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병원사 심포지엄이 ‘예술 속의 의학’이라는 주제로 지난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어린이병원 임상 제 2 강의실에서 성황리에 끝났다.
이 행사는 3부로 나눠 예술과 의학이 인간의 역사에서 어떠한 의미와 공통점이 있는지를 발표하는 시간으로 치러졌다.
서울대학교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센터장 정준기)에 따르면 이날 심포지엄은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부영 한국융연구원장이 ‘예술과 의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1부는 대한의학회 회장과 한국의학한림원 회장을 역임했던 지제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건상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장(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 “고대 그리스와 현대의학”을 발표했다.
김 원장은 고대 그리스 의학의 전통이 오늘날도 각종 의학용어 안에 깃들어 있다며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와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고대 그리스 의학의 유산을 소개했다.
이수형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는 “소설에서 마음과 신경”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이광수의 무정을 예로 삼아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성립기에 정(情)이 개인의 개별성과 주체성의 표지로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와 함께 김동인과 염상섭의 작품들을 통해 당시 최신 의학지식이었던 신경생리학이 문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발표했다.
1부의 마지막 연자 정과리 연세대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청준의 소문의 벽에 나타난 정신병리학적 현상들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복합적인 정신병리학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것이 작가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치밀하게 구축한 소설적 장치임을 보였다. 나아가 이를 통해 작품의 미학적 성취가 어떻게 삶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깊은 윤리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2부는 구대열 이화여자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사극이 제중원의 역사를 왜곡한 근거를 전했다.
주 교수는 지난해 상반기 서울방송에서 방연된 드라마 제중원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제작됐기 때문에 제중원의 역사를 오히려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이에 따라 드라마의 내용 중 역사적 사실과 다른 것들을 지적하고, 사극의 고증과 재미라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설명했다.
조수철 서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음악과 의학을 발표했다.
조 교수는 영혼의 조화와 균형이 지금까지의 의학이 포괄하지 못했던 영역이라며 음악이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치료 또는 치유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조 교수는 음악이 인간의 신체, 정신, 대인관계, 영혼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었다.
한성구 서울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는 그림 속의 의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 교수는 의료와 연관된 서양 미술작품을 분석, 드러난 의료의 현장, 의사들의 모습, 모델들이 안고 있던 질병의 징후, 삶과 죽음의 현장 등을 지적해냈다.
한 교수는 미술을 비롯한 예술을 음미함으로써 의사가 어떻게 하면 환자를 증례가 아닌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숙제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문명사연구소장은 한국인의 생로병사 - 고통과 치유, 의료제도, 의학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그림 속에 드러난 조선 사람의 생로병사를 살폈다.
그에 따르면 감로탱과 같은 우리 옛 그림은 다양한 죽음의 모습들이 드러나 있고, 동시에 피하거나 미루기 위한 인간의 노력들이 드러나 있다.
내의원과 전의감 등 조선시대 의료기관을 묘사한 그림부터는 조선시대 의료 제도를 속살을 읽어낼 수 있다. 전근대의 해부도를 통해서는 당대의 의료와 의학에 깃들어 있는 숱한 종교적 편린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부는 조승열 성균관대 명예교수(현 한국의학한림원 회장)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정현채 서울대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가 영화 속의 죽음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영화 속에 여러 사람들의 삶의 자취와 감정의 결이 담겨져 개인의 성찰과 치유, 나아가 웰다잉 교육에 적합한 매체임을 지적했다.
그는 의사의 교육과정에서 임종의 경험은 매우 제한돼 영화를 이용한 간접 체험이 유용함을 지적하고, 죽음의 문제를 다룬 여러 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정태섭 연세대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교수는 X-ray Art의 새 지평을 주제로 마지막 발표를 마쳤다.
정 교수는 영상의학과 교수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전공을 이용해 X레이 아트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X레이 아트 작품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창작 작업이 갖는 의의와 물체의 내부 구조를 표한할 수 있는 새로운 빛에 의한 예술 X레이 아트의 장래 가능성 등을 소개했다.
정준기 병원역사문화센터장은 “예술과 의학은 일견 공통점이 없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인간이라는 실존적 존재의 의미와 대결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유사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며 “이번 심포지엄은 의학과 예술의 접점을 드러내기 위해 의학, 문학, 역사학 등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모여 ‘두 문화’의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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