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중증질환 등록-난치성 환자 약값지원-항우울제 처방범위 확대’ 요구
뇌전증 환자를 바라보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게다가 사회로부터 많은 편견과 멸시 또는 차별받는 병명으로 지목받아 ‘뇌전증’으로 바꾼 지 4년이 지난 간질을 보건복지부 장애등급에 아직까지 그대로 표기,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뇌전증(腦電症)이란 비정상적인 뇌신경세포로부터 전류가 형성돼 대뇌의 기능을 혼란시키는 병이다.
뇌전증은 뇌의 손상으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며 치료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뇌전증을 불치병, 유전병, 정신질환, 전염병 등으로 오해, 뇌전증 환자들은 살아가면서 사회로부터 많은 편견과 멸시 또는 차별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국립뇌전증센터 조기설립, 뇌전 증의 중증질환 등록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여전히 쌓였다는 것에 문제가 제기됐다.
대한뇌전증학회 손은익 학회장(계명의대 교수)은 지난 13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율 향상과 이들의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와 보건복지부에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 약값지원 확대 ▲뇌전증수술 중증질환 등록 ▲뇌전증 환자에 대한 항우울제 처방 가능 등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는 12일부터 14일까지 치러졌다.
이날 손 회장은 “약물난치성 뇌전증은 수술을 받으면 8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지만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현재 의료보험 이외엔 기대할 게 없다면서 수술 받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뇌전증을 중증질환으로 포함시키는 등 정부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술 필요로 하는 중증환자 ‘10만 명’‥지원 절실
‘암-뇌혈관질환자 입원비의 5%, 뇌전증은 20% 부담’ 불평등
손 회장과 자리를 함께 한 홍승봉 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 대표(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현재 뇌전증 환자가 약 40만 명(학회 추산)에 이르며 이중 10만 명은 약물로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환자”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암, 뇌졸중, 심장질환 등은 중증질환으로 등록돼 있어 진료비, 수술비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으나, 뇌전증 환자들은 국가의 지원이 없어서 힘들게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항경련제를 2가지 이상 사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난치성뇌전증환자(DRE, drug resistant epilepsy)가 10만 명이다. 이들은 5-6가지 약을 먹고 있다”며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학회에 따르면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수술비용은 보험을 적용해 1차와 2차에 걸쳐 700만원~2,000만원이 들지만 이들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예 방치된 상태다.
홍 교수는 “수술을 필요로 하는 뇌전증은 중증환자들이다. 수술 건수는 전국적으로 따져 500건 정도이며 이외에 환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가의 온 시선이 치매와 암에 쏠리다보니 암 또는 뇌혈관 질환자는 입원비의 5%만, 뇌전증은 20%를 부담하게 해 어처구니 없는 차별화 상황이 벌어졌다”며 “치료율이 85%로 결코 불치병이 아닌 뇌전증을 앓는 환자들의 고통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물 난치성뇌전증 환자 ‘약값삭감 10%선’ 유지
뇌전증, 중점관리 ‘중증질환’에 등록
이 같은 상황이 뇌전 증의 약값에도 벌어지고 있다.
그는 또 “파킨슨병 환자들은 약값의 10%, 뇌전증 환자들은 여러 가지 항경련제를 복용하고도 30%를 부담하고 있다”며 “세 가지 이상을 먹어야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약값 부담을 10%선을 낮춰 줄 것과 수술을 필요로 하는 뇌전증은 중증질환으로 포함시킬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뇌전증 환자 25~68% ‘우울증’
‘항우울제 처방기간 제한’ 철폐
홍 교수는 “뇌전증 환자들의 25-68%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를 치료할 경우 삶의 질에 크게 향상된다”며 “현재 60일 이상 항우울제 사용을 제한하는 급여기준으로 진단과 치료에 많은 방해를 받고 있다”면서 “정신과 의사에게만 투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뇌전증 치료에 ’국가’ 조기 개입
‘(가칭)국립뇌전증센터 설립’ 요청
학회는 이처럼 고통 받는 뇌전증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보험 적용, 장애인 등록 기준의 현실화, 난치성뇌전증의 희귀난치성질환 등록 등을 개선하는 한편 의료비 절감, 뇌전증 치료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게 전문치료시설(국립뇌전증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보험으로 치료비 전액을 부담, 상당수 뇌전증 환자들이 무료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잘 사는 사람들은 사 보험, 국가보험조차 못 드는 상당수 환자들은 무료로 치료하게 해준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뇌전증’으로 병명이 바뀐 사연도 공개됐다.
학회 이향은 홍보이사(이대목동병원 교수)는 “2011년 간질에서 뇌전 증으로 개명한 후 시행되는 2012년부터 대국민 홍보에 주력해왔다”며 “당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바꾸느냐(?)의 움직임이 동아시아 등 외국에도 있었다”면서 “한국에선 멸시와 냉대로 환자가 받는 피해가 컸다. 서둘러 개선해야 할 복지부의 장애등급표엔 아직 간질로 표기돼 법령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알렸다.
이번 국제학회엔 뇌전증 분야의 세계적인 해외석학과 국내 뇌전 증의 대가들이 참석, ▲뇌전증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신경정신적 문제·우울 불안증의 치료 ▲난치성 뇌전증에서의 새로운 항경련제의 개발 현황 ▲뇌자극을 이용한 새로운 뇌전증 치료기법 ▲수술 후유증을 줄이는 보다 안전한 레이저 수술 요법 ▲전자기장 및 고주파 뇌 신호를 이용한 뇌전증의 새로운 진단법 개발 등 진단과 치료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4 16: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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