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팔다 남은 약을 놓고 제약사 대 약사회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이 약들은 약사회가 시중 약국에서 팔다 남아 제약사에 떠넘겨 폐기하기 위해 모은 것들이다.
이 때문에 고액을 들여 원료 약을 수입해와 약국에 공급해온 국내제약계로선 팔려고 보관 또는 진열했다가 남은 의약품의 약값과 수거, 폐기하는 비용까지 떠안게 돼 약사이익단체 약사회가 눈엣가시다.
이들 약 중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유통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의약품이 버젓이 제약사로 반품 처리돼 폐기되고 있다.
왜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강자에 약사, 약자에 제약사로 형성된 제약시장의 구조에 있다
제약시장은 약사와 제약사에 도매상이 중간에 끼워져 소비자에 직접 파는 강자와 강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약자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져 있다.
의약품의 공급경로는 제약사→의약품도매업체→약국으로 이어지지만 폐기 비용은 반대로 약국→의약품도매업체와 제약사로 떠넘겨져 약자가 멍에를 쓰는 꼴이다.
이러한 힘의 굴레는 법보다 위에 군림한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45조 제1항과 제2항은 약국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로부터 안전성·유효성에 위해가 드러나 폐기될 의약품을 반품할 수 있다고 정해 놔 팔다 남아 떠넘기는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의약품도매업체나 제약사의 유일한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법에만 있을 뿐이다.
합법적인 폐기 반품되는 약은 어떤 것들일까?
약사법 시행규칙 제45조 제2항 제 1호와 2호에 정해진 1, 2, 3등급의 위해성을 가진 의약품이다.
이중 1등급은 완치불가능한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거나 치명적 성분이 섞여 있는 경우, 의약품 등에 표시기재가 잘못돼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이다.
2등급은 일시적 또는 의학적으로 완치가 가능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 또는 주성분이 함량을 초과해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고시한 품질기준에 맞지 아니하거나 치명적이지 않는 의약품이다.
3등급은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색깔이나 맛의 변질, 포장재의 변형 등이 발생,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약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이 같은 위해성과 관계없이 약사들의 잘못된 관행으로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유통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의약품의 값은 물론 회수, 폐기비용까지 떠안기에 이골이 난다며 이들의 행위가 상거래상 정당한 반품처리냐(?)고 되묻곤 했다.
그는 정상적인 반품은 수긍하나 유효기간이 지난 것과 낱알 반품은 부담스럽다며 약사회 차원에서 반품을 주관하고 나서 제약사들이 난감해 한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이러한 반발에도 약국에서 수거된 의약품의 회수·폐기비용을 관련제약사와 도매업체에게만 비공식적으로 공개하면서 미납된 정산 비를 독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사에게 떠넘겨진 폐기 약의 비용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일부가 부풀려지거나 낮게 줄여져 알려지기는 했으나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단지 지난한해 반품비용은 전국단위로 환산해 100억 원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정부의 소포장제도가 정착되면서 올해의 반품비용은 지난해보다 줄었을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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