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6개 시도의사회장단 회의’ 긴급소집
'비상사태' 공감대, ‘전 직역 망라 비대위’ 구성
의료계가 정부의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강행에 잘못된 의료제도 바로잡겠다는 명분 아래 대정부 투쟁에 들어갔다.(사진 /자료)
의료계는 4일 현재 이미 경고했던 거리투쟁 전 단계에 들어선 분위기이어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둘러싼 의정간의 치열한 난타전이 격화될 조짐이다.
이번엔 정부가 의사-환자 간의 원격진료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 그동안 잘못된 의료제도에 바짝 날카로워진 의료계의 신경을 자극, 대정부 투쟁에 불을 댕기게 원인이 됐다.
의료계는 앞서 "인내 이제 끝‥진료실 떠나 거리에 나설 때다"라며 정부를 압박, 거리투쟁을 나설 것임을 밝혀왔었다.
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지난 2일엔 16개 전국 광역시도의사회장단' 회의(사진)를 긴급 소집, 의료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모든 직역을 망라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서둘러 구성,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날 긴급 소집된 전국 광역시도의사회장단' 회의는 그간 의료계가 반대해오던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입법예고 방침을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5일 국정감사와 29일 공식라인을 통해 거듭 밝히자 이를 막겠다는 전국 시도회장들과 연대를 시작으로 투쟁에 들어간다는 의지를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회의엔 황인방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대전광역시의사회장)을 비롯해 16개 시도의사회장들과 노환규 의협회장 등이 참석함으로써 대정부 투쟁에 의료계의 온힘이 실린 상태다.
시도의사회장들은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독선적이면서 강압적인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문제의 원격의료법은 물론 잘못된 의료제도를 이번에 바로잡자”는 것에 공감대와 함께 한목소리를 냈다.
의협과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은 “그간 정부가 의료계 현실에 너무 어긋나거나 문제투성이의 의료제도를 급조, 수없이 쏟아내면서 이를 일방적으로 강행함으로써 국민의 피해와 의료계의 갈등을 초래해왔을 뿐 아니라 이번엔 또 다른 의료재앙을 불러 올 원격의료를 시도하려는 의도를 드러내 비상사태임을 선포하게 됐다”면서 이를 초기에 바로잡을 정의롭고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선 의료관치 제도로 생긴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와 수가 결정구조가 야기한 의료왜곡, 리베이트 쌍벌제, 아동 및 청소년의성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도가니법) 등 의사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의 위험성을 알리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나아가 의약분업 제도, 저가 약 대체조제 장려금 제도 등 환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의료악법이 의사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민건강에 피해를 양산하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에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이 같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의 입장을 모아 전 직역을 망라한 (가칭)범의료계비상대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할 방침이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의협과 16개 시도의사회는 의료계의 중지를 모아 결연한 마음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비대위를 구성해 왜곡된 의료를 바로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가 “지난 달 29일 공식정책 브리핑을 통해 이달 29일까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입법예고한다”며 같은 달 15일 국정감사에서 꺼낸 이 같은 내용의 방침을 확고하게 굳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최근 국민편의 증진과 의료기술 발전 등 보건의료 환경변화에 따라 의료기관 방문이 다소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의 의료접근성을 제고하면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수시로 관리할 수 있도록 치료효과를 높여 나가기 위한 것이란 이유를 댔다.
다시 말해 동네의원 중심으로 원격 모니터링, 전문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할 수 있게 해 동네 병원 1차 의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주장이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그간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의료 모형을 검증해 왔으며 만성질환 관리·의료취약지 등에서 원격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 데다 미국·일본 등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추세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복지부가 마련한 기획안을 들여다보면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재진환자로 상시적인 질병관리가 필요한 환자(혈압, 혈당 수치가 안정적인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상당기간 진료를 계속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 입원해 수술 치료한 이후 추적관찰이 필요한 재택환자) ▲병·의원 이용이 어려워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군·교도소 등 의료접근이 어려운 특수지역 사람들, 병·의원 방문이 어려운 가정폭력와 성폭력 피해자) 등에 허용하겠다는 거다.
이를 통해 재진이 필요한 만성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등은 동네의원에서 원격의료 이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다만, 수술·퇴원 후 추적관리가 필요한 재택환자나 군, 교도소 등 특수지 환자들은 병원까지도 이용 가능하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또 원격의료 허용 시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 집중되지 않도록, 동네의원 중심으로 이를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첫째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 둘째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제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조차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다.
노환규 회장은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격진료를 반대하고 나선 의협의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노 회장은 "발전된 IT나 SNS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건강과 진료에 도움을 주는 기술적 응용을 환영하지만 원격진료 허용은 의료전달체계와 1차 의료기관 존립기반의 붕괴시켜 의료접근성이 악화될 뿐 아니라 의료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우선 정부가 같은 의미로 여긴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는 서로 다른 개념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원격진단, 원격모니터링, 원격수술, 원격진료를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반면 원격진료는 의사가 환자와 마주보는 대면진료를 단지 IT나 SNS 등의 정보통신 수단을 통해 대체하는 것이어서 대형병원으로 환자의 쏠림을 가속화시켜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물론 의료 접근성만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격진료의 조건부허용도 반대했다.
노 회장은 "과거 의협 집행부가 일부 의원급에 대면진료를 대체할 원격진료토록 의견만 밝혔다가 거센 회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찬성에서 반대의견으로 급선회한 전례가 있다"면서 "1차 의료기관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해도 병원으로 확대를 막을 명분이 없어져 결국 대형병원이 중심에 서게 된다"며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진료에 애착을 둔 정치권과 산업계의 지나친 기대도 경계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는 캐나다, 핀란드 등 지역 간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나 이와 거리가 먼 우리나라에서 정부에 의해 국가의 신성장동력 차원, 다시 말 해 경제 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원격진료 도입하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들과 지리적 요건이 다른데다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 의료접근성을 이유로 댔다.
노 회장은 실제 유헬스 산업 혹은 원격의료의 산업의 크기는 정부와 산업계가 주장해온 것보다 훨씬 작다며 지나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회장은 "정부와 산업계는 섣부른 원격진료의 실험이 5천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필수적인 의료체계의 기반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고 인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원격진료 허용하려는 움직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노 회장은 "만약 정치권이나 정부와 산업계가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경고음을 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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