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감기약 슈퍼 판매 결국 ‘무산’

연내 국회에서 처리하려던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마켓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이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돼 결국 내년 1월에 재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재선)는 21일 열리는 마지막 전체회의 안건에 일부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제외시켰다.

정부는 지난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여야 의원 대부분이 반대, 18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이재선 복지위원장은 1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여야 간사 간의 합의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감기약 등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직권 상정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 주승용 의원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현재 의약품 재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재분류가 끝난 뒤 약사법 개정안의 상정을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국회 복지위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내 중앙약심위원회에선 의약품 재분류가 신속하게 끝난다고 했지만 복지부 내부사정으로 지연되는 것 같다"며 "재분류만 끝나면 내년 1월에라도 국회 상정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개정안 처리는 다소 힘들 전망이다.
약사법 개정에 절대 힘을 쥔 복지위 소속 의원 24명 중 상당수가 의약품 오남용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9명은 반대 입장이 확고한데다 14명은 유보, 찬성은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뿐이다.
지금의 시기도 개정안 처리를 어려움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내년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데다 약사들의 반대가 강경해 약사법개정안 처리 에 적극 나서기가 어려울 입장이다.

약계 관계자는 슈퍼판매 대상이 된 가정상비약의 비율이 일반의약품 중에서 감기약을 포함해 77%를 차지해 약사들의 반대를 부추겨 지금의 상화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 우려를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받아들였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타이레놀 부루펜 아스피린 등 해열진통제와 화이투벤 판콜 하벤 등 감기 약，베아제나 훼스탈 등 소화제를 슈퍼에서 누구나 살 수 있게 돼 무분별한 오남용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이미 안전이 검증된 약이라 해도 오남용이나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정치권을 스스로 반대입장에 서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회는 이달 중 소속회원 3만명 약사들의 의견을 모아 조만간 공식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국회나 약사를 겨냥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은 "국민 10명 중 8명이 찬성하는 의약품 슈퍼 판매가 조직화된 특정 이익집단의 벽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부끄럽다"고 맹비난했다.
대한노인회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약국이 없는 동네에 사는 노인들이 상비약을 구하지 못해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거슬려가며 무시한 채 내년 선거를 의식해 특정집단의 손을 들어준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약사법개정안을 둘러싼 이해관계단체간의 공방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이해관계단체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한동안 국회 약사법개정안 상정을 둘러쌓고 물고 무는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