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 이명덕 교수팀 “항문감각 살려내 배변조절력 재생”
중동 아부다비에서 온 선천성 거대결장증 소아환자가 한국에서 새 희망을 찾았다.(사진/자료)
게다가 세계 최초로 소아외과를 개설한 영국조차 손을 땐 심각한 상태의 거대결장증 소아환자를 복강경수술으로 문제가 됐던 항문감각을 살려냄으로써 배변조절력을 재생시킨 한국의 선진의술이 중동에 그대로 전해졌다.
이로써 아랍국가들 사이에 불고 있는 의료한류 열풍이 더욱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팀(이명덕·장혜경·김신영)이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치료차 한국을 찾아온 선천성 거대결장증 환아 모자 오마르 알쉐히(Mouza Omar Alshehhi)에게 복강경수술을 시행,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고 6일 전했다.
선천성 거대결장증(히르슈슈프룽병 hirschsprung’s disease)은 5만 명 중 1명꼴, 국내에선 1년에 약 100여 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항문관과 큰창자에 연동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절이 선천적으로 없어 대변이 큰창자를 통과하지 못한 채 쌓이면서 장 폐쇄증을 일으킨다.
즉 앞 쪽의 장이 수축하면서 뒤쪽 장이 이완돼야 음식물이 내려갈 수 있도록 돕는 신경절이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음식물이 장에 쌓여 복부팽만(배가 불러오는 현상), 구토, 배변지리기, 물똥, 변비(3~4일에 한 번씩 왕창 몰아 싸기), 성장장애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히르슈슈프룽병의 원은 무엇일까(?)
이 질환은 선천적이어서 원인은 따로 없다.
하지만 장관신경절세포가 이동하는 경로에서 유전 또는 환경에 영향을 받아 멈추게 되면 발병할 수 있다.
대개 장관신경절세포는 정상인의 인체구조상 항문 연 1~2㎝ 윗부분까지 도달하게 돼 있다.
이 병은 어떻게 진단되나(?)
진단은 대장조영술(colon study)을 통해 이행부위를 확인하거나, 직장내압검사(manometry)를 통해 압력이 증가해도 직장이 늘어나지 않는 사실, 조직검사를 통해 세포가 없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병으로 고통을 받던 2001년 아부다비 태생의 모자는 2004년 인도 봄베이에서 첫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2년 동안 모자는 정상적으로 배변할 수 있었지만 장의 연동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관장과 세척으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와야 했다.
이후 모자는 2008년 아부다비에서 2차 수술대에 올랐지만 변을 참지 못해 흘리는 변실금까지 합병증을 얻게 돼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에 기저귀를 달고 살아야 했다.
이를 알게 된 아부다비 보건청은 영국 런던의 유명 병원에 모자의 치료를 의뢰하게 됐으며 2013년 현지로 가 의료진들로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 소녀의 병세는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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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세계적인 유명 의료기관에서 수술 실패한 아부다비 선천성 거대결장증 환아 모자 오마르 알쉐히(中)가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다. 주치의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左), 장혜경 교수(右) |
대변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자가 배변능력과 변의기능까지 상실, 하루 종일 변을 흘리는 실금 상태가 됐다.
영국 현지 담당 주치의는 "이제 더 이상 개선시킬 방법이 없다. 변실금 치료를 위해 항구적 관장용장루수술 밖엔 답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기에 이르렀다.
이에 난감해진 보건청은 세계 각국에 모자를 치료할 수 있는 희망 줄을 찾아 나섰다.
아부다비 출신의 5세 거대결장증 환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팀의 소식을 듣게 된 보건청으로부터 한국행을 권유받게 된 모자의 가족들은 의료선진국을 자처해온 영국조차 수술 실패로 손을 땐 상황에서 또다시 한국에 희망을 걸게 됐다.
여기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장이식에 성공한데다 거대결장과 장 재활 수술에 풍부한 경험가진 이명덕 소아외과 교수팀의 얘기도 전해 들었다.
한국행 티켓을 손에 쥔 모자의 진료는 지난 1월 3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진단결과 이 소녀의 상태를 심각했다.
이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던 터여서 항문관이 거의 망가져 10㎜ 크기의 내시경조차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협착이 심했다면서 전혀 움직이지 않을 만큼 항문관 주변과 단단히 고착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더욱이 앞서 다른 나라에서 받은 진료기록이 전혀 준비가 안 돼 1차 수술 때 어떤 수술 방법을 시도했는지, 2∼3차 수술 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직장맹관의 처리 모양의 기록도 참조할 수 없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직법 모자의 상태를 점검했던 진단결과에 따라 맹관 잔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는 망가진 항문과 직장관을 통째로 새롭게 정리하고 횡행결장후반부부터는 과거 몇 차례 수술로 잘려 나가 짧아진 결장을 항문 쪽으로 끌어내려 잇는 듀하멜식과 소아베식의 장점만 혼합한 전면 재수술 계획을 세웠다.
듀하멜식은 장관신경절세포가 없는 장 뒤쪽으로 신경절세포가 있는 장을 덧대어 장을 움직이게 하는 술식이다.
소아베식은 장관신경절세포가 없는 장 안쪽으로 신경절세포가 있는 장을 끄집어내리는 수술방법이다.
이 수술들은 복강경의 도움을 받아야 시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장기와 장기의 접합부 부분의 긴장도 대비해야 했다.
같은 달 22일 이 교수는 6시간 동안의 복강경 수술을 마쳤다.
이후 모자의 몸엔 여러 변화가 생겼다.
끔찍했던 혈변과 변실금 등 부작용은 사라졌으며 항문감각이 살아나면서 변의를 느낄 수 있게 돼 배변의 자가 조절이 가능해졌다.
이 소녀의 어머니 아스마 씨(여· 35세)는 "직접 목격한 이러한 사실들을 주위에 알리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교수는 모자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정성의 결과"라면서 "환자 개인 질환상태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개별적 판단과 집중이 중요하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환자를 전담 관리하는 국제진료센터의 정성과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2011년 10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과 중동 현지 환자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후 국제진료센터에 중동 팀을 꾸려 전담하고 있다.
이 병원은 현재 조혈모세포이식과 혈액암 치료를 시작으로 소아외과·소아신경·정형외과 등 다양한 진료와 발전된 선진 의술을 중동의료시장에 선보여 와 현재 아부다비 보건청이 의뢰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2011∼2012년 8명에 불과하던 것이 고난도 수술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2013년 40명으로 크게 늘었다.
모자 양은 건강을 되찾아 지난 5일 퇴원했으며, 2주 간 외래진료를 받은 후 2월 말 본국으로 돌아간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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