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 전홍진·서울아산 홍진표 교수 등 亞 6개국 공동연구
한국인에게서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일반 우울증보다 위험도가 2배나 높은 멜랑콜리아형을 많이 앓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팀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6개국 13개 대학병원에서 총 547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가 간의 비교 연구에서 한국인의 자살과 연관성이 높은 우울증 유형을 규명해 국제학술지 인터넷판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전홍진·홍진표 교수팀은 국제기분장애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Affective Disorders, ISAD)의 공식 학회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정동장애학술지) 최신호에서 아시아 민족에서 ‘멜랑콜리아형 우울증(major depression with melancholic features)’을 보이거나 충동·분노감을 나타내는 경우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이 각각 2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논문을 게재했다(그림 1).
이중 한국인에게서 일반 우울증에 비해 위험도가 2배나 높은 멜랑콜리아형이 42.6%로 다른 민족보다 1.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그림 2, 3).
미국이나 유럽도 멜랑콜리아형이 다른 우울증보다 더 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살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가 많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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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멜랑콜리아형 우울증과 멜랑콜리아가 아닌 우울증에서 자살 위험의 비교= *멜랑콜리아가 아닌 우울증의 자살 위험을 1로 보았을 때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2배의 자살위험을 보임. (연령, 성별, 교육수준, 우울증의 심각도를 통제한 상태에서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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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의 비율의 민족간 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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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에서 민족 간 자살 위험도의 비교= *자살 위험도가 1 이상인 경우는 현재 자살위험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
멜랑콜리아형은 심각한 우울증의 여러 가지 유형 중 한 형태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즐거운 감정을 못 느끼는데다 심한 식욕감퇴와 체중 감소 안절부절 못하거나 행동이 느려지며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찍 깨고 아침에 모든 증상이 더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만약 심각한 식욕감소와 새벽에 잠이 일찍 깨는 증상을 보이면서 즐거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의 가능성이 높아 전문적인 진료가 꼭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술로 잠을 유도할 수 있지만 술기운이 깨는 새벽에 금단증상이 발생, 충동성과 초조 불안이 증가해 결국 자살 위험이 더욱 높아질 우려가 커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은 한국과 중국처럼 사계절의 변동이 큰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더 많이 생기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덜 발생기는 것으로 관찰됐다.
한국인이 멜랑콜리아형을 보이는 경우 다른 나라의 일반 우울증환자보다 4배 이상 자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진단이다.
또 충동·분노감을 보이는 경우도 자살 위험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동·분노감은 다른 요소를 빼고도 자살위험도가 2.45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동·분노감이란 타인에 느끼는 분노와 증오감을 의미한다.
충동·분노감은 우울증이 동반됐을 때 주관적으로 더 심하게 느낀다.
우울증이 매우 심해져 피해 의식 등의 정신병적인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엔 자살 위험도가 갑자기 급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모두 자기와 된 것처럼 느껴지기 쉬우며 이를 ‘관계사고(idea of reference)’라고 한다.
전홍진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우울증 중에서 특정 우울증 유형을 다국가 공동연구를 통해 발견해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연구”라며 “멜랑콜리아형 우울증 환자에 대한 집중적 치료와 사회적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나라 자살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으로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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