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사항과 다른 복지부 말 바꿈에 ‘위중상황’ 경고
건정심 공익위원 중 공급자배정에 ‘의료계 4명, 2명’ 오락가락
의정이 총파업을 유보하게 한 건정심의 구조개편, 원격의료 '선 시범사업-후 입법'에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면서 합의조건이 깨져가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가장 먼저 화근이 됐던 것은 정부 실무당국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총파업을 유보하거나 철회하는 조건으로 건정심의 공익위원 중 가입자와 공급자를 같은 수로 추천토록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던 정부의 방침이 실무자 입을 통해 '의료계 몫 2명'으로 바뀐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정간의 협의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급랭했다.
이 사안은 의정이 앞서 치렀던 건정심 공익위원 8명을 배정하는 협의과정에서 의협에 2명이냐 4명이냐를 두고 대립을 벌이다가 4명으로 일단락됐었다.
그러나 또다시 '공익위원 중 의료계에 2명이 배정될 것이란' 발언이 나오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의정협의 문엔 연내 건정심의 공익대표들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같은 수로 추천토록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이 들어가 쌍방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가입자와 공급자를 같은 수로 하되 참여인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든가 반대로 4명을 고집할 수 있는 등 나름대로 해석하게 돼 서로의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허점이 있다.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안’ 수정 없이 국무회의 통과
의료계, '선 입법 후 시범사업' 문제투성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지난 25일 의사-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한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 앞서 지난 17일 의정협의 이후 발표한 '선 시범사업-후 입법'키로 했던 합의조건을 어김으로써 자극받은 의료계가 또다시 총파업 묻는 투표를 결정하는 사태로까지 커졌다.
의료계 내에선 '선 시범사업 후 입법'이란 의정협의 결과를 반영해 법안을 수정하지 않고 총파업에 단초가 됐던 원본 그대로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했다는 것은 복지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부분이라며 그동안의 성과를 낸 의정협의를 파기하겠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두 가지는 의료계가 총파업을 내걸고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던 조건들이어서 의협 집행부의 존속이 달린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이에 반발한 의협은 지난 25일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한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뤄낸 의정협의 결과를 뒤집는 행위라며 정부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즉시 발송했다.
의협은 "복지부가 즉각 명확한 답변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위중한 상황이 표명될 수 있다"고 경고, 이전의 총파업을 앞둔 사태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너무 당황스럽다. 협회 내에선 복지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내부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며 "상임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협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선 정부와 협상을 깨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최후의 수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편 복지부 쪽의 움직임도 확고하다.
복지부는 해명서에서 "수정 없이 의료법 개정안 원안을 그대로 국무회의에 상정한 이유는 차관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내 입법절차가 완료되는 상황인데다 입법과정에서 개정안에 시범사업 결과가 반영돼 수정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의료계가 문제 삼는 입법 후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규정도 고쳐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오늘(26일) 개최된 상임이사회에서 오는 30일 대의원총회에서 총파업을 투표에 부치기로 최종 정리했다.
또 의협은 대의원총회에서 복지부 실무국장이 꺼낸 '건정심 공익위원 중 의료계 몫은 2명'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중대 사안으로 다루기로 했다.
의협이 최후의 수단으로 오는 30일 대의원총회에서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의료계 내에선 삭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의정이 지난 16일 제 2차 의정협의를 마무리 짓고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 주요 합의 결과를 이뤄냈던 불과 5일전 상황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지난 25일 복지부의 보도자료 하나가 의정협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를 통해 국무회의에서 복지부가 상정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공포 후 시행 전 1년 동안 일정 범위에서 환자를 상대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정이 사인한 2차 합의안엔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오는 4월부터 6개월간 먼저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나온 결과를 의료법개정안에 반영, 입법화키로 돼 있다.
이 부분이 의정간의 갈등을 불러왔다.
즉 의정이 서로 합의한 '선 시범사업, 후 입법'이 아닌 문제가 됐던 '선 입법, 후 시범사업'으로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거다.
내과의사들 "원격의료 시범사업 불참“
"충분한 시간 검증 없인 협조할 수 없다"
이 사실이 의료계 전반에 퍼지면서 원격의료와 밀접한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를 진료하는 내과 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졌다.
개원내과의사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의정협의에 따라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할 경우, 너무 부실해 신뢰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증하지 않고는 원격진료 시범사업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미 이원표 내과의사회 회장은 이틀 전 22일 열린 경기도개원내과의사회 학술대회에 내빈으로 참석해 시범사업 불참을 시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의정이 합의한 것은 제대로 검증을 거친 후를 염두에 둔 것이지 불과 6개월 만에 하겠다는 게 동의한 것이 아니라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통과의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 "결코 용인 않을 것" 강경
'선 입법' 통과시킨 정부 향해 ‘맹비난’
야당은 원격의료 입법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범사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원격의료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막겠다는 각오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 직후 잇따라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결코 용인치 않을 것"이라며 '선 입법'을 의결토록 국무회의에 상정한 정부를 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민주당 의료영리화저지 특위(위원장 김용익)는 "먼저 만들어 놓은 법에 저촉, 시범사업을 하는 경우는 없다. 복지부는 산자부와 함께 이미 3년 전에 실시한 결과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효과는 물론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알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3 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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