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 쓴 뒤 폐기돼야 할 1회용 주사기(치료재료)를 맞아 패혈증으로 숨진 환자에 병원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사진/자료)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정맥주사를 맞은 뒤 사망한 환자 유족측이 속초시 0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한 번 쓴 후 폐기해야할 1회용 주사기를 또다시 사용해 의약품의 변질·오염·손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를 어겼다"며 "5,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환자가 입원하기 이전에 패혈증의 원인이 있었다는 병원 측의 주장을 납득하거나 인정하기 어려운데다 건강상태 등이 안 좋아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에 의료기관으로서 책임이 있다"며 판결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병원 측의 주장대로 환자의 나이와 위염, 상세불명의 복통으로 진단 받은 병력이 있는 등 평소 건강상태 등이 안 좋아 사망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1심보다 배상금을 다소 경감시켰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겨울로 거슬러간다.
재판부에 따르면 고인은 2011년 빙판길을 걷다 넘어져 흉부압박골절상을 입은 뒤 0병원에서 5% 포도당 용액에 염증완화와 순환개선제 멜프로스 앰플을 혼합한 정맥주사를 맞았다.
당시 간호사는 같은 약물을 동시에 섞어 쓰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교체하지 않은 채 사용하는 관례가 있었던 데다 오염을 의심할 만한 없다고 판단, 1회용 주사기를 바꾸지 않고 썼다.
고인이 이상증세를 보인 것은 주사를 맞은 뒤 일주일째다.
고인은 오한과 근육통에 심하게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나자 인근 병원으로 전원한 후 하루 만에 다발성 장기부전, 패혈증 등을 원인으로 돼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병원을 상대로 1회용 주사기를 또다시 사용해 패혈증 등을 일으켜 숨졌다"며 의료과오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은 "고인이 내원 이전에 진단 받은 병력가운데 위염이나 상세불명의 복통으로 패혈증의 원인이 될 만했다"며 건강상의 결함을 문제 삼아 맞섰다.
이처럼 1회용 주사기를 다시 사용하다 생긴 크고 작은 사건이 계속 터지면서 지난 3월 1회용 주사기 등 의료기기를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실사와 처벌을 강화한 금지법이 입법, 추진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동안 혈액투석 필터, 실린저 1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막기 위한 실사와 처벌을 제도화시켜 강화해왔지만 한번 쓴 뒤 폐기하지 않고 다시 사용함으로써 매년 병원에서 약 30 만 건 이상의 2차 감염이 발생, 이중 1만5,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돼 문제가 돼왔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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