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김동욱 교수 “임산부 등 만성부작용환자에 희소식”
연구논문 혈액학 분야 유명저널 ‘미국혈액학잡지’ 게재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환자가 표적항암치료제 ‘글리벡(이매티닙)’을 계속 복용하지 않고 중단해도 무방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사진/ 부작용= 일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백혈병 치료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해 피부발진, 관절통, 근육경련, 결막 출혈, 시력 감퇴, 피부의 약화, 안면 부종, 심장 기능 저하나 안면 착색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혈액 암 중 악성으로 꼽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완치의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BMT센터)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사진)팀은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3년 이상 글리벡 치료를 받은 데다 2년 이상 백혈병 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완전유전자반응환자 중 복용을 중단한 48명을 조사한 결과 1년째 여전히 백혈병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아, 성공적으로 약을 끊을 수 있는 통계적 확률이 66.3%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혈액을 이용한 초정밀 백혈병 유전자 검사에서 2년 이상 백혈병 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완전유전자반응 환자다.
이 연구는 장기간의 항암제 복용이 신체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투약을 막기 위해 글리벡 복용을 중단할 수 있는 환자를 선별, 항암제의 정확한 중단 시점을 찾은 것이다.
이번 연구로 글리벡을 복용하기 어려운 임산부, 노약자, 부작용이 심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환자와 국가의 의료비 부담은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48명의 환자 중 39명은 암 유전자가 증가하지 않았으며 18개월 이상이 지나도 백혈병이 재발되지 않았다.
또 글리벡복용을 중단한 이후 암 유전자가 0.1% 이상 증가한 환자 9명에 곧바로 다시 투여하자 평균 6개월 이내에 백혈병 유전자가 모두 사라졌다.
이로써 안전하게 글리벡 복용을 중단할 수 있음을 입증해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47세였다.
48명 중 20명은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후에 백혈병이 재발, 글리벡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다.
초정밀 유전자 분석‥‘정확한 복용중단 시점’ 측정
연구팀은 환자가 글리벡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지를 판단하기 위해 환자의 몸속에 백혈병 세포가 남아있는지를 정밀하게 조사했다.
이를 위해 국제 표준의 초정밀 실시간 정량적 유전자 증폭 검사법인 RQ-PCR 분석법과 디지털 PCR 검사법을 사용했다.
이 검사법은 잔여 암 유전자를 1,000만 배 이상 증폭시켜 환자의 몸속에 남아있는 미량의 백혈병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으로 정확도를 높이려면 정밀한 분석기술과 고도로 숙련된 연구원의 진단검사능력이 필수적이다.
가톨릭대 암연구소는 2005년부터 스위스 노바티스 사의 전 세계 5개 백혈병 유전자 분석 중앙연구소 중 하나로 지정돼 관련기술을 축적, 이번 연구에 사용하게 됐다.
뛰어난 약효만큼 장기 복용 시 ‘효과 저하 혹은 부작용’ 발생
백혈병은 암세포로 변형된 백혈구가 과도하게 늘어나 생기는 혈액 암 중 하나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필라델피아 염색체 (Philadelphia chromosome)를 가진 백혈병 줄기세포가 암성 변화를 일으켜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골수와 혈액 내에 비정상적인 혈액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발병한다.
이 병은 생존하는 전체 성인백혈병의 약 40%를 차지한다.
글리벡은 현재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가장 많이 복용하고 있는 1세대 표적항암제로 2001년부터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글리벡 치료는 장기 생존 효과가 뛰어나지만 아직 백혈병을 완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어서 고가의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를 잃어버리는 내성이 나타나곤 했다.
또 부작용으로 피부발진, 관절통, 근육경련, 결막 출혈, 시력 감퇴, 피부의 약화, 안면 부종, 심장기능 저하 및 안면 착색 등이 나타나 환자의 15%가 복용을 중단해야 했다.
장기 복용자중 50%는 위의 부작용을 항상 뒤따라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됐다.
임신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은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우려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항암제 복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흔했다.
고령 노인환자도 젊은 환자에 비해 심각한 부작용을 더 자주 겪었다.
게다가 매년 300여명 정도의 백혈병환자가 새로 발생해 연간 약 70억 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이 들어가 개인은 물론 국가에게 부담이 돼왔다.
김동욱 교수는 “표적항암제 장기 복용자 중 투약 중단이 가능한 환자를 찾아내고, 정확한 중단 시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가톨릭대 암연구소의 고도의 백혈병 유전자 연구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면서 “표적항암제 중단의 국제표준 기준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최근에 글리벡 복용을 안전하게 중단한 환자 수가 전국적으로 66명까지 늘어났으며, 이뿐만 아니라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등의 항암제 복용 중단 가능성까지 높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다만 백혈병 세포가 충분히 줄어들지 않은 치료 초기엔 피부와 혈관이 점차 얇아져 살짝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다 벗겨지는데다 눈의 혈관이 잘 터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면서 “환자 마음대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엔 오히려 내성이 생길 수 있어 반드시 국제적으로 공인된 백혈병 유전자 분석 기술을 사용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분야의 경험 있는 전문의와 충분히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프랑스에서 백혈병 환자 69명을 대상으로 1년간 복용 중단 연구의 성공률이 41%였던 것에 비하면 초정밀 유전자 분석법을 이용함으로써 더 높은 중단 성공률을 얻어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큰 관심거리가 됐다는 게 연구팀의 평가다..
이 연구는 국내 14개 병원이 가톨릭대 암연구소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암정복 추진연구개발사업 가운데 다기관 임상시험과제다.
이 연구 결과는 논문 제출 48시간 만에 전격 승인돼 '미국혈액학잡지 (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 온라인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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