 돼야만 한다”며, “이번 성과로 많은 메니에르병 환자가 부담이 적은 치료법으로 호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고실 개방술을 통한 겐타마이신 주입술’을 받았지만 계속 어지럼증이 조절되지 않는 극소수의 환자에게는 여전히 ‘전정신경절단술’, ‘미로절제술’ 등이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이비인후과는 최종적으로 연구기간에 내원한 메니에르 환자 중 2명(0.3%)을 제외한 모든의 증상을 호전시켜 단계별 메니에르병 치료의 효용성을 입증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매년 4회에 걸쳐 메니에르병 환우가족모임을 주최하고 있다.
이 모임에선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메니에르병의 극복 방법을 환자, 보호자와 함께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분당서울대병원은 어지럼증 환자에 대한 다수의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거나 매년 어지럼증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최신 지견에 대한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이비인후과 학술지 Laryngoscope 최신판에 발표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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