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말기신부전환자가 면역결핍질환을 앓더라도 신장이식 후 면역억제제와 예방항생제로 잘 관리 받으면 감염 등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이식팀은 지난해 12월 만성육아종병에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최용석 군(가명, 15세 남)의 신장이식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만성육아종병은 면역계의 특정 세포(식세포)에 유전성 이상증후군이 생기는 병이다.
이 질환은 면역력이 저하되는데다 만성적으로 감염돼 재발하는 면역결핍 질환으로 나쁜 균이 우리 몸에 침투해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왔다.
최 군은 출생 직후부터 만성육아종병으로 반복되는 감염으로 항생제를 비롯한 다양한 약제를 계속 맞아 와야 했으며 후유증으로 7세 때부터 신장 기능이 점차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 아이가 14세가 될 무렵, 사구체 여과 율이 15mL/min 이하로 떨어지며 말기신부전 상태가 됐다.
사구체 여과 율이란 신장이 일정시간 동안 특정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혈장 량으로 신장 기능을 잘 반영하는 지표다.
이 아이의 생존을 위해선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또는 신장이식을 받아야 했다.
투석을 받으려면 투석용 혈액도관이나 복막도관을 몸에 삽입한 채 지내야 했지만 면역력이 낮은 이 아이에게는 도관이 감염의 경로가 될 위험이 높았다.
신장 이식을 받으면 도관을 삽입할 필요는 없으나, 면역억제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해 면역결핍 질환을 앓고 있는 최 군에게는 감염 재발의 위험이 있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에 서울대병원 신장이식팀은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해도 환자가 감염과 같은 합병증을 앓는 경우가 드문 사실을 확인하고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성육아종병을 앓고 있는 이 아이에 신장이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신장은 지난해 11월 7일 최 군의 어머니가 기증키로 해 신장은 확인된 상태였다.
이후 의료진은 5시간 동안의 대수술 끝에 어머니의 건강한 신장은 최 군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이 아이는 지난해 11월 21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현재 최 군은 한 달에 한두 번 병원을 찾아 면역억제제와 예방항생제를 처방 받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최 군의 사구체 여과 율은 정상인에 가까운 70 mL/min로 신장을 잘 관리하고 있으며, 다른 감염 질환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최 군은 “당시 면역력이 약한 내가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감염 질환 없이 잘살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했었다”며 “이식 후 7개월이 지나도 이식 받은 신장은 건강한데다 감염에 걸리지 않았다. 면역결핍질환 환자도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관리를 잘 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 군의 성공적인 신장이식 사례는 합병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만성, 난치성 질환 환자들도 장기이식으로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0: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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