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때리며 치고받았던 건보공단과 의사협회가 돌연 상생무드에 빠졌다.
2년 넘게 냉기류가 흐르던 건강보험공단과 의사협회가 내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는 상대를 고소, 고발했던 사건을 취하하며 서로를 위로 하는 등 해빙무드에 들어갔다.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과 의협 노환규 협회장은 14일 서울가든호텔에서 만나 서로를 고소 고발했던 사건들을 취하키로 합의했다.
이들 간의 합의 내용은 의사협회장 고소와 건보공단 직원 7명의 고발 취하다.
화해과정은 이렇다.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민 건보공단 측의 제안을 의협 측이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이들 기관의 관계자는 “수가협상을 앞두고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상호간의 공동 노력이라는 큰 틀에서 고소 고발 취하를 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고소 고발 건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가깝지는 않았지만 이들 기관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 7월 1일 7개 질병 군 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부터다
당시 예민했던 의협과 건보공단은 상대를 깎아내리기에 서로 몰두했고 인터넷 공간싸움으로 번졌다.
의협 소속 회원과 건강보험당국 직원간의 7개 질병 군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인터넷 공간다툼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옮겨졌다.
건보공단은 약이 바짝 오른 의협이 고발하자 지난해 7월 1일 포괄수가제 시행을 전후해 온라인 포털사이트 등에 공단과 직원을 향해 욕설과 비방, 허위사실 등을 유포한 악플 네티즌들과 의협회장을 검찰에 고소, 고발함으로써 이들 기관 간의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건보공단은 그동안 온라인 포털사이트 등에서 의사협회 또는 전국의사총연합 소속으로 추정되는 일부 익명의 네티즌들이 공단의 제도 홍보내용을 무차별적으로 비방하거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댓글과 함께 신상 털기, 협박 등을 해왔지만 극도로 자제해 왔다며. 지난 17일 의협이 악플에 맞선 일부 공단직원 7명의 댓글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까지 한데다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공단을 상대로 일간지 전면광고와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하는 등 한계를 넘는 행위에 엄중한 법적인 조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단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신상 털기로 인터넷 토론방을 도배하고, 온갖 협박을 일삼아 왔으며 제도를 홍보하는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수백 개의 악플을 쏟아내 근무하는 여직원의 정신적 피해를 줘 불면증과 구토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고통을 받았지만 그동안 인내해 왔다”고 덧붙였다.
당시 상황은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의정간의 갈등이 인터넷을 통해 난타전으로 번져 상대에 맞대응하는 수위나 서로 정당성을 국민에 호소하는 모양새까지 닮은 데다 받은 만큼 되돌려 주겠다는 보복성 탈리오법칙(─法則, lex talionis)이 난무, 혼잡스럽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런 사례들은 곳곳에서 나타났었다.
이 당시 의협은 공단, 공단은 의협의 상대공격사례들을 공개해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양측이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일부직원들은 모 포털사이트에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행에 수술거부를 선언한 의사를 겨냥해 '얘 많이 까부네, 입 걸레 같은 쓰레기 같은 놈 등' 댓글을 올려 의료계를 자극하는가 하면 반대로 지난 6월 14일 라디오 방송에서 출연했던 보건복지부 실무과장의 휴대전화에 150여 통의 욕설은 물론 협박성 문자와 전화를 퍼 부는 치열한 보복성 공방전으로 전개됐었다.
이에 의협은 6월 21일 보도 자료를 내 "복지부 산하단체 건보공단과 심평원 직원들이 도를 넘는 의사 매도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즉각 중단과 함께 관련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었다.
뒤질세라 복지부는 21일 "포괄수가제 실무과장을 겨냥한 문자테러다. '욕설부터 '밤길 조심하라' '뒤통수 조심하라' '네 자녀가 첫 번째 희생양이 되길 기원한다' 등 불특정 다수의 협박성 문자와 전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게다가 정부가 포괄수가제 광고를 내는가 하면 이에 맞서 의협이 이 제도의 문제를 들춰내면서 대국민 홍보전으로 맞서 상황은 더욱 꼬여 시비를 가리는 법정싸움에 오르게 됐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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