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 박표원 교수팀 “환자 수 늘었지만 수술기피 풍조 여전”
올해 여든을 맞은 A씨는 최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빴다.
그는 나이 탓으로 여겨 무심코 넘겼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갈수록 증세가 심해져 찾은 병원을 찾은 그는 뜻밖에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최근 노인성 판막질환이 급증하면서 A씨와 같이 고령 환자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최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에서 선진국 형 노인성 판막 질환인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 급증, 2006년 4.1%에 불과하다 5년 후 2011년엔 16%로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들어 수술은 무슨”…버티다 ‘조기 사망’
대동맥 판막 협착은 정상적인 심장의 판막이 나이가 늘면서 두꺼워져 석회화돼 판막이 잘 열리지 않고 굳어지는 병을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박표원 교수(위 사진은 수술장면)는 “병이 진행될수록 판막이 좁아지면서 호흡부전,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졸도 등 2차 부상의 위험이 커 사전에 정밀한 예방활동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인환자들은 심각한 질병인데도 나이 탓으로 돌려 수술을 미루는 등 조기사망 위험에 놓이곤 한다.
박 교수는 “상당수 환자들이 증상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고 넘기거나 알게 되더라도 나이 때문에 심장수술 선택에 주저하곤 한다”면서 “수술 위험만 되새김질하듯 고민하다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통계는 실제 학계 보고에서도 나온다.
대동맥 판막 협착이 발병하고 나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2년 생존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 5년 생존율은 20~30%에 불과했다.
나이를 탓하는 80세 이상 고령 환자도 심장판막수술하기엔 문제가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대동맥 판막 협착 수술 환자 60세 이상 전체 ‘69% ’차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들어간 미국과 유럽에선 80세 이상 환자가 대동맥 판막 협착으로 수술을 받는 건수가 전체 수술의 20~2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엔 20% 가량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박 교수팀이 지난 1995년 1월부터 2011년 12월말까지 대동맥 판막 협착으로 수술한 환자 559명을 분석한 결과 이중 60세 이상 환자가 전체 69%를 차지했다.
지난해만 진단받은 80세 이상 고령 환자들의 수가 전체 환자의 15.5%에 이르렀다.
<연도별 대동맥 판막 협착증 수술 환자 연령 분포(%)>
대개 고령 환자들의 우려와 달리 수술 안전성과 유효성은 매우 신뢰할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 같은 치료성적이 단적인 사례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팀의 시각이다.
그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박 교수팀으로부터 치료받은 대동맥 판막 협착 환자 559명 중 당뇨병은 19%, 고혈압은 42%,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는 44%로 건강상태가 안 좋았지만 병원 내 사망은 단 한건만 나왔다.
사망환자가 관상동맥이 좁아 관상동맥우회술을 동시에 시행해야 할 고위험 환자여서 치료 중 숨진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는 뜻이 된다.
대다수 환자들이 걱정하는 뇌신경합병증도 0.5%로 일부에서 발견됐고, 수술 후 5년, 10년 생존율은 각각 94%, 87%로 높았다.
박 교수는 “국내 심장판막 수술 성공률은 외국 유명 병원과 비교해 오히려 나은 결과를 보여주곤 한다”면서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심장판막 수술을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8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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