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보존, 병변과 임파선, 근접조차 쉽지 않은 공간서 암 덩어리 절제’ 시연
‘고령자 조기회복프로그램’ 운영 환자 삶의 질 높여
대장암 수술 후 5년 무병생존율, 평균보다 ‘10%’ 상회
우리나라 의학자의 직장암 로봇수술이 전 세계에 생중계돼 화제다.
주인공은 세계적인 표준 로봇수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고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다.
김 교수는 오늘(9일) 세계 최대 규모-최고수준의 ‘임상로봇수술학회(CRSA, Clinical Robotic Surgery Association)’에 생중계(Live Surgery)를 위해 8일 전문 영상촬영과 송출장비가 들어선 고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에서 직장암 로봇수술을 시연했다.
이날 그가 집도한 수술환자는 40대 직장암남성이었다.
이 환자는 항문에서 병변까지 약 2.5㎝ 거리의 하부 직장암이 진단돼 주 병변과 임파선의 정밀한 절제는 물론, 항문을 살리는 수술이었다.
김 교수는 먼저 괄약근 간 절제술을 통해 항문을 보존하는 것으로 수술계획을 잡았다.
이날 김 교수는 로봇으로 조심스럽게 직장으로 접근, 주변의 신경을 보존하면서 병변과 임파선, 직장 하부에 자리를 잡아 미세한 수술기의 근접조차 쉽지 않은 공간에서 암 덩어리를 절제해 나가며 항문을 살리는 동시에 남은 직장과 대장을 연결함으로써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 과정이 담겨진 김 교수의 직장암 로봇술기영상은 CRSA 학회의 최소침습수술티비 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의료진이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게시됐다.
세계서 인정받는 ‘김선한 교수 직장암 로봇술기’
‘해외 유수 학회와 의료기관 초청’ 시연
고대 안암병원에 따르면 대장-직장암 수술 권위자 김 교수는 국내에 개복수술이 보편적이던 시절, 미국에서 복강경 수술을 연수한 뒤 지금까지 복강경으로만 2,000여명 이상의 암환자를 집도했으며, 2007년부터는 정교한 로봇수술까지 영역을 넓혀 온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김 교수의 직장암 로봇술기는 이번뿐만 아니라 美메이요클리닉 수술시연, 클리블랜드클리닉 수술시연, 스웨덴 카롤린 스카대학 초청강연, 싱가포르 국립의과대학 외과겸임교수 초청 등 해외 유수 학회와 의료기관의 초청을 통해 알려져 왔다는 게 고대안암병원의 설명이다.
수술용 로봇 다빈치 시리즈를 판매하는 인튜이티브 社에선 김 교수의 술기를 직장암 로봇수술의 매뉴얼로 제작, 이 분야에 배포, 표준화시켜왔다.
그의 학회활동도 활발하다.
그는 임상로봇수술학회 창립멤버이며 창립당시 대장항문분과위원장을 맡아왔으며 현재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이사장과 대한외과로봇수술연구회 회장을 수행하고 있다.
항문 보존 곧 ‘삶의 질 향상’
바깥쪽 입구서 ‘3㎝ 이내 직장암’일 때만 항문 제거
김 교수의 직장암 로봇술기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먼저 암 수술에서 암, 종괴 제거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 향상차원에서 항문보존에 전력을 쏟는다는 것이다.
바깥쪽 항문 입구에서 5㎝ 이내에 생기는 하부직장암의 경우 대개 항문을 제거한다.
이 때문에 항문이 없는 환자는 평생 인공장루에 배설주머니를 차고 다녀야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3㎝ 이내일 때 항문을 제거하지만 최근엔 이마저 보존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고령 환자에 ‘조기회복프로그램’ 운영
1년 6개월 정도로 젊은 사람과 비교 “큰 차이 없다”
지난 2012년엔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복강경 대장-직장암 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보통 고령자가 만성질환이나 면역력 약화, 수술 합병증 등을 이유로 젊은 사람보다 수술 회복이 더딜 것이란 예상을 바꿔났다.
김 교수로부터 수술 받은 고령자 3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6개월 정도로 젊은 사람의 회복 결과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회복프로그램이란 수술전후 환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시켜 합병증을 줄여 빠른 회복을 돕는 차림표다.
이 프로그램대로 대장-직장암 수술 환자에게 ▲수술 전 환자 교육 ▲장청소제 복용 생략 ▲최소금식 ▲효과적 마취와 수술 후 통증조절 ▲조기음식섭취 ▲조기보행 등을 실시한다.
대장-직장암 환자의 연령대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고령이어서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정상생활로 돌아가는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대장-직장암 수술 후 5년 무병 생존율 “10% 높였다”
2기 환자 95.2%, 3기 환자 80.9%
김 교수의 대장-직장암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5년 무병 생존율은 기존 학술 보고된 평균치보다 10%가량 높다.
그의 로봇수술을 포함한 복강경 수술을 받은 대장암 환자의 5년 무병 생존율은 2기 환자의 경우 95.2%, 3기 환자는 80.9%를 나타냈다.
3기 환자에게서 80%를 넘는 5년 무병 생존율은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수치는 대부분 대장암수술환자의 5년 생존율이 초기의 경우 약 90%, 2기 68~80%, 3기 30~60% 정도와 비교해 대조된다.
고대 안암병원은 지난 6월 말 최신 수술용 다빈치-Si를 추가로 도입, 로봇수술 발전에 힘써오고 있다.
2007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최신 수술로봇 다빈치-S 시스템을 도입한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단기간에 로봇수술을 전립선, 대장-직장, 갑상선, 방광, 위, 부인질환 등 다양한 임상분야에 적용하며 독보적인 수술 테크닉으로 국내외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07: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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