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내 위속에 들어간 ‘내시경’에 병균(?) ‘충격’

건국대병원, 국제적 기준에 따라 ‘감염관리’ 철저
‘효소세제 세척/미생물 배양 검사/플라즈마 멸균기 사용’

사진◀) 미생물 배양검사 결과 비교군,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은 배지. 건국대병원의 미생물 기준치는 배지만 미생물 10개미만(10CFU/40ml)이다. 먹는 물의 기준치가 1ml 당 100개인 것을 감안하면 엄격한 기준치다. 미생물 검사 결과 기준치에 부합하지 못한 부서는 감염관리 과정을 다시 컨설팅 받고 기준치에 부합할 때까지 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미생물이 자라난 배지다.

내 위속에 들어가는 내시경이 B형 간염, 결핵환자에 사용한 후 고작 알코올 거즈로만 닦아낸 것이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다 충격적이다.

문제는 이런 엉터리 내시경 소독으로 감염된 사고가 매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는데 있다.
수술은 잘 됐지만 감염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줄고 있지만 철저한 소독관리가 다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24일 공중파 방송에서 일부 병원과 의원의 엉터리 내시경 소독 실태를 고발, 사회이슈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방영된 화면엔 병원관리자가 주방용세제로 물 세척을 한 뒤 알코올로만 대충 닦는 곳부터 때가 잔뜩 낀 실린더에 내시경 삽입부만 담가 소독하거나 소독기만 믿고는 소독 전 세척단계는 건너뛰는 등 철저한 감염관리와는 거리가 먼 사례들이 직접 목격됐다.

또 지난해엔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관절경 오염으로 집단감염사고가 발생, 충격을 줬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7일 건보공단을 중심으로 검진기관 점검을 정례화 하는 한편 내시경 장비의 소독과 세척 의무 위반 시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건강검진기본법령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내시경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최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에서 실시한 내시경실 평가에서 감염과 소독분야를 비롯해 전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내 우수내시경실으로 인증을 받은 건국대병원 감염관리팀의 내시경 관리요법을 살펴봤다.

‘美질병관리본부와 SHEA 등 국제적 기준’ 엄격 적용

사진▲) 세척과 소독, 헹굼과 건조과정을 모두 거친 뒤 내시경을 보관하는 곳이다.

내시경은 위장관, 대장, 직장, 기관지, 방광, 관절, 췌담도, 십이지장, 심장의 구조와 기능 등 다양한 부위를 검사하거나 진단에 쓰인다.
이때 오염된 내시경의 카메라가 장착된 관은 신체 점막에 직접 닿아 체내에 각종 세균과 체액 등에 감염시켜 균에 따라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슈도모나스 균의 폐렴을 비롯해 복강 내 감염, 트리코스포론 균의 식도염, 세라티아마르세센스의 혈액감염,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위궤양, 결핵 등을 꼽을 수 있다.

내시경 시술 시 마취를 위해 사용하는 주사 바늘과 주사기, 수액 등이 균에 오염되면 B형, C형 간염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세척과 소독, 건조와 보관까지 모든 단계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소화기내시경학회의 내시경소독 가이드라인에선 체내 삽입부뿐 아니라 모든 부속기구와 내부 채널을 소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소독 액에 담그기 전 세척단계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미국질병관리본부(CDC)와 SHEA(The society for healthcare epidemiology of America)의 가이드라인 등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세척, 소독, 헹굼, 건조, 보관 5단계에 걸쳐 내시경을 관리하고 있다.
건국대병원 감염관리팀이 소화기병센터, 마취회복실, 중앙수술실, 이비인후·두경부외과, 헬스케어센터, 호흡기센터, 심장혈관내과, 대장암센터, 비뇨기과, 외과 등 10개 부서를 직접 돌며 세척과 소독, 멸균, 건조, 보관, 부속장비, 직원의 감염예방 등 총 34개 문항을 기준으로 점검하고 있다.

사진▲) 내시경 내관에 물을 흘려 흘러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이 물을 막여과지(membrane filter)에 적셔 배지에 두는 방법으로 미생물을 검출한다.

사진▲) 몸속으로 들어가는 기구의 입구 부분은 면봉으로 닦아 배지에 묻혀, 미생물 배양검사를 한다.

사진▲)은 방법이 어려워 대부분의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지 않은 미생물배양검사다. 건국대병원은 철저한 감염 관리를 위해 내시경을 사용하는 10개 부서를 대상으로 미생물배양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첫 단계 세척은 이중 작업을 거친다.
중성세제뿐 아니라 단백질 등을 빠르게 분해하는 효소세제를 사용해 닦은 뒤 자동세척소독기를 이용해 또 한 번 세척하고 있다.
소독은 고수준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중앙 수술실에선 플라즈마 멸균기를 2대를 갖춰 빠르게 내시경을 소독, 이동하면서 감염될 균의 오염을 막고 있다.
플라즈마 멸균기는 빠른데다 효과가 탁월하지만 가격이 비싸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

세척 도구도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
내시경에 사용하는 스펀지와 브러시 등의 세척용품은 내시경과 1:1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용 후엔 고수준소독과 멸균 과정을 또 거친다.

최정화 건국대병원 감염관리 전문 간호사는 “세척과 소독도 중요하지만 보관단계가 더 중요하다”며 “용종을 떼어내거나 조직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생검겸자(Biopsy Forcep)는 조직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출혈을 동반할 수 있는데다 조직 잔여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 사용 전까지 멸균상태로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10개부 156개 내시경 ‘미생물배양검사 통과’해야 ‘OK’

건국대병원 감염관리팀은 개원부터 내시경이 있는 10개 부서를 대상으로 부서별로 1년에 두 번 미생물 배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리 일정을 진료 과나 부서에 통보하지 않고 바로 검사를 실시해 평소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검사는 두 가지 방법으로 채택된다.
몸 안으로 들어가는 기구의 입구 부분은 면봉으로 닦아 배지에 묻힌 다음 내시경 내관에서 물을 흘려 흘러나오는 물을 막여과지(membrane filter)에 적셔 배지에 둔다.

가령 기구에 미생물이 있다면 배지를 먹고 자라 상태에 따라 오염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맨 위사진)

만약 미생물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부서는 원인 파악과 함께 감염 관리의 모든 과정을 다시 컨설팅을 받은 뒤 기준치에 부합할 때까지 계속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준치는 배지 당 미생물 10개미만(10CFU/40ml)이다.
먹는 물의 기준치가 1ml 당 100개인 것을 감안하면 엄격한 기준치다.
감염관리팀에 따르면 검사 방법이 쉽지 않아 대부분의 병원에선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미생물 배양 검사를 하는 곳도 소화내시경에 한해 실시한다는 게 감염관리팀의 지적이다.
최 감염관리 전문간호사는 “미생물 배양검사는 검사방법이 쉽지 않아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하고 있는 병의원도 소화기내시경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은 올해부터 10개 부서를 대상으로 내시경관리점검과 미생물배양검사에서 최우수성적을 받은 진료 과에 감염평가기준 적합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