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민단체가 법원의 MRI 수가인하 취소 판결에 반발, 소송을 준비하고 나서 본격적인 법정싸움으로 번질 조짐이다.
경실련, 민주노총 등 8개 건보가입자단체들은 25일 낸 성명에서 서울행정법원이 병원, 정부와 짜고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장비의 수가인하가 적법하지 않다며 내린 취소판결에 "흉부외과, 외과 등 과거 의료수가인상 건에 소송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복지부는 2009년 '수가가 너무 낮아 전공의들이 오지 않는다'는 병원 측 주장에 따라 흉부외과, 외과 등의 의료수가를 총 1,000억 원 가량 대폭 올려줬다.
당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참여한 단체들은 이런 조치에 "전공의 감소의 원인이 외과 환자의 수요가 적은 것이지 의료수가 때문이 아니다"라고 반대하자 복지부가 나서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영상장비라며 지난 5월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수가를 인하했다.
이에 병원협회는 소송을 냈고 지난 21일 이를 받아들인 법원이 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아 인하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8개 건보가입자단체들은 병원, 정부, 법원이 합작해 건강보험재정을 축내는 것을 이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법원이 단지 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 이유를 문제 삼아 영상장비의 의료수가 인하 취소판결을 내렸다면 그 동안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등의 수가인상도 모두 취소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병원협회는 당장 영상장비 수가에 매달려 법원의 판결을 반겼지만, 이들 단체가 소송을 낸다면 병원 측에게도 유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에 서 있다.
이들 단체는 "그간 결정된 모든 수가인상 사안을 복지부에 평가와 모니터링 할 것을 요구하며, 법적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면서 "이를 근거로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거나 인하시킴으로써 최근 공공요금 인상과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고통 받는 국민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전공의들의 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현상은 줄어든 환자수요 때문이지, 의료수가를 올려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그 동안 정부가 병원들에 떠밀려 근거 없이 수가를 인상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흉부외과 수가 인상액이 대부분 전공의 처우에 쓰이지 않고 병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며 복지부가 '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결정 또는 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재량행위로 해석하고 2001년부터 이를 다룰 평가 위를 개최하지 않은 채 30여 번이나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조정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평가 위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건강보험 가입자단체와 병원ㆍ의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건정심에서 최종심의ㆍ의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지로 법원은 이번 영상장비 수가 취소판결이 내려진 일주일 전 의약품관리료 수가 소송에서 평가 위를 거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지 않고,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단체는 "이번 판결에서 절차가 영향을 미쳤다면 법원도 절차상 재결정되기까지 이 기간 동안 집행정지를 내렸어야 했고 취소처분은 기각시키는 것이 마땅했다"며 "그 동안 건정 심에서 합의되고 결정된 많은 사안들을 이처럼 소송을 통해 해결된다면 (건정 심의)사회적 합의 틀은 깨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정책의 혼란은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4 16: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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