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 소아병동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어린이가 눈에 띄었다.
생김새가 한국인 같지만 사실은 솥에 빠져 화상 입어 치료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중국인 소년 양리(사진= 화상입은 모습)5·남)다.
이 아이는 지난 2008년 중국 하남성에서 태어났으며 밝은 성격과 애교로 주위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데다 낯을 가리지 않아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어릴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일터에 나가는 부모의 출근길을 따라나섰다. 이후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가축사육장에서 장난감 대신 돼지와 뛰어노는 일이 많았다. 가끔은 고사리 같은 손이지만 엄마를 도와 분뇨를 치우고 사료를 주기도 했다.
지난 2011년 2월. 이날도 어김없이 돼지와 함께 뛰어놀던 양리가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며 150℃를 넘나드는 펄펄 끓던 솥에 빠져 깊은 2, 3도의 화상을 입었다.
양리는 긴급 후송된 병원에서 목숨이 위태로웠던 수개월간의 급성기 치료를 잘 이겨낸 뒤 무사히 퇴원한 후 언제부터인가 양리가 참기어려운 통증에 시달려왔다.
양리는 피부가 땅기면서 제대로 걷지도, 양팔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자라는 뼈와 달리 피부가 성장을 멈춰 생기는 현상 때문이었다.
양리의 소원이 ‘잠을 제대로 자는 것’이 됐을 만큼 고통스러워했다.
양리네 가족을 안타깝게 여기는 주민들이 늘면서 차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마침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국지사 관계자에 전해졌고 양리는 한국에서 무료로 수술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선정된 뒤 체류비와 항공료를 지원받아 국내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인 한림대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그는 화상환자 후원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으로부터 치료비를 후원하는 사업에 행운의 주인공이 됐으며 2월 18일 양리와 엄마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첫 해외 나들이에, ‘이제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 찼다는 이들 모자의 얘기다.
다음 날 2월 18일 병원에 입원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이종욱 교수는 양리에 화상 후유증으로 인한 전신 구축이란 진단을 내렸다.
정밀 검사 끝에 20일 수술이 시작됐으며 수술명은 피부의 흉터병태와 섬유 증이었다.
항상 밝은 모습의 장난기가 있던 양리는 수술의 통증이 참기 힘들었는지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양리는 의료진의 예기대로 이 순간을 이겨내야 똑바로 걷고 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프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이겨냈다.
결과도 좋았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땅기던 피부는 아이의 성장에 맞춰 자리를 잡게 됐고 양리의 얼굴엔 웃음이 다시 찾아왔다.
현재 양리는 물리치료실에서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비를 지원하기 위해 한림화상재단은 포털사이트 다음(Daum),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지난해 12월 3일부터 28일까지 네티즌들에게 양리의 사연을 소개하며 SNS퍼가기, 희망댓글달기, 지식마일리지 등을 통한 모금활동을 펼쳤다.
또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으로 2,500여만 원을 모아 양리의 수술비로 사용했다.
회복 중인 양리는 오는 28일 중국으로 돌아간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화상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치료제 등 약제 일부를 양리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환송회를 통해 한국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앞으로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이종욱 교수는 “현재 수술을 통해 구축 정도를 완화시켜 걷거나 양팔을 올리는데 문제가 없지만 소아화상의 특성상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피부를 늘려주는 이식수술이 필요하기에 양리의 경우 몇 차례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할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양리와 같이 현지 의료기술의 한계와 치료 어려움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저소득국가 화상환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무료진료와 함께 국내로 초청해 수술을 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림화상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필리핀, 인도네시아, 몽골 등 아시아 저소득 국가를 찾아 무료 화상진료를 펼쳐온데 이어 지금까지 약 10여명의 환자를 초청해 수술해왔다.
오는 6월과 12월엔 몽골과 필리핀을 찾아 화상환자를 위한 무료진료를 할 방침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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