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윤인영 교수팀 ‘국내 노인 렘수면 행동장애 유병 률’ 최초 보고
경기도 용인시 거주 60대 이상 노인 348명 ‘야간수면다원검사’ 실시
#경기도 용인에 사는 윤00씨(63세)는 최근 부인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 윤씨의 험한 잠버릇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밤잠을 설치던 부인이 급기야 병원을 예약한 것이다. 윤 씨의 잠버릇은 단순 잠꼬대, 잠투정 정도로 여겨 대수롭게 넘기기엔 상태가 심각했다. 평소 자다가 소리를 지르며 벽을 친다던가, 부인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은 예사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잠버릇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던 윤씨는 하루 밤 동안에 걸쳐 실시한 수면다원검사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라는 병명과 함께 진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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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중 4명 ‘순수 일차성 렘수면 행동장애’ 3명은 ‘파킨슨병 증후’
유병률 2.01%‥외국서 보고된 0.38~0.5%보다 ‘상회’
증상 없는 무증상 렘수면 행동장애 18명, ‘유병률 4.95%’‥관찰 필요
연구팀 “정확한 진단과 치료 필요한 매우 중요 질환” |
대개 수면 중에 신체의 움직임을 ‘잠버릇’으로 자연스럽게 여긴다.(위 사진/뇌 이미지)
어린 아이나 청소년기의 잠버릇은 성장 과정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60대 이상 노인이 나이 들어 잠버릇이 험해진 경우라면, ‘렘수면 행동장애’이거나, 파킨슨병 또는 치매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커 면밀한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윤인영 교수(사진)팀은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노인 348명을 대상으로 야간수면다원검사를 한 결과 총 7명이 ‘렘수면 행동장애(RBD: REM sleep behavior disorder)’로 나타났으며 이중 4명은 순수한 일차성 렘수면 행동장애였지만, 3명은 파킨슨병에 병발된 렘수면 행동장애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따른 우리나라 노인인구에게서 렘수면 행동장애 유병 율은 2.01%로, 이제까지 외국에서 보고된 0.38~0.5%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이처럼 국내에서 렘수면 행동장애의 유병율을 연구, 정밀하게 파악, 근거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등 뇌의 퇴행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것만 알려져 왔었다.
윤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는 발병 5년 내에 20%, 10년 내에 40%의 환자가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우리나라 노인 인구에서 렘수면 행동장애가 흔하게 발생한다는 근거가 마련된 만큼, 고약한 잠버릇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확진이 됐다면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뇌 퇴행성 질환의 예방차원에서 정밀한 신경학적 평가가 주기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자다가 소리를 지른다던가, 팔을 휘두르거나 다리로 차는 등의 격렬한 행동적 증상을 보이면서, 정작 자신은 스스로 깨어난 후 ‘쫓기거나 싸우는 꿈을 꿨다’라고 기억하는 게 특징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면 꿈을 꾸는 수면으로 알려진 렘수면 동안 근력 긴장도가 증가되는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반대로 신체적 행동과 같은 임상적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수면다원검사 상에서 렘수면 동안 근긴장도가 증가하는 ‘무증상 렘수면 행동장애(subclinical RBD)’도 적지 않다.
이번 연구에선 348명 중 4.95%(18명)가 잠재적으로 렘수면 행동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무증상 렘수면 행동장애’로 진단됐다.
윤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는 수면 중에 증상이 나타나 스스로 자각하기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지만, 정확한 진단 후엔 약물치료 등으로 뚜렷한 증상 호전을 얻을 수 있으며 경과도 좋은 편”이라며 “악몽을 꾸는 일이 잦거나, 함께 자는 배우자가 수면 중 이상 행동을 보일 경우 적극적으로 수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논문은 수면 연구에서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Sleep’ 최근호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6: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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