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소병원이 대형 손해보험사와 교통사고 치료비 분쟁에서 3심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최종 승소했다.
이 병원은 “교통사고 전에 지병이 있다”며 지불된 치료비를 상환을 요구한 한화의 주장을 받아들인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의 심의결과에 불복, 소송을 제기,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설사 기왕증이 있더라도 교통사고로 증상이 악화됐다면 가해차량 측에 치료의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재판부로부터 최종판결을 받아냄으로써 최근 승소를 확정졌다.
이로써 비록 중소병원이지만 증거가 뚜렷하다면 6∼7명의 변호사군단을 맞선 대형 손보사에 승소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순천의료재단 정병원이 이 사건과 연루된 시기는 2010년 4월이었다.
정병원 C병원장은 2010년 4월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도중 추돌을 당해 내원한 김00환자에게 약 4주간 보존치료를 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같은 해 5월 정밀검사 후 가해차량 손보사 한화에 MRI필름, 결과지, 주치의소견서 등 서류일체를 교통사고로 생긴 후유증인 것을 증명하는 근거자료로 보냈다.
이를 건네받은 H손해보험사는 소속 자문의사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입원치료(수술포함) 지불보증합니다’란 진료비지불보증서를 C병원장에 보내왔다.
이를 교부 받은 후 정병원은 경추 4, 5번 부위의 추간판 제거술과 고정술을 시행했다.
당시 환자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좌측 슬관절 동통이 발생, 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가 8월 정병원으로 옮겨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검사결과 환자의 경추 4, 5번 부위 추간판 파열과 연관된 좌측 슬관절반월상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후 9월 중순까지 정병원에서 약 보름간의 입원치료를 받았다.
정 병원은 치료를 끝낸 뒤 진료비를 한화에 청구했다.
그러나 한화는 청구금액의 80%만 지급한 후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분쟁심의회에 진료비 심사를 청구했다.
2011년 2월 환자의 MRI를 근거로 심사에 들어간 심의회는 소견 상 수핵은 수술할 필요가 없는 경도의 팽윤증인데다 교통사고와 무관한 ‘Modic 변성증’(척추체의 퇴행성 변화) 즉 기왕증을 치료한 것이라며 정 병원의 청구비용 일부만 인정, 수술비와 입원치료비의 상당금액을 한화에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정병원은 소송을 제기했으나 심의회의 결정을 받아들인 1심에서 패소하자 곧바로 항소했다.
2심에선 재판부가 제3의 의료기관에 진료기록감정촉탁을 의뢰해 받은 회신을 토대로 환자의 증상이 기왕증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생긴 질환으로 확인됐다며 정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패소한 환화는 1명 더 보강하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4명의 대법관 전원이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이 사건을 마무리졌다.
C병원장은 “소액 사건이었지만 분쟁심의회와 1심 재판에서 패소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2심과 대법원까지 가는 2년6개월여 기간의 지루한 법정싸움을 통해 결국 승소했다”면서 “초반에 손보사의 요구대로 인정, 손을 뗐다면 병원이 입은 손실은 훨씬 줄어들었겠지만 단지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계 전체가 그동안 겪어왔거나 겪게 될 문제라는 판단에 끝까지 가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3 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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